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TIP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 충주에서 여유를 즐긴다. 통일신라 시대부터 고고히 자리를 지켜 온 탑평리 칠층석탑을 중앙탑사적공원에서 마주하고, 삼국시대의 악사 우륵이 가야금을 탔다는 탄금대의 잔잔한 풍경을 감상한다. 충주호 종댕이길에서 자연과 교감하다가 왕이 노닐었다는 수주팔봉으로 향한다. 조선 시대에도 명성이 자자했던 수안보 온천에서 여독을 푸는 것으로 마무리하니, 이 고장과 금세 사랑에 빠진다.
커피상점 교동
메뉴 쑥쓰러떼 5000원 미니 찹쌀떡(2개) 1500원
주소 충주시 교동3길 9-2 문의 @coffeestore_gyodong
커피상점 교동_교현초등학교 후문 근처, 멋들어진 집이 발길을 잡아 끈다. ‘교동’이라 적힌 팻말을 뒤로하고 홀린 듯 안으로 들어간다. 충주 토박이인 전새봄 대표는 오래전부터 한옥 카페를 차리겠다는 꿈을 키웠다. 그러다 운명처럼 노부부가 내어 놓은 집을 발견했고, 1960년대에 지은 주택은 전 대표의 손길 아래 아늑한 카페로 변신한다. 건물부터 애정이 듬뿍 담긴 곳이니 음료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주문할 때 웃음이 나는 메뉴 ‘쑥쓰러떼’는 쑥을 말린 후 곱게 빻은 가루와 우유, 꿀 오직 세 가지만 배합한 라테다. 고소한 우유와 특유의 쑥 향이 어우러져 맛의 새로운 차원을 연다. 많이 달지 않은 데다 담백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고소한 라테와 찰떡궁합인 주전부리는 미니 찹쌀떡. 동글동글한 생김새가 귀여운데, 속도 팥 앙금으로 꽉 차 호감이다. 연유를 첨가해 달콤함이 배로 느껴지는 ‘엄마커피’도 스테디셀러다. 특이하고 재미난 메뉴 이름에서 손님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다정함이 녹아든 차 한 잔으로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구옥 날다
메뉴 구옥달콤라테 6800원 커스터드푸딩 4500원
주소 충주시 충주호수로 1016-10 문의 @guok_nalda
구옥, 날다_계명산이 뒤를 든든히 지키고, 앞은 옥빛 충주호가 잔잔하니 명당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곳에 커피 향이 은은하다. 김세나 대표는 처음부터 카페 운영을 꿈꾸지는 않았다. 회사원이던 시절, 점심시간에 한 잔씩 마시던 인스턴트커피가 서서히 커피의 세계로 이끌었다. 여러 종류의 커피를 섭렵하다 원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걸 알았다. 다음엔 무궁무진한 커피의 세계가 궁금했다. “좋아하는 것을 좇아 달렸을 뿐인데, 어느새 구옥에서 매일 커피 내리는 삶을 살고 있네요.”
수줍게 웃으며 김 대표가 추천한 메뉴는 ‘구옥, 날다’의 시그너처인 ‘구옥달콤라테’. 우유와 에스프레소, 생크림을 조합한 라테다. 구성이 간단하다고 얕보면 서운하다. 생크림에 특제 버터 소스를 섞어 풍미를 살린 데다 적당히 달아서 물리지 않는다. 커피를 못 마시는 이를 위한 음료도 다채롭다. 특히 이곳 에이드 메뉴에 들어가는 과일청은 모두 김 대표가 손수 담근다. 그뿐이랴, 디저트도 훌륭하다. 깜찍한 모양의 커스터드푸딩은 달걀노른자와 생크림, 우유, 젤라틴을 조합해 만든다. 입에 넣자마자 정말 사르르 녹는다. 이곳 디저트와 함께라면 1일 n커피, 도전할 만하다.
우물 있는 정원
메뉴 수제 대추차 6000원 자몽에이드 5500원 갈릭치즈브레드 6000원
주소 충주시 지현천변1길 33-8 문의 043-856-1333
우물 있는 정원_나무 대문을 밀자 각종 화분과 장독대로 꾸민 소담한 정원이 가장 먼저 손님을 맞는다. 가게 이름처럼 정원 한편에는 정겨운 우물이 자리를 꿰찼다. 사이사이 잔디가 깔린 돌바닥을 따라 건물 가까이 다가간다. 겉은 아기자기한 한옥 같지만 낮에는 카페, 밤에는 펍으로 탈바꿈하는 팔색조 같은 곳이다. 서까래와 창호문 등 한옥의 특징을 살린 내부에서 동네 주민이 담소 나누는 모습을 보니, 지현동 사랑방 역할도 도맡는 듯하다. 주인장이 오븐에 빵을 데우며 운을 뗀다. “80년이 넘은 건물이에요. 정원의 우물도 그때부터 있었죠. 지금도 때에 따라 물 높이가 왔다 갔다 해요.”
곧 고소한 냄새와 함께 갈릭치즈브레드가 나온다. 달콤하고 짭조름한 빵은 탄산수에 수제 자몽청을 섞어 만든 자몽에이드와 합이 그만이다. 이번엔 예스러운 분위기에 어울리는 수제 대추차를 주문한다. 주인장이 정성으로 졸인 대추고가 들어가는데, 동동 떠다니는 호박씨와 해바라기씨, 잣 덕에 고소함이 배가된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느릿하게 차와 빵을 맛보며 이 정원에 내릴 밤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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