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유카탄반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지명은 아마도 칸쿤일 것이다. 칸쿤을 품은 킨타나로오주에 우리가 기억해야 할 또 하나의 지명이 있다. 바칼라르다. 자꾸 입안에서 굴리고 싶어지는 바칼라르란 이름은 마야어에서 기원한다. 해석하면 ‘갈대가 둘러싼 곳’. 한때 마야인의 땅이었으나 17세기부터 스페인·영국·프랑스·네덜란드 해적이 목재를 찾는다는 구실로 침략을 일삼으면서 오랜 평화는 깨지기 시작한다. 이에 맞서기 위해 선주민들이 세운 산펠리페 요새는 오늘날 바칼라르의 해적 수난사를 망라한 박물관이 되어 마을을 굽어본다.
산펠리페 요새와 소칼로 광장은 바칼라르 여행의 출발점이다. 이어지는 코스는 다음과 같다. 아기자기한 골목을 따라 걷다가 산호아킨 교회와 바칼라르 문화센터를 마주치고, 거리 곳곳을 누비며 공예품 상점을 구경한 뒤, 동네에서 가장 유명한 타케리아를 찾아 신선한 재료를 잔뜩 투하한 유카탄 전통 음식을 맛보는 것.
살부트, 소페 등으로 명칭은 조금씩 다르지만 두툼한 토르티야에 각종 채소와 고기를 얹어 먹는다는 점에서 꽤 비슷한 요리다.
여정의 근사한 마침표는 라구나 데 로스 시에테 콜로레스, 즉 일곱 빛깔 석호다. 얼핏 바다처럼 보일 만큼 드넓은 이 호수는 코칼리토스, 네그로, 에스메랄다라는 이름을 가진 청량한 물빛의 세노테(석회암 침식으로 형성된 우물)도 거느린다. 청록색부터 감청색까지, 언어로 분류하기 어려운 온갖 푸른색이 수면에 드리워 두 눈을 황홀하게 한다. 자연의 신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여기서 발견된 화석 스토로마톨라이트는 지구 최초로 광합성을 시작한 시아노박테리아가 35억 년 전 퇴적한 결과물이다. 그러니까 이 푸른 별의 역사가, 이토록 푸른 호수에 잠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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