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t
PM 06:00 어둠을 밝히는 장소
11월의 오후 6시는 해가 이미 저물고 어둠이 깊어지는 시간이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니, 걸음을 재촉해 환한 빛을 따라간다. ‘2023 대한민국 밤밤곡곡 캔들라이트 순회 콘서트’는 따스한 촛불을 켠 채 다채로운 라이브 공연을 펼치는 이벤트다. 지난 10월 강원도 강릉·인천·부산·대전에서 진행한 행사는 11월 4일 경남 진주·전북 전주, 11월 11일 경남 통영까지 야간관광 특화도시 일곱 곳을 거치며 긴 밤을 형형하게 밝힌다. 그런가 하면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운영하는 ‘2023년 심야책방’은 11월에 이르러 대단원을 맞이한다. 폐점 시간을 연장하고, 서점별 특색이 드러나는 근사하고 아기자기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야행성 애서가를 설레게 한다.
문의 feverup.com/ko/seoul/bambamgokgok(대한민국 밤밤곡곡)
www.kfoba.or.kr(한국서점조합연합회)
Music
PM 08:00 달빛처럼 속살거리는 음악
흑건을 닮은 이 밤, 프랑스 출신 피아니스트 장마르크 루이사다의 피아노 독주 앨범 <오늘 밤 영화관에서(Au Cinema Ce Soir)>에 귀 기울여 본다. <달콤한 인생> <용서받지 못한 자> <연인들> <맨해튼> 등 선율을 들으면 누구나 알 법한 영화 사운드트랙을 섬세하면서도 편안하게 표현해 냈다. 트랙 중 <베니스에서의 죽음>의 ‘아다지에토’는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가 편곡한 버전으로 들려 준다.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기분을 전환하고 싶을 땐 선과영의 <밤과낮>을 배경음악처럼 내내 틀어 두어도 좋겠다. 다정한 기타 반주와 달콤한 목소리가 마음을 간질이는 ‘달을 삼킨 밤’, “새벽을 잃고 나는 쓰네”라는 가사로 운을 떼는 인상적인 타이틀곡 ‘밤과낮’ 등 이 밤에 바친 듯한 열한 곡의 노래가 두 귀를, 마음을 간질인다.
Book
PM 10:00 밤과 문장들
“기차 안에서 보낸 2박 3일, 그리고 엘렉트리치카라고 불리는 낡은 전차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들과 더불어 나는 춥다, 춥다, 춥다고 중얼거렸고 안드레이는 심상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작나무는 자작나무로, 설원은 설원으로 이어져 있었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장욱 작가의 산문집 <영혼의 물질적인 밤>은 우리를 눈 깜짝할 새 열차의 창가석에 데려다 놓는다. 덜컹거리는 객차와 낡은 침대, 도서관과 해변, 슈퍼마켓과 성당···. 여행의 감각을 환기하는 단어와 문장을 천천히 좇다 보니, 어느새 불안과 정념이 사그라든 맨 얼굴의 밤과 만나게 된다. 이 여정에 술을 더하면 어떨까. “인생 최초의 위스키 패스포트는 내게 지리산의 겨울밤이다. 낯선 이들과 따스히 함께 했던.” 정지아 작가의 음주 예찬 에세이집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는 훗훗한 알코올 기운으로 어둠을 뭉근하게 데운다.
Drink
AM 12:00 이 밤에 건배를
대리 만족에서 그치기 어려운 애주가에게 밤의 서정으로 빚어 낸 한국 술을 권한다. 오나이릭 브루어리가 선보인 프리미엄 전통주 ‘우주술’ 시리즈는 충남 예산 특산물인 사과를 증류주에 담가 오랜 시간 침출한 제품이다. 산뜻한 맛, 흐드러지는 향이 은하수를 닮은 오묘한 질감과 잘 어우러진다. ‘선셋’ ‘오로라’ ‘미드나잇‘ 세 종류를 마련했으니 골라 마시는 즐거움도 누린다. 강원도 홍천 찹쌀, 단호박, 누룩을 원료로 빚은 탁주 ‘만강에 비친 달’과 약주 ‘동몽’은 모두 전통주조 예술에서 양조했다. 은은한 달콤함과 감칠맛이 빼어나 가벼운 야식을 안주 삼는다면 풍미를 극대화해 즐길 수 있다. 이름과 맛에 모두 밤기운이 어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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