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마이 동 #한국전쟁 #2000km 사이클
Q. 반갑습니다. 한국에 대한 다양한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리고 계시죠. 독자님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네덜란드에서 온 서른한 살 바트 반 게누겐입니다. 한국에 처음 방문한 건 2017년이었어요. 소주나 삼겹살 같은 한국 음식이 유행할 때 배낭여행을 왔다가 지금의 아내 휘아를 만나 결혼한 뒤 한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사실 유튜브를 시작할 당시 강한 영감을 준 건 초록색 소주병이었습니다. 하늘공원, 서울숲 같은 서울의 모든 녹색 공간을 소개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북한에 다녀온 후 제 여행을 역사, 문화, 사람과 결합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여행 채널을 운영해야겠다고 결심했죠. 감탄사인 ‘아이고’에서 착안해 채널 이름을 ‘아이고바트(IgoBart)’로 지었습니다. 채널에 북한 여행기를 올리고, 한국전쟁에 참전한 네덜란드 용사들도 직접 만났습니다. 지금은 서울을 주제로 영상을 제작 중입니다.
Q. 지난해 9월 서울 467개 동을 탐험하는 ‘웰컴 투 마이 동’ 프로젝트를 시작했죠. 거의 1년이 지난 셈인데, 지금까지 진행한 탐험 이야기를 들려 주세요.
A. 영상을 찍는 날이면 밖으로 나가 여기저기 돌아다닙니다. 무조건 그런 건 아니지만,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동네에서는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곤 했어요. 행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우연히 유적지를 발견했습니다. 홍대, 명동, 강남이 아니어도 서울에는 여행할 만한 곳이 많았어요. 주변 친구들은 유명하거나 사람들이 주로 찾는 곳을 콘텐츠로 활용하라고 하더군요. 제가 고민하는 사이에도 도시는 빠르게 변화했습니다. 언젠가는 순식간에 동네 전체가 아파트 단지로 바뀌더라고요. 저는 사라지는 서울의 모습을 기록해 보관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서울의 모든 동을 방문하는 프로젝트의 첫걸음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다녀온 50개 동 하나하나 소중히 기억합니다. 우이동은 등산객의 천국이고, 대치동은 사교육의 허브입니다. 서울 패션 산업의 심장부인 창신동 역시 매력적이죠. 특히 종로 피맛골이 기억에 남는데요. 원래 위치는 아니지만, 옛날에 피맛골은 평민이 말을 탄 양반을 피해 다녔던 골목입니다. 평민은 말을 탄 양반을 보고 엎드려 절을 해야만 했거든요. 피맛골의 뜻을 풀면 ‘말을 피하는 골목’이랍니다. 댓글에서 이곳을 처음 알았다는 분도 봤어요.
한국이라는 양파의 껍질을 벗기는데,
껍질을 벗길수록 알맹이와 가까워지는 느낌이에요.
저에게 한국은 제2의 고향입니다.
호기심과 배움의 여정에도 많은 도움을 줬고요.
Q. 이 프로젝트로 이루려는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사무실 벽에 서울 지도를 크게 그려 놨어요. 그리고 다녀온 곳은 색칠을 합니다. 각 동네를 여행하고 조사하며 매력을 파악해 서울 지도를 모두 칠하는 날, 제가 발견한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도를 만들려고 해요. 언젠가 이 여정을 책으로도 엮을 거고요. 인터넷이나 SNS에서 보는 표면적인 모습이 아닌 한국의 진짜 모습을 보여 주고 싶습니다. 어디든 그곳만의 특징이 있기 마련입니다. 동네도 마찬가지예요. 한 동네가 품은 고유한 이야기는 그곳을 방문할 마음을 갖게 해요. 제가 하는 일은 이미 사람들이 말하는 평범한 길, 쉬운 길을 벗어났습니다. 프로젝트 진행이 쉽지는 않습니다만, 저 자신을 그렇게 정의한 이상 책임지고 이 지도를 완성하려고 해요.
Q. 한국전쟁 참전 용사 이야기를 담은 시리즈도 진행하셨지요. 이렇게 한국에 애정을 쏟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무언가를 알아갈 때야 말로 사랑이 더 깊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이라는 양파의 껍질을 벗기는데, 벗길수록 알맹이와 가까워지는 느낌이에요. 저에게 한국은 제2의 고향입니다. 호기심과 배움의 여정에도 많은 도움을 줬고요. 그래서 네덜란드와 한국 사이에 다리를 놓으려고 하나 봐요. 참전 용사 콘텐츠가 그렇습니다. 저와 제일 친한 친구의 할아버지가 한국전쟁 참전 용사였다는 사실을 알고 그들에 대한 영상을 만들었어요. 반응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한국인도 참전 용사에 관심이 대단했죠. 저에겐 K팝이나 K드라마보다 사람과 문화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이 나라의 사람과 문화 이야기를 더 하고 싶어요.
Q. 한국을 정말 사랑하시는 듯합니다. 한국의 여름 여행지를 추천해 주세요.
A. 어려운 질문이네요. 지금 기억나는 곳만 해도 100군데가 넘습니다. 그래도 하나를 고르자면, 경남 남해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방문했을 때가 잊히지 않아요. 해안도로는 웅장하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수채화 같았어요. 수평선에 둥둥 뜬 섬, 크고 작은 산, 반짝이는 해변까지 완벽했죠. 저처럼 자전거로 가 보세요.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하게 될 겁니다.
‘아이고바트’의 바트 반 게누겐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구독자 18만 3000명(7월 17일 기준)을 보유한 유튜버로, 한국에 거주하며 한국에 대한 영상을 제작해 올린다. 자전거를 타고 2000킬로미터를 달리는 여행 시리즈, 한국전쟁, 북한, 일제강점기 등 한국의 다양한 주제를 되짚는 시리즈, 한국전쟁 참전 용사와 그 후손을 만나 인터뷰한 영상이 화제가 되었다.
유튜브 채널 www.youtube.com/@iGoB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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