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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WAR NOBEL

전쟁은 전설로, 무기는 박물관으로

“옛날에 선조들은 전쟁이란 걸 해서 수없이 많은 사람이 죽었대. ” 전쟁이 전설이 되는 날을,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하고 노벨상을 제정한 노벨도 꿈꾸었을까.

UpdatedOn October 2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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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12월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세 사람이 나란히 섰다. 이스라엘의 이츠하크 라빈 총리와 시몬 페레스 외무장관,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의 야세르 아라파트 의장이었다. 세 사람은 같은 하늘 아래 공존할 수 없을 듯 증오와 테러로 얼룩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평화협정을 맺은 공로를 인정받아 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라빈 총리가 말했다. 전쟁에서 숨진 모든 국가의 희생자를 애도하며, 굳은 각오와 결의를 갖고 평화를 향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이후 약 30년. 분쟁은 여전하다. 비극은 계속된다. 올해까지 104번째 평화상 수상자가 나오고도 평화란 멀고 어렵다.

엄밀히 따져, 노벨상 제정부터 전쟁과 관련이 깊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 엄청난 부를 쌓은 알프레드 노벨이 재산의 94퍼센트를 기증해 상을 만들었다. 다이너마이트로 기찻길을 놓아 세계를 연결하고 튼튼한 건물을 지어 올리는 일만 했다면 좋았을 텐데, 누군가는 이를 손쉬운 대량 학살 도구로 삼았다. 물론 싸우고자 하는 이에게는 무엇이든 무기가 된다만. 노벨이 생리학‧의학상, 물리학상, 화학상, 문학상, 평화상 등 다섯 개 분야를 정확히 집어서 말한 사실을 볼 때 평화라는 단어 앞에 죄책감, 적어도 관심이 있었을 것이다. 이 상이 더 나은 내일을 열어 가리라는 기대 또한.

최고의 명예를 자랑하는 상에는 수차례 논란이 따랐다. 베트남전을 확산시킨 책임이 있는 미국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 등 평화상 수상자 자격 논란이 대표적이다. 당대의 지성인 과학 분야 수상자의 업적은 마치 노벨의 다이너마이트처럼 인류에 큰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암모니아 합성법을 발명, 화학비료를 제조해 식량 생산에 이바지한 공로로 1918년 화학상을 받은 독일의 프리츠 하버는 독가스를 만들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 수용소의 학살에 쓰인 독가스가 그의 발명품이다. 1945년 화학상 수상자 오토 한이 발견한 핵분열 원리는 핵폭탄을 낳았고, 결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펜이라는 무기를 든 작가도 있다. 나치군의 노르웨이 진격을 환영하고 나중에 히틀러 추도사까지 쓴 1920년 문학상 수상자 크누트 함순, 유고 내전 당시 ‘인종 청소’를 자행한 밀로셰비치 편에 서서 옹호한 2019년 수상자 페터 한트케다.

다행히 이는 일부일 뿐 생명과 양심을 외치는 수상자도 많다. 2021년 평화상을 받은 러시아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는 얼마 전 역대 노벨상 수상자 48명의 서명을 모은 서한을 발표했다. 수신인은 세계의 억만장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난민이 된 어린이를 돕는 일에 1억 달러(약 1356억 원)를 기부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무라토프 자신 역시 노벨상 메달을 경매에 내놓아 낙찰된 수익금 1억 350만 달러(약 1403억 5600만 원)를 기부했다. 무기는 더 센 무기를,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부른다. 전쟁은 무조건 손해이며 당장 멈추겠다는 결단만이 필요하다. 모든 전쟁이 문학과 전설 속에만 남기를. 문학상 수상자 헤밍웨이의 소설 제목처럼 ‘무기여, 잘 있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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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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