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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클래식 음악

인공지능이 베토벤 10번 교향곡을 만들고, 연주회에서 피아노 배틀을 펼친다. 요즘 클래식 음악의 신세계로 초대한다.

UpdatedOn June 2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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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미완성’을 완성한 인공지능

정확히 200년 전인 1824년, 베토벤은 교향곡 9번을 초연한다. 인류 역사상, 나아가 모든 예술 장르를 통틀어 가장 위대하며 숭고한 작품으로 꼽히는 교향곡이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1827년 베토벤이 쉰일곱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10번이 되었을 교향곡 스케치만 남긴 채였다. 연주 시간 11초에 불과한 스케치 악보를 붙들고 사람들은 한탄했다. 이는 또 얼마나 가슴을 울리는 곡이었을까! 어딘가에 악보가 남아 있지 않을까? 결국 찾아낸 건 없었고 그 대신 새로운 시도를 했으니 인공지능, 곧 AI를 활용한 작곡이었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은 2020년, 음악계와 과학계가 협업에 나섰다. 40여 개 스케치를 단서 삼아 베토벤의 방대한 음악 세계를 학습한 AI가 교향곡을 완성했고, 2021년 10월 9일 그의 고향인 독일 본에서 최초로 선보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연주 단체인 서울시립교향악단도 지난 5월 콘서트 무대에 이 곡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저작권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클래식 음악은 AI를 활용하기 유리하다. 슈베르트 교향곡 8번은 ‘미완성’이라는 제목으로 유명한데, 보통 4악장인 일반 교향곡과 달리 2악장에서 끝난다. 사후에 악보를 발견했고, 그가 작곡을 그만둔 이유조차 모른다. 그럼에도 아름답고 웅장한 곡은 그의 어느 교향곡보다 사랑받아 자주 연주되곤 한다. 형식상 미완성이되 음악 자체로는 완벽한 곡. AI를 손에 쥔 이들은 기어이 ‘미완성’을 완성했다. 알파고가 딥러닝 기술로 바둑을 익혔듯 클래식 음악의 AI도 방대한 이론과 음악을 학습해 결과물을 내놓은 것이다. 평가는 어땠을까? 무슨 곡을 참고했는지 알아차릴 만큼 다양한 작곡가의 흔적이 보인다, 개성이 결여됐다 등 물음표였다.

실제 현장 성적표도 나온 적 있다. 2016년 8월 성시연 지휘자가 이끈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모차르트 VS 인공지능> 연주회에서는 AI 작곡가의 ‘모차르트풍 교향곡’ 1악장과 실제 모차르트 교향곡 34번 1악장을 연달아 들려주고 더 아름다운 곡에 투표하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다. 784명 중 514명. 관객은 압도적 차이로 모차르트를 골랐다. AI가 아무리 그럴싸한 곡을 내놓았을지언정 분명한 것은 베토벤이 10번 교향곡을 썼더라면, 슈베르트가 8번 교향곡을 완성했더라면 지금의 그 곡은 아니리라는 사실. 깊은 고뇌, 갈등, 예술혼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다.

그럼에도 AI와 함께하는 상상은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전 세계에서 펼쳐지는 ‘사계 2050’ 프로젝트는 2050년 기후 데이터를 반영해 AI가 비발디 바이올린협주곡 ‘사계’를 재창조한다. 제목 하여 <[불확실한] 사계>. 1723년경 비발디가 이 곡을 지었을 때와 너무도 달라진 지구의 기후 위기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 기획한 프로젝트로, 봄은 암울해지고 여름은 더위에 숨이 막히며 겨울엔 눈이 내리지 않는다. 비발디가 21세기 지구를 보기 전 그 아름다운 곡을 남겨 주어 다행이다. 이 순간에도 엄청난 속도로 공부 중인 AI가 다음엔 어떤 곡을 발표할까. 베토벤과 AI를 모두 가진 클래식계는 더욱 넓어지고 깊어지고 재미있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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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곡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선구자

클래식 음악사는 편곡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짧게 잡아도 수백 년 세월 속에 여러 악기가 등장·소멸하거나 개량되었고, 공연장 환경과 연주 규모도 바뀌어 왔기 때문이다. 당대 악기를 사용하는 ‘원전 연주’ 분야가 따로 존재할 만큼, 바흐 ‘마태 수난곡’의 1700년대 연주자가 내는 소리와 오늘날의 소리는 다르다.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는 아르페지오네라는 악기가 사라지면서 주로 첼로가 연주한다.

클래식계의 편곡 실험은 멈춘 적이 없다.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선두 주자라 할까. 훌륭한 원곡을 가지고 수많은 음악가가 새로운 방식을 모색한다. 피아니스트 임현정은 지난봄 세계 최초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네 곡 전곡을 피아노로 편곡해 연주했다. 보통 콘서트에서 협주곡을 한 곡만 들려준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실로 야심찬 시도였다. 이런 피아노 편곡의 원조는 리스트라 하겠다. 그는 베토벤의 아홉 개 교향곡 전곡을 피아노곡으로 만들었다. 수십 개 악기가 이루어내는 사운드를 피아노 단 한 대로 해석해 보여 주는 기획. 88개 건반으로 이처럼 장중한 소리에 다채로운 감상을 끌어낸다는 점이 경이롭다. 팝·가요가 클래식 음악을 모티프로 가져오거나, 원곡을 재즈·국악 같은 타 장르로 편곡하는 경우도 무수하다. 얼마 전에는 해금 연주자 천지윤이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14번 ‘월광’, 교향곡 5번 ‘운명’, 교향곡 9번 ‘합창’ 등을 담아 <천지윤의 해금 혁명>을 발매했다. 해금과 피아노가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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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목

미술과 만나고, 춤과 게임도 만나고

음악은 다른 장르와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예술이다. 때로는 배경이 되고, 때로는 주연으로서 서로를 빛낸다. 세종문화회관에서는 ‘그림에 음악과 향기를 더하다’라는 부제로 <미술관 옆 공연장> 프로그램을 매년 선보인다. 지난해 반 고흐에 이어 올해는 르누아르와 모딜리아니의 작품을 도슨트가 해설하고 이와 어우러지는 음악을 들려주었다. 경기도 수원문화재단과 수원SK아트리움은 렘브란트, 고야, 카유보트, 뭉크의 그림을 같은 시대 작곡가의 음악과 함께 감상하는 <살롱 드 아트리움> 네 번째 시즌을 뜨거운 호응 속에 마쳤다. 음악과 미술, 고전무용의 만남에서 나아가 스트리트 댄스의 일종인 왁킹도 등장했다. 2022년 12월 서울 롯데콘서트홀 송년음악회 무대에 립제이가 사라사테의 격정적인 곡 ‘치고이너바이젠’에 맞춰 왁킹 댄스를 공연한 것이다. 다시금 말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음악과 다른 예술 장르가 만나 서로를 빛낸다고.

게임음악 콘서트가 관객을 끌어모은 지도 오래다. 한국을 대표하는 관현악단과 성악가가 참여한 ‘로스트아크’ <디어 프렌즈>를 비롯해 <포켓몬 디 오케스트라> <한국 RPG 게임음악 콘서트> 등 수많은 음악회가 성황을 이루었다. 11월에는 게임음악계의 거장 진솔 지휘자가 이끄는 <카카오게임즈 게임 OST 페스티벌>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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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공연

당신의 피아니스트에게 투표하세요

클래식 공연이 무조건 엄숙하다는 생각은 이제 그만. 어떤 공연은 엄숙하지만, 엄숙한 공연이 나쁘다는 뜻도 결코 아니지만, 모든 공연이 엄숙하진 않다. 2009년 처음 선보인 <피아노 배틀>은 15년째 인기를 이어 온다. 두 피아니스트 폴 시비스와 안드레아스 컨이 연주한 뒤 관객이 투표해 승자를 정하는 흥미진진한 방식의 콘서트다. 이와 비슷한 콘셉트의 <뮤직 배틀>은 8월 30일 서울 삼익아트홀에서 세 번째 에피소드를 개최한다. 또 다른 관객 참여형 음악회도 등장했다. 듣고 싶은 음악을 신청하는 콘서트다. 피아니스트 임현정과 재즈 색소포니스트 이진우가 함께하는 <너의 멜로디>는 관객이 원하는 곡을 즉석에서 연주한다. 동요 ‘아기 염소’ 등 신청곡을 두 음악가가 교감하며 연주하는 장면이 감동을 선사했다. 지난 6월 공연도 성공리에 마친 이들은 다음 무대를 준비 중이다. 촛불을 켜고 연주하는 꿈결 같은 무대 <캔들라이트 콘서트>는 전 세계 100여 개 도시에서 열려 300만 명 이상 관객이 관람했다. 7월에도 서울, 강릉, 여수, 제주, 공주, 세종 등지를 음악과 촛불로 밝힌다. LED 초를 사용하니 화재 걱정은 내려놓고 낭만에만 빠져도 괜찮다.

하나 더, 편안하고 유쾌한 음악회의 대명사 오스트리아 <빈 신년 음악회>를 빼놓을 수 없다. 전통의 앙코르곡 ‘라데츠키 행진곡’을 연주할 때 지휘자가 악단 사이를 걸어 다니며 한 명 한 명과 악수해 웃음을 유발하고, 하이든 ‘고별’ 교향곡에서는 제목처럼 연주자가 하나둘씩 무대를 떠나가 마침내 혼자 남은 지휘자가 좌절하는 연기를 펼치기도 했다. 에두아르트 슈트라우스 ‘전화 폴카’ 연주 도중에는 갑자기 지휘자 주머니 속 휴대전화 벨 소리가 울리는 퍼포먼스가 관객을 웃겼다. 이토록 다양한 형태로 클래식 음악이 당신에게 손을 내민다. 아름다운 음악을 함께 듣고 나누자고.


#요즘 클래식 음악 동영상 맛보기

비발디가 오늘날 <사계>를 작곡한다면?

꽃피고 새 지저귀는 봄, 청량하고도 무더운 여름, 감수성 넘치는 가을, 찬 바람 불고 눈 내리는 겨울이 아닌 2050년 기후 위기가 닥친 지구의 사계를 AI가 재창조했다. 불협화음과 음울한 분위기가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피아노 한 대로 연주하는 피아노협주곡

임현정 피아니스트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전곡을 피아노곡으로 직접 편곡했다.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함께 만들어 내는 소리를 오로지 피아노 한 대로 들려주는 기획이다. 지난봄에는 세계 최초로 네 곡 연속 연주회도 열었다.

스트리트 댄스 왁킹과 클래식 음악의 만남

한국을 대표하는 클래식 공연장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사라사테의 ‘치고이너바이젠’을 배경으로 립제이가 스트리트 댄스 일종인 왁킹 댄스를 선보였다. 격렬한 선율에 맞춘 몸의 움직임이 감탄을 자아낸다. 음악과 춤의 완벽한 합일.

공연 도중 팀파니가 찢어졌을 때

KBS교향악단 공연 중 팀파니가 찢어졌다. 당황한 연주자는 어떻게 대처했을까? 굉장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 영상은 조회 수 500만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로시니 음악에 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을 입힌 ‘왕건의 꿈’도 놓치지 말 것.

피아니스트 정명훈과 조성진의 릴레이 연주라니

정명훈, 백혜선, 손열음, 조성진이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을 릴레이로 연주한다?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을 KBS 클래식FM <출발 FM과 함께>가 현대의 기술로 해냈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등 명연주를 교차해 들려주는 기획 ‘협주’는 8월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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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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