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TIP
최근 해방촌 신흥시장 일대가 심상치 않다. 어둠이 내리면 신흥시장은 ‘힙’한 펍과 식당을 방문하려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 해방촌은 광복 후 형성되어 한국 역사를 고스란히 품은 동네다. 근방의 이태원 상권이 몸집을 불리며 영향을 끼쳐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까지 모여 독특한 정취를 자아낸다. 언덕 위에 자리한 남산공원에서 야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으니 서울의 매력을 만끽하고 싶다면 지금, 해방촌으로 가자.
해방식당
메뉴 미나리 돌솥밥 1만 2000원 회를 비벼 먹는 바질페스토 파스타 2만원
주소 서울시 용산구 신흥로22길 5
인스타그램 @hbc.restaurant
해방식당_신흥시장 입구 맞은편 골목에 사람들이 줄지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작은 식당이 나타난다. 주택을 개조해 내부는 깔끔하면서도 소박하게 꾸몄다. 바람이 솔솔 들어오는 자리에 앉아 골목 풍경을 구경하는 동안 미나리 돌솥밥이 나온다. 미나리, 청양고추, 각종 샐러드 채소, 사과와 숙성 간장에 조린 닭 다릿살 등을 고명으로 얹었는데, 풍성함에 밥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레몬 한 조각을 짜서 상큼함을 더해 준 후 본격적으로 내용물을 비빈다. 밑바닥의 아이올리 소스가 잘 퍼지도록 섞은 다음 한 술 크게 떠 입에 넣으니 신선한 채소가 아삭아삭 씹힌다. 청양고추의 매콤함 덕에 물리지 않아 자꾸만 숟가락을 들게 된다. ‘해방식당’ 메뉴에는 이범욱 대표의 경험이 녹아 있다.
“어릴 때 캐나다에서 10년을 살았어요. 한국으로 돌아와 외식업에 도전했죠. 캐나다에서 보낸 시간이 식당 정체성을 만든 것 같아요.” 수제 바질페스토와 연어, 주꾸미, 새우 회를 샐러드 파스타에 곁들인 메뉴처럼 여러 나라의 음식을 조합한 흔적이 눈에 띈다. 퓨전 음식과 해방촌의 이국적 분위기, 다양한 국적을 가진 손님까지 모이는 이곳. 경계를 허문 식당에서 맛보는 건강한 한 끼가 반갑다.
해방식당 대표가 추천하는 신흥시장 맛집
해방촌오거리 위쪽, 카페 ‘파이762’의 루프톱을 좋아합니다. 맥주 한잔하며 야경을 즐기기에는 이만한 장소가 없답니다.
에그앤플라워
메뉴 홍새우&먹물 카펠리니 3만원 계절 조개 봉골레&파프리카 질리 2만 7000원
주소 서울시 용산구 신흥로26길 35
인스타그램 @eggnflour_pasta
에그앤플라워_해방촌 골목 안쪽,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하는 이곳은 요리에 사용할 파스타 면을 매일 만든다. 질 좋은 밀가루와 달걀노른자가 셰프의 손을 거쳐 면으로 변신한다. 면 모양과 색이 메뉴에 따라 각양각색이라 흥미롭다. ‘에그앤플라워’는 같은 건물 지하 1층,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4> 1스타에 선정된 파인다이닝 ‘소울’의 윤대현·김희은 부부 셰프가 운영하는 공간이다. 양식 전공 윤 셰프와 한식 전공 김 셰프의 아이디어로 이탤리언 파스타에 한국적 색채를 더해 익숙하면서 독특한 메뉴가 가득하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먹물을 첨가한 검은 면이 인상적인 홍새우&먹물 카펠리니다. 스페인으로 신혼여행 갔을 때 한 입 먹자마자 반해 버린 새우 요리 랑구스티노에서 영감을 얻어 두 셰프에게도 의미가 각별하다. 새우 머리와 내장, 껍질까지 빼놓지 않고 모두 사용해 녹진한 비스크 소스가 백미다. 오동통한 홍새우와 소스에 적신 면을 우물거리면 파도치듯 밀려오는 감칠맛에 눈이 절로 휘둥그레진다. “메뉴 연구부터 플레이팅까지 요리를 디자인하는 과정이 즐거워요. 최근 강남구 청담동에도 ‘에그앤플라워’가 생겼습니다.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 트러플 들깨 크림&감자 뇨끼를 준비했으니 기대해 주세요.”
에그앤플라워 대표가 추천하는 신흥시장 맛집
해방촌 언덕 위 김모아 셰프의 공간 ‘꼼모아’가 떠올라요. 쇠고기 풍미를 살린 비프 웰링턴과 가게가 추천하는 와인을 곁들이면 궁합이 좋지요.
르몽블랑
메뉴 얼그레이 무스케이크 1만 500원 라임 무스케이크 1만 1000원
주소 서울시 용산구 신흥로 99-4
인스타그램 @le_montblanc
르몽블랑_이국적인 분위기가 흐르는 신흥시장 내부, 커다란 유리문을 열고 가게로 들어서자 탄성이 터져 나온다. 진열장에 나란히 놓인 털실 공이 시선을 사로잡기 때문. 더욱 놀라운 사실은 털실처럼 보이는 모든 것이 무스케이크라는 점이다. 먹기 아까울 정도로 정교한 케이크를 포크로 살짝 떠 입에 넣으니 크림이 눈 녹듯 사라진다. 무스 안에 숨은 케이크 시트와 밤 크림, 카시스 콩포트 등이 어우러져 맛이 한층 조화롭다. 전선혜 파티시에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디저트를 만들어 주는 것이 취미였다. 결혼 후 해방촌에서 신혼을 보내 동네와 연이 깊었는데, 근방에서 니트 공장을 운영하던 시아버지가 사업을 마무리하며 공장 부지를 활용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디저트와 베이킹을 배워 공간을 채웠고, 대표 메뉴인 털실 무스케이크에 해방촌의 역사와 가족의 추억을 담았다. “디저트 덕분에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7년간 가게를 운영한 노하우와 베이킹 비법을 살려 아카데미를 세우는 게 목표예요.” 수줍게 포부를 밝힌 전 파티시에가 이번엔 상큼한 연둣빛의 라임 무스케이크를 권한다. 걱정도 녹이는 털실 무스케이크의 다정한 달콤함에 자꾸만 미소가 지어진다.
르몽블랑 대표가 추천하는 신흥시장 맛집
‘팟카파우’를 보셨나요? 가게로 오는 길에 있는 타이 음식 전문 식당인데, 타이 셰프가 요리해 현지 맛을 그대로 살렸다며 소문이 자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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