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조선 시대 ‘금수저’ 중 금수저였던 김정희는 55세 나이에 누명을 쓰고 제주도로 유배를 간다. 3년이 지나도 해배 소식은 없고, 오히려 그를 사형에 처하라는 상소가 끊이질 않았다. 그럼에도 그를 꾸준히 챙겨 최신 서적을 보내 주는 이가 있었으니, 중국어 역관 이상적이다. 글씨의 뿌리를 찾으려 노력한 김정희에게 책은 학문과 예술의 근원이고 세상과 연결되는 통로였다. 김정희는 이상적의 의리를 <논어>의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라는 구절에 빗대어 고마워하고 이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소나무‧측백나무 기둥과 가지의 메마름으로 ‘세한’의 한겨울을 나타냈는데, 물기 없는 붓에 진한 먹물을 묻혀 붓을 끄는 방법을 구사했다. 멀리서는 눈에 잘 띄지 않으니 다가가 자세히 보길 권한다. 새로 단장한 기증관에서 5월 5일까지 ‘세한도’를 전시한다. 빛에 약한 전통 회화 특성상 기간을 정해 공개하는 작품을 만나는 기회다.
문의 02-2077-9000 홈페이지 www.museum.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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