“가가 가가가?”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그 아이가 가 씨니?’를 사투리로 한 말이라 했다. 학교와 ‘핵교’의 차이점은? 학교는 선생님이, 핵교는 ‘슨상님’이 가르친다. 재미있고 소중한 지역 언어 유산의 재발견. 표준어는 고상하고 사투리는 촌스러우니 고쳐야 한다던 시절을 지나 사투리의 가치를 돌아보는 시대가 왔다. 국립한글박물관이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특별전 <사투리는 못 참지!>를 기획했다. 한글이라는 낱말에서 표준어만 떠올리는 이에게 사투리까지 한글이며 모두의 유산임을 알리는 전시다.
#이땅의말
표준어와 방언이 무엇이고 인식이 어떠했는지 짚는 것으로 1부를 시작한다. 18세기에 나온 책에도 이미 ‘서울말’을 권장하는 문구가 등장했으나, 19세기 실학자 위백규는 사투리를 비웃는 관습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했다. 과거엔 학교에서 표준어를 권장해 사투리를 표준어로 바꿔 쓰는 숙제를 내 주기도 했다. ‘뭣이 중헌디!’ 다양한 전시물을 보는 가운데 마음은 사투리로 기운다. 1부 전시 한 벽면을 차지하는 ‘팔도의 말맛’ 영상은 백미다. 화났을 때, 안타까울 때 등 여러 상황에서 강원, 경상, 서울, 전라, 제주, 충청, 평안, 함경 사람이 말하는 모습을 담았다. 이렇게 표현이 다르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끝까지 관람할 수밖에 없는 영상이다. 그 옆 ‘사투리 능력고사’도 놓쳐선 안 된다. 노래 제목 ‘숨이 차’를 ‘쎄빠지게 디다’, ‘있잖아’를 ‘야 있냐’로 바꾸는 등 웃음을 유발하는 문제를 풀다 사투리와 친해진다. 강릉 사람 율곡 이이가 “대뜨번에 쎄싸리가 빠져요. (중략) 내 말을 똑데기 들어야 돼요”라 주장하는 ‘10만 양병설’ 강릉 사투리 버전도 매력 넘친다.
#풍경을담은말
시인과 소설가가 사투리를 작품에 남겨 주어 얼마나 고마운지. 2부에서는 김소월, 김영랑, 윤동주, 이육사, 박경리, 이문구, 최명희처럼 쟁쟁한 문인의 작품으로 사투리를 만난다. 윤선도, 이덕무 등 선인의 책 가운데 사투리를 언급한 부분도 해석해 보여 준다. 19세기 말 낯선 땅에 온 외국인 선교사가 한국어 교습을 위해 지은 책이 뱀을 ‘ 암’으로 기재하듯 일부가 사투리라 흥미로운데, 활동한 지역이나 만난 사람을 짐작하게 한다. 마지막엔 유네스코가 ‘심각한 소멸 위기 언어’로 지정한 제주어를 다루어 의미 깊다.
#캐어모으는말
화가 이중섭이 담배 은지에 그림을 그렸다면 학자는 담배 보루 포장지에 사투리를 받아썼다.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변하고 사라지는 세상, 언어 연구자를 비롯한 수많은 이가 사투리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데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간첩으로 오인받으면서 방방곡곡 찾아가 언어를 캐물어 채집하고, ‘인간문화재’급 사투리 구사자를 만났으나 녹음기·수첩이 없는 상황에서는 담배 포장지에까지 받아 적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아직 사투리를 완전히 잃지 않았다. 서가에 꽂힌 <에린 왕자>가 전시장 나서는 길을 배웅한다. “에를 들어 니가 오후 네: 시에 온다 허믄 난 세: 시부텀 기분이 좋:아질 것이여.” 말맛이 제대로다.
+ 국립한글박물관 <사투리는 못 참지!>전
2014년 개관한 국립한글박물관이 10주년을 맞아 사투리의 세계를 조명하는 전시를 기획했다. 문헌뿐 아니라 다양한 영상으로 사투리를 친근하게 만나는 자리다. 10월 13일까지 전시한 이후에는 박물관 개보수와 증축을 위해 1년간 문을 닫으니 기간을 기억하고 방문하자.
문의 02-2124-6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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