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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전철의 산증인, 손길신

1974년 8월 15일 수도권 전철이 개통하고 올해 50주년을 맞았다. 오랫동안 전철 업무를 담당하며 교통카드도 도입한 손길신 전 철도박물관장을 만났다.

UpdatedOn July 22, 2024

수도권 거주자에게 전철은 발이나 다름없다. 출퇴근을 하거나 약속을 정할 때 전철이 이동 시간의 기준이 된다. 다른 지역에서 방문한 이 역시 전철 덕분에 걱정을 놓는다. 지리를 몰라도 전철 노선도를 보면서 동선을 계획하는 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은 전철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74년 8월 15일. 경부선(서울~수원), 경인선(구로~인천), 경원선(청량리~성북) 3개 노선 29개 역, 영업 거리 74.1킬로미터를 개통해 승객과 만났다. 영업 개시일인 8월 16일 하루에만 이용객 45만 명이 몰릴 만큼 엄청난 화제였다. 50년이 흐른 지금은 올해 7월 기준 15개 노선 295개 역, 영업 거리 741.4킬로미터에 이르는 규모를 자랑한다. 1963년 철도청에 입사해 2001년 수도권전철운영단장으로 퇴직한 손길신 전 철도박물관장은 오랜 시간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발전을 이끈, 수도권 전철 역사의 산증인이다. 전철 생활의 필수품 후불교통카드도 그가 도입했다.

승객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

“서울역, 보령 대천역 등에서 근무하고, 교통공무원교육원 교관도 하다 1995년에 수도권전철운영과로 왔어요. 당시엔 승객이 1회용 표나 정액권을 구입했는데, 대기 시간이 길어 불편이 컸어요. 표 사느라 지각했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표의 마그네틱 부분이 손상되거나 자동발매기가 고장 나는 경우도 잦았고요. 개선이 시급했어요.” 방안을 공모한 결과 다양한 제안 가운데 ‘RF카드를 이용한 전철 자동 운임 징수 시스템’이 눈에 띄었다. RF카드란 무선 주파수(radio frequency)를 이용한 비접촉성 카드로, RF 칩을 내장해 데이터를 교신한다. 접촉 없이 정보를 주고받아 요금을 정산한다는 방식이 신선하고 궁금했다.
제안 기업을 모아 놓고 기술 시연회를 열었다.

“충분히 통하겠다 싶었습니다. 일단 승객이 줄 서는 불편이 사라지고, 오작동과 고장 때문에 들어가는 보수 비용도 절약되고요. 낯선 신기술이다 보니 걱정하는 시선이 있었지만, 연구할수록 현재뿐 아니라 미래를 고려해서도 이 방향이 맞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1996년 1월 RF카드 방식을 채택하기로 결정하고 철도청과 서울지하철공사에서 각각 내부 실험을 진행한 뒤 8월 용산·성북·부평역과 지하 서울·명동·역삼역 시범 운영을 거쳐 1999년 3월 1일 전 구간 상업 운영을 개시했다. 전철 개통에 이은 두 번째 혁명이라 할 만한 변화였다. 이듬해 1월에는 버스카드까지 통합해 후불교통카드가 완전히 정착했다.

“제안서를 접수하고 불과 4년여 만에 성과를 이끌어 내느라 얼마나 바빴는지 몰라요. 실험, 문제 발견, 개선은 물론이고 서울지하철공사, 서울도시철도공사, 서울버스운송사업조합과 요금 배분 협상도 해야 했어요. 지금은 후불교통카드 한 장으로 어디든 편리하게 이동하는 게 당연하잖아요. 뿌듯하지요.”

39년 세월 속에 수많은 업무를 수행한 그가 또 하나 손에 꼽는 기억은 일산선 개통이다. “1991년 고양 지축역과 대화역을 잇는 노선 공사 첫 삽을 뜨고 1996년 1월에 운행하기 시작했거든요. 일산신도시를 한창 건설하고 주민이 입주할 무렵이에요. 개통을 앞두고 분야별 실무 담당자 30여 명이 며칠에 걸쳐 시발역부터 종착역까지 전철 선로를 함께 걸으며 각자 담당 분야를 점검했어요. 참 열심히 했습니다. 전철 이용객을 생각하면서요.”

손길신 전 철도박물관장은 1963년 철도청에 입사해 2001년 수도권전철운영단장으로 은퇴했다. 1999년 전철 전 구간에 후불교통카드를 도입해 승객의 편리한 이용에 크게 기여했다. 2004년부터 2014년까지는 철도박물관장을 역임했고, 현재도 철도 역사를 연구하며 칼럼을 쓰는 등 활발히 활동 중이다.

지금도 여전히 철도인

2001년 은퇴하고는 철도대학교에서 초빙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다 2004년 경기도 의왕 철도박물관 관장으로 부임했다. 이때 철도 역사에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19세기 말부터 오늘에 이르는 동안 철도는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을 했거든요. 그럼에도 중요한 정보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제대로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옛날 신문이 정보의 보고예요. 하나하나 검색해서 공부하고, 2급 정학예사 자격증도 땄어요.” 이를 바탕으로 쓴 철도 관련 칼럼은 지식과 경험이 어우러져 좋은 반응을 얻었다. 국내를 넘어 해외 교통 관련 연구자에게서도 연락이 올 정도다. 스무 살에 인연을 맺은 철도가 그의 인생을 이끌어 왔다. 그는 아직도 기차를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어디서든 기차를 마주치는 순간에는 마지막 객차까지 고개를 돌려 바라보곤 한다. 심장이 뛰는 한은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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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김현정
photographer. 신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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