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전으로 장식한 합은 모자합(母子盒)을 이루는 자합 중 하나다. 자합 4개로 둥근 자합을 둘러싸고 원형 혹은 사각형 모합에 넣어 모자합을 구성한다. 불화, 청자와 함께 고려의 뛰어난 예술 수준을 보여 주는 공예품이 나전칠기다. 완형은 전 세계에 20여 점 남았고, 한국에는 4점 정도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 자합은 고려 나전칠기의 주요 무늬인 국화넝쿨무늬로 장식했다. 나전, 대모(거북 등딱지를 갈아 투명하게 가공한 재료), 금속 등의 재료를 사용해 섬세한 기법으로 완성한 수작이다. 1123년 고려를 방문한 송나라 사신 서긍이 “세밀가귀(細密可貴)”, 즉 “섬세하고 정밀하니 귀하다 할 만하다”라고 평가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부디 이 자합의 어머니와 다른 형제를 찾는 날이 오기를. 유물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이 7월 10일부터 9월 22일까지 개최하는 특별전 <삼국 삼색-동아시아의 칠기>에서 만날 수 있다.
문의 02-2077-9000
홈페이지 www.museum.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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