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TIP
조선 시대 이궁 중 하나였던 연희궁에서 지명이 유래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평온한 동네에 최근 달콤한 바람이 분다. 독특한 매력을 자랑하는 디저트 가게와 카페가 연희동으로 모여들고 있기 때문이다. 과자를 구워 내는 작은 가게부터 주택을 개조한 대형 카페까지 각양각색이다. 골목을 거닐며 연희동에 깃든 역사의 흔적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장희빈이 사용했다는 우물터, 안산 자락길, 각종 고급 식재료를 취급하는 ‘사러가마트’나 필름 사진관 ‘연희동사진관’ 등에서 연희동이 거쳐 온 시간을 상상해 본다.
감과당
메뉴 개성주악 2000원 귤 주악 3000원 곶감단지 8000원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증가로 24 문의 @gamgwadang
감과당_둥글둥글한 모양의 과자가 그릇에 줄지어 자리 잡았다. ‘감미로운 과자가 있는 집’이라는 뜻을 품은 ‘감과당’의 대표 메뉴 개성주악이다. 이름에서 짐작하듯 북한 개성 지방에서 먹던 과자로 잔치나 혼례 때 등장하곤 했다. 성인 주먹보다 조그만 개성주악 하나를 만드는 데 어림잡아 한 시간이다. 우선 쌀가루와 밀가루를 적절히 배합하고 천연 효모 역할을 하는 막걸리를 첨가한다. 둥글게 빚은 반죽을 기름에 잘 튀겨 낸 다음, 즙청 과정을 거치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개성주악이 된다.
전통 약선 음식 명인 김은정 대표는 쌀 씻는 횟수마저도 주악의 맛과 식감에 영향을 주어 과정 하나도 허투루 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만 운영하는 이유예요. 쌀을 씻고, 빻는 작업부터 시작하니 손이 많이 갑니다. 문을 열지 않는 날에도 가게에 나와 주악을 빚어요.” 요리의 길을 걸은 지도 어느덧 30년. 그간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쑥, 잣, 귤, 곶감, 통팥 등 계절 재료가 들어간 주악을 개발했다. 그뿐이랴. 곶감에 유자청‧대추고‧호두정과를 넣은 곶감단지, 생강약과, 화과자까지 손수 만든다. “맛있는 것을 보면 사랑하는 이가 떠오르지요. 개성주악, 약과, 곶감단지, 도라지정과 등으로 구성한 설 세트를 준비했으니 디저트로 마음을 전해 보세요.”
감과당 대표가 추천하는 연희동 맛집
‘감과당’의 개성주악이나 약과에 홍차 전문점 ‘티아레나’의 차를 곁들여 마시길 권합니다. 홍차와 전통 다과가 이루는 조화에 깜짝 놀라실 거예요.
알트
메뉴 밤낭시에 3800원 루이보스 밀크티 6500원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 122 문의 @cafe.alt
알트_느릿한 올드 팝과 에스프레소 내리는 소리가 공간을 채운다. 통창 앞에 앉아 고소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니 마음이 평화롭기 그지없다. 회색빛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비건 카페 ‘알트’의 여유로운 풍경이다. 임소라 대표는 휴학 중 우연한 계기로 카페에서 일하다 디저트 세계에 입문했다. 과정이 고되기도 했지만, 어릴 적부터 빵을 사랑해서 그런지 그 시간이 마냥 즐거웠다. 갑작스레 건강이 나빠져 밀가루를 멀리해야 한다는 슬픈 소식에도 굴하지 않았다. 쌀가루 베이킹을 공부하거나 동물성 재료를 식물성 재료로 대체하는 등 계속 연구하고 공부했다.
임 대표의 사랑은 결국 비건에 뿌리를 내린다. 약과 모양이 인상적인 비건 캐러멜 샌드, 두유로 만든 그릭 요거트가 노력의 결과다. 생김새가 꼭 밤톨 같은 밤낭시에는 순두부, 백미, 비정제 원당과 아몬드 가루를 조합해 탄생한 메뉴로 다섯 가지 맛 중 통밤을 넣은 보늬밤 맛이 베스트셀러다. 여기에 따뜻한 루이보스 밀크티를 곁들이니 몸이 금세 뜨끈하다. “건강 문제로 식사에 제약이 있는 분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이곳에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디저트를 제작하고 또 나누고 싶어요.” 임 대표의 다정함과 정성이 녹아들어서일까. 달금한 밤낭시에 맛이 자꾸만 떠오를 것 같다.
알트 대표가 추천하는 연희동 맛집
레트로 감성 가득한 노포 맥줏집 ‘프린스호프’를 자주 방문해요. 경양식 돈가스 등 추억의 메뉴와 맥주의 궁합이 훌륭하답니다.
고유
메뉴 고구미 케이키 7500원 이튼 매스 7500원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 90-1 문의 @cafe_ko.u
고유_이 계절에 빠지면 서운한 작물, 고구마다. ‘고유’의 고구미 케이키는 카페를 운영하는 부부가 심혈을 기울인 디저트다. 두 사람은 생일에 늘 직접 만들어 먹을 정도로 좋아하는 고구마 케이크를 손님에게도 대접하고 싶었다. 이 메뉴의 매력은 고구마 본연의 맛이 온전하게 느껴지는 필링. 전남 해남에서 자란 고구마를 촉촉하게 삶고 일일이 으깬 다음, 꿀을 섞어 당도를 조절한 필링을 직접 구운 케이크 시트 위에 올린다. 반달 모양을 잡은 뒤 흘러내리지 않을 정도로 단단한 생크림을 얹어 케이크를 완성한다.
“재료를 구하고 선별하는 것은 물론 제작 과정이 오래 걸리니 비효율적이라며 지인들이 말리기도 했어요. 하지만 저희의 애정과 이야기가 담긴 메뉴를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고구미 케이키는 곧 카페의 시그너처 메뉴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몇 가지를 제외하고 이 가게의 메뉴는 늘 유동적이다. 계절에 어울리는 재료를 가지고 연구를 거듭하기 때문이다. 계절 과일을 듬뿍 담은 머랭 디저트 이튼 매스, 감귤차, 시즌 과일 에이드 등 메뉴판에서 그 흔적이 엿보인다. “손님들이 저희의 고유한 발상으로 탄생한 커피와 디저트를 드시며 시간을 보내길 바라는 뜻에서 상호를 지었어요.” 그들의 아이디어로 채운 공간이 더욱 포근하게 느껴진다.
고유 대표가 추천하는 연희동 문화 공간
독립 서점 ‘유어마인드’는 저희 부부가 가장 아끼는 곳이에요. 그림엽서나 연희동 소식을 담은 지도, 다양한 간행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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