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여기서 시작되었다. 수천 년간 무수한 왕조와 빛나는 문명이 번성했다가 스러지기를 반복한 땅, 메소포타미아 평원. 튀르키예 남동부에 자리한 고도 디야르바키르의 구시가를 에워싼 거대한 성벽에 오르면 그 유구한 역사의 장이 두 눈 가득 밀려든다. 비옥하고도 드넓은 평원 한편엔 티그리스강이 흐른다. 유프라테스강과 함께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일군 물줄기다. ‘강 사이 땅’. 메소포타미아의 어원을 되새긴다.
디야르바키르는 튀르키예 남동부를 누비는 열차 메소포타미아 익스프레스의 종착지다. 이 노선은 수도 앙카라를 출발해 카이세리, 시바스, 말라티아, 엘라지, 빙골 등 주요 도시를 거쳐 장장 24시간 동안 1051킬로미터를 달린다. 열차는 눈부신 풍광, 인류의 머나먼 과거를 가로질러 끝내 디야르바키르에 다다른다.
본격적인 모험은 지금부터다. 디야르바키르는 헬레니즘, 페르시아, 비잔틴, 이슬람, 오스만을 지나 지금껏 서른세 개 문명이 발달했던 문화의 본산지다. 오늘날에는 쿠르드족이 인구의 다수를 이루지만 자자인, 아르메니아인 등 여러 민족이 느슨하게 공존하고 있다. 기원전 3000년대에 기단을 쌓았다고 알려진 디야르바키르 성벽은 이 도시가 계승해 온 독창적 과학기술과 건축 전통을 증거한다.
마르딘 성문에서 예니 성문까지 펼쳐진 아름다운 초원 헤브셀 정원은 성벽과 함께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티그리스강에서 물을 대기 위해 조성한 목초지로, 양잠업이 발달했던 오스만제국 시대에는 뽕나무 숲이 울창했다고 한다.
디야르바키르의 삶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면 아나톨리아 지역에서 손꼽는 모스크 중 하나인 그랜드 모스크로 가야 한다. 광장에서 차이를 마시고 한담을 나누는 사람들 틈에 끼어 앉아 이곳 사람들 특유의 흥을 즐길 기회다. 여독을 풀어 주는 건 도시의 명물인 디저트 카다이으프. 피스타치오를 곁들인 카다이으프의 달콤함으로 기나긴 시간 여행의 끝을 음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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