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반도와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 말레이시아에서 페낭은 반도 북서쪽, 말라카해협에 자리 잡은 섬이다. 제국주의 시대, 배 타고 온 유럽 열강이 가장 먼저 밟은 말레이시아 땅이라는 뜻이다. 그들이 유용하고 아름다운 섬을 그냥 두었으랴. 사람이 모이고 사업이 일어났다. 유럽, 중국, 인도, 미얀마(버마), 타이의 다양한 문화가 영향을 주고받으며 페낭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유럽 소도시를 연상시키는 콜로니얼 양식 건물과 동양풍 건물이 공존하고, 교회와 모스크, 불교 사찰과 도교 사원이 번갈아 나타난다. 함께 섞여 긴 세월을 통과한 페낭에서는 조화라는 말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페낭의 중심은 조지타운이다. 1786년 페낭 점령 당시의 영국 왕 조지 3세 이름을 따 도시를 건설했다. 서구식 건물이 속속 들어서는 한편, 아시아의 사업가와 노동자도 기회를 찾아 오거나 동원되어 이주해 집을 지었다. 19세기 동양 최고 갑부 중 한 사람인 중국 사업가 청팟쯔가 1904년 완공한 집은 파란 외관 때문에 흔히 ‘블루 맨션’이라 부르는데, 고향 푸젠성의 자기를 부수어 모자이크로 장식한 화려한 지붕이 눈을 사로잡는다. 해변에는 수상 가옥이 즐비하다. 땅을 못 얻은 이주자들이 바다 갯벌에 말뚝을 박아 조성한 마을은 여전히 주민이 거주하고, 일부는 상점으로 변모했다.
시간이 흘러 이야기는 역사가 되고, 2008년 유네스코는 도시 전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다.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건축과 문화 도시 경관”이라는 이유였다. 웅장한 석조 건물과 알록달록한 원색의 집이 쭉 이어지고, 자동차와 자전거 인력거가 나란히 달리는 풍경에 유네스코 위원들도 입을 다물지 못했을 것 같다. 세월을 머금은 벽 곳곳에 불쑥 등장하는 벽화 또한 이곳의 매력이다. 이 거리 사람들의 사연을 품은 벽화라는 사실에 더욱 가슴이 따스해진다. 페낭에서는 도무지 사진기를 내려놓을 틈이 없다.
여기에 음식이 행복한 여행의 정점을 찍는다. 국수 아삼락사를 비롯해 꼬치구이 사테이, 볶음면 차퀘이테오, 이 지역 특유의 빙수 첸돌 등 맛있고 저렴한 요리가 여행자를 유혹한다. 옛 열강이 페낭을 ‘동양의 진주’라 별명 붙였다기에 눈을 흘겼지만, 여행하고 나면 정말 내 마음속 진주로 간직하게 되는 곳. 페낭은 풍경부터 음식까지 반짝반짝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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