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기지개를 켜고, 꽃봉오리가 하나둘 터진다. 쓸쓸하던 산과 들판의 색이 서서히 푸릇푸릇해지는 지금. 수차례 맞이한 봄이지만, 이즈음 늘 마음이 설레는 건 계절이 품은 생명력에 이끌려서일지도 모른다. 전남 구례도 봄맞이가 한창이다. 웅장한 지리산과 서정적인 섬진강 등 한국이 자랑하는 산과 강을 품어 날이 따뜻해지면 여느 곳처럼 여행자로 북적여서다. 지리산 종주에 도전하는 사람, 섬진강 변에서 소풍을 즐기거나 강줄기를 따라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모인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마음이 간질거리는 풍경의 연속. 한국의 자연미를 영상에 담고픈 영상 제작자라면 이 고장에 반하지 않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자연과 어우러진 고택 쌍산재의 매력을 국내외 손님에게 전하며 화제를 부른 예능 프로그램 <윤스테이>처럼 실제로 휴식을 주제로 한 영상 매체들이 촬영지로 구례를 택했다.
평화로운 자연뿐 아니라 불교 문화유산도 살펴볼 만하다. 지리산에 자리한 화엄사와 천은사, 높이 20미터 바위 사이에 세운 사성암 덕분이다. 특히 사성암은 기암절벽에 지었다는 특징 때문에 신비로운 장소로 매체에 종종 모습을 보였다. 백제 성왕 때 해발 530미터 오산 정상에 건립한 절로 오산암이라 불리다가, 의상대사·원효대사·도선국사·진각선사 등 고승 네 명이 이곳에서 수도한 후 지금의 이름이 붙었다. 무엇보다 사성암에서는 구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 바로 옆에는 넓디넓은 평야가 시야에 들어오고, 저 멀리로 시선을 두면 지리산 능선이 꿈틀거리는 듯하다. 네 고승이 도 닦을 곳으로 사성암을 고른 이유를 알 것 같은 순간이다.
앞서 언급한 요소만으로도 여행할 이유는 충분하지만 빠지면 섭섭한 것이 또 있다. 이 고장의 봄이 자랑하는 또 하나의 보물, 바로 산수유꽃이다. 구례의 봄은 산수유나무가 색을 칠해 곳곳이 노랗고, 길을 걷기만 해도 기분이 두둥실 부푼다. 산수유나무가 얼마나 많은지 매년 산수유축제를 여는 데다 구례군이 산수유길이라 명명하고 조성한 산책로가 다섯 코스나 될 정도다. 누구보다 산수유꽃에, 따스한 봄날에 ‘진심’임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산수유꽃은 물론 연분홍 벚꽃, 붉은 홍매화 등으로 다채로운 봄 동네 구례. 고즈넉하고 웅장하며 푸근한 이곳을 배경으로 촬영한 작품을 이제 만나 볼 시간이다.
이곳에서 촬영했어요
MOVIE
<외계+인 1부>
#사성암
1391년 고려, 엄청난 현상금이 걸린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현대, 인간의 몸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을 넘나드는 차원문이 열린다. 고려 시대 외계인 죄수를 관리하던 자들이 비밀리에 결성한 단체, 밀본의 본부가 사성암이다. 절벽에 자리한 사성암 풍경을 컴퓨터그래픽으로 신비롭게 표현했다.
DRAMA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용방면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퇴사 후 인생 파업을 선언한 백수 여름과 삶의 이유를 찾는 도서관 사서 대범이 안곡마을에서 잔잔한 일상을 보낸다. 큰 배낭을 멘 여름이 새로운 터전 안곡으로 오며 거치는 시장은 구례오일장, 두 사람이 서사를 쌓는 안곡도서관과 안곡슈퍼는 용방면에 실제로 위치한 면사무소와 슈퍼마켓이다.
DRAMA
<환혼>
#쌍산재
가상 국가 대호국에는 사람의 영혼을 맞바꾸는 금지된 술법 환혼술이 존재했다. 천하제일 살수인 낙수는 환혼술로 자신의 영혼을 노비 무덕의 육체에 담는다. 무덕의 본래 정체를 알아본 장욱은 그에게 스승이 되어 달라 부탁하는데, 무릎을 꿇고 맹세하는 장면을 300년 세월이 담긴 고택 쌍산재 호서정에서 촬영했다.
ENTERTAINMENT
<자연스럽게>
#현천마을
산수유나무로 이름난 현천마을. 주민이 사는 집을 수리하고 리모델링한 후 전인화, 김종민, 은지원, 조병규 네 명의 출연자가 정착해 슬로 라이프를 즐긴다. 곳곳에 샛노란 산수유가 기분 좋은 정경을 선사한다. 아기자기한 돌담과 지붕 낮은 집이 정겹고, 출연자는 마을 곁에 자리한 현천제에서 ‘물멍’하며 마음을 다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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