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잘 익은 수박이 떠오르거나, 여름에 설경을 보고 싶은 것처럼 반대의 계절이 그리울 때가 있다. 후끈거리는 계절에 지친 사람은 계곡이나 바다로 간다. 그래도 더위가 가시지 않는다면, 아예 남반구로 떠난다. 한반도 반대편에 자리한 뉴질랜드는 지금 겨울 한가운데를 지나는 중이다.
화산 지대가 존재하는 북섬과 빙하 지형을 품은 남섬, 어느 곳을 방문해도 뉴질랜드의 청량한 자연환경은 반갑게 여행자를 맞아 준다. 시원함을 좇는 이번 여정에서는 남쪽을 향해 가기로 한다. 매년 7월 밤하늘이 뿌옇게 보일 정도로 쏟아지는 별을 보기 위해서다. 빛 공해가 거의 없는 이곳에서는 맨눈으로도 은하수가 보인다. 그 광경이 얼마나 환상적인지, 국제밤하늘협회가 뉴질랜드 곳곳을 밤하늘 보호구역과 밤하늘 공원으로 지정했을 정도다.
해발 700미터 고산지대, 아오라키 매켄지 밤하늘 보호구역에 속하는 테카포 호수가 여행의 목적지다. 호수는 청록색 물감에 우유를 섞은 듯한 빛깔로 첫인상을 남긴다. 빙하에서 흘러나온 물에 주변 암석의 분말이 녹아들어 오묘한 푸른빛을 띤다. 신비로운 호수를 거닌 뒤, 호수와 같은 이름을 가진 작은 마을에 짐을 푼다. 그러고는 밤이 오기 전까지 만년설이 만든 천연 스키장에서 매켄지 분지와 서던알프스산맥의 경치를 감상하며 스키를 탄다.
이제 본격적으로 은하수를 기다릴 시간이다. 어둠이 내리고, 희미하던 별이 서서히 제 빛을 찾더니 이윽고 찬란하게 빛난다.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이 새해의 증표로 여기는 마타리키, 즉 플레이아데스성단도 발견한다. 그렇게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볼 즈음, 싸늘해진 몸이 온기를 갈급해한다. 걱정 없다. 팔과 다리에 달라붙은 피로와 한기는 호수 근처의 온천 ‘테카포 스프링스’에서 해소할 테니까. 선명한 은하수와 설경을 보며 몸을 녹이는 여름, 뉴질랜드는 자연의 선물로 이토록 충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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