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추위와 눈보라를 지나, 지금 여기 광주다.
비옥한 역사와 문화의 토양에서 만개한 봄이다.
언 땅이 꽃망울을 틔우기까지 봄은 얼마나 바지런히 움직였을까. 시속 300킬로미터로 달리는 기차에 올라 계절의 속도를 가늠해 보았다. 차창 너머 산과 들과 강이 쉼 없이 밀려들더니 어느덧 광주송정역이다. ‘빛고을’ 광주엔 과연 봄이 도착해 있었다. 이미 광주는 그 자체로 봄인지도 모르겠다. 엄혹한 시대에 빛이 깃들기까지 이 도시는 얼마나 모진 계절을 건너야 했을까. 매서운 추위와 눈보라를 지나, 지금 여기 광주다. 비옥한 역사와 문화의 토양에서 만개한 봄이다.
동쪽, 무등 자락에서 흐른 문화
광주분지를 가로질러 동쪽으로 간다. 쏟아지는 햇살에 때때로 눈이 감겼으나, 거대한 능선이 나타나는 순간마다 정신이 번쩍 들곤 했다.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는 무등산이다. 무등이란 이름을 천천히 곱씹는다. 무등. ‘산에서 흐른 물이 고인 들’, 즉 ‘물들’에서 파생했다는 설도 있지만 ‘비할 데 없이 존귀해 등급을 매길 수 없음’을 의미한다는 해석에 마음이 쏠리고 만다. 무등 자락의 너른 품을 마주하는 누구라도 그러할 것이다.
무등산권세계지질공원 서쪽 등산로에 증심사가 있다. 불교 용어로서 무등이 ‘모두가 동등한 상태’라면, 증심은 ‘진리를 깨달아 얻음’을 뜻하는 말이다. 신라 시대 헌안왕 때 창건한 이 절은 정유재란과 6․25전쟁을 지나면서 수차례 허물어지고 다시 세워졌다. 그런 까닭에 건물 대부분 새것이지만, 오백나한과 십대제자를 모신 오백전은 조선 시대에 지은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은은한 기품이 감돈다. 광주 유형문화재 제1호 삼층석탑, 비로전의 철조비로자나불좌상의 자애로운 위용 또한 중생의 깨달음을 독려한다.
햇살을 피하러 처마 아래 들어서니 또 한 번 훤히 드러난 무등의 어깨를 맞닥뜨린다. 증심사 아래 계곡 너머엔 춘설헌이라는 단출한 건물이 숨어 있다. 근대 호남 화단의 거목인 의재 허백련이 붓을 놀리고, 차를 마시고, 친우들과 노닐던 곳이다. 지역 농촌 부흥 운동에도 관심이 깊었던 의재는 증심사 한편에 버려진 녹차밭을 인수해 삼애다원이라 이름 붙이고 정성껏 가꿨다. 그러곤 여기서 채엽한 차를 춘설차라 부르며 즐겼다.
곡우에서 입하 사이 첫 순을 따서 제다한 춘설차는 정성껏 덖고 말린 덕에 부드러우면서도 깊은 향미가 우러난다. 그리하여 춘설차와 춘설헌은 한때 명맥이 끊길 뻔했던 무등 자락의 차 문화를 계승하고 후대에 널리 알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차에 대한 애정이 지극했던 의재는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다. “내 한평생이 춘설차 한 모금만큼이나 향기로웠던가.”
의재로의 젊은 팽주가 들려준 이야기
증심사 일주문을 나와 의재미술관을 따라 죽 내려가면 의재로에 닿는다. 이 길은 광주 도시철도 1호선 학동증심사입구역 3번 출구까지 이어지고, 그 끄트머리에 의재를 기리는 동상과 정갈한 한옥 찻집 하나가 자리한다. 이름은 ‘티 에디트’다. 지난해 12월에 문을 열었는데, 이제 막 개업한 곳이라기엔 공력이 남다르다. 이곳에서 팽주(烹主)를 자처하며 남도 차 문화를 소개하고 있는 티 소믈리에 남수연 대표는 의재로에서 나고 자란 광주 토박이다. “친구들이 하나둘 광주를 떠나는 동안, 저는 광주의 전통과 문화를 발굴하고 펼치는 데 몰두했어요. 여기 무등산과 춘설차처럼, 광주다운 것들이 근사하게 느껴졌거든요.”
의재로에서 출발해 프랑스와 영국의 차 문화를 경험하며 견문을 넓힌 젊은 팽주는 고향에 돌아왔고, 동네 한편에 버려진 기와집을 발견한다. 1962년 무등산 소나무로 지어 올린 옛집으로, 본래 향토사학자 강동원 선생이 운영하던 한약방이었다. 이곳에서 손수 만든 차를 선보이겠다고 결심한 그는 앞뜰에 모과나무, 뒤뜰에 살구나무가 자라난 정원도 예사롭게 보지 않았다. 곳곳을 잘생긴 돌과 고운 갈대로 장식해 운치를 더했는데, 무등산 너덜겅 지대와 장불재가 떠오르도록 꾸민 것이다. 벽면엔 의재 작품의 영인본을 여럿 두어 화랑처럼 고아한 분위기를 연출한 한편, 채도 높은 색면과 기하학적 조형 요소를 적용한 포스터나 키네틱 패널을 설치해 독특한 질감을 더했다. 광주의 과거와 현재를 한데 우려낸, 조화로운 차 한잔을 닮은 공간이다.
전통을 재해석하려는 남 대표의 의도는 자연히 차를 내는 방식에도 이어진다. 춘설녹차와 춘설홍차처럼 차 본연의 맛을 간직한 싱글 오리진 티부터 목련꽃, 캐머마일, 박하, 마테를 섞어 만든 ‘바람재 산목련’ 같은 블렌디드 티까지 다채로운 빛깔과 향기를 가진 메뉴를 공들여 내놓는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여기 오시는 모든 분이 귀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저 귀한 이를 위한 찻자리를 마련할 테니, 마음껏 즐기다 가시길 바랄 따름입니다.”
“배제되거나 잊힌 공간, 역사와 기억의 흔적을 제 방식대로 새롭게 정의할 계획이에요.”
그가 바람을 이룰 때마다, 광주는 조금씩 더 넓어질 것이다.
서쪽, 폐허에서 예술로
광주 동쪽의 중심지가 충장로라면, 영산강과 광주천이 교차하는 서쪽엔 상무지구가 있다. 이곳은 1980년대 후반부터 조성한 신도심으로, 옛 상무대 부지에 상업 주거 시설이 들어서기 시작한 게 지금에 이른다. 광주시청과 상무시민공원, 김대중컨벤션센터 등 도시의 주요 시설이 모여 있는 상무지구는 어느덧 광주를 넘어 호남에서 손꼽히는 번화가로 자리매김했다.
도시화는 필연적으로 버려진 공간, 폐허를 만들어 낸다.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유지원은 도시 이면의 폐허를 채집해 예술 영역으로 끌어들여 온 설치미술가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참여 작가로 선정된 그에게 만남을 청했다. 예술가의 눈을 빌려 광주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광주는 지난 몇십 년간 많은 변화를 겪었어요. 실은,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해 가는 게 안타까워요.” 그는 버려진 삶의 흔적, 낡고 오래된 것들을 보존해야 한다고 믿는 예술가다.
우리는 상무지구 한가운데 자리한 사찰 무각사를 함께 걷기로 했다. 상무대 군 법당으로 시작한 절은 신도심 계획에 밀려 한때 버려지다시피 했으나, 2008년부터 청학 스님이 주지로 이곳을 주관하면서 예술적 정취가 짙은 수행 도량으로 새로이 거듭났다. 보존과 계승의 아름다운 예시라 할 만하다. 지장전에는 임종로의 스테인드글라스 불화 ‘수월관음도’가, 설법전에는 황영성의 현대적 탱화 ‘반야심경’이 걸려 있어 불심을 고취한다. 지난 2월 새롭게 단장한 갤러리 ‘로터스 아트 스페이스’의 존재감도 남다른 미적 감흥을 안긴다. 유지원 작가는 법당에서 발견한 광주 출신 작가의 작품을 보고 반가워했고, 명상실의 고요한 분위기를 느긋하게 음미하면서 즐거워했다.
걸음은 5․18기념공원 산책로로 이어졌으며, 대화 주제는 자연스레 광주의 현대사로 넘어갔다. “광주는 문화적․역사적 특수성이 있는 도시잖아요. 이런 지역성을 예술적으로 풀어내는 과정이 꼭 엄숙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5․18민주화운동을 다루는 방식도 조금 더 다양해질 수 있겠죠.” 지난해 광주미술상을 수상하며 지역 예술계에서 크게 주목받은 그는 스스로를 광주라는 특정한 환경에 가두기보다 자신이 당면한 시대적․현재적 풍경을 가로지르고자 한다. “3월 28일부터 7월 9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에서 개최하는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빛2023>에 광주 작가로서 참여하게 됐어요. 배제되거나 잊힌 공간, 역사와 기억의 흔적을 제 방식대로 새롭게 정의해 볼 계획이에요. 저는 그때그때 관심사에 집중하면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시도하려고 해요. 언젠가는 퍼포먼스나 영상처럼 조금 더 다양한 장르로 확장하고 싶어요.” 그가 자신의 바람을 이룰 때마다, 광주는 조금씩 더 넓어질 것이다.
남쪽, 시시각각 변화하는 예술 마을
빛을 매개하는 미디어 아트의 속성은 ‘빛고을’이란 광주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다. 광주는 두 차례나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 선정됐다. 미디어 아트를 중심으로 지역 예술계의 풍경을 살피고 싶은 여행자라면 광주 남쪽으로 가야 한다. 출발점은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이하 GMAP)으로 삼는 것이 좋겠다. 지난해 남구 천변좌로에 올라선 GMAP은 이름처럼 광주의 미디어 아트 정거장 역할을 수행한다. 시민과 예술가가 교유하며 강렬한 울림을 자아내는 공간이다.
입구에 들어서는 관람객을 반기는 건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의 ‘책 읽는 소녀’다.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고전 명화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이이남의 전시 <각 사람에게 비추는 빛>의 첫 장면이다. 작가는 1980년 5월 18일 당시 열두 살 아이였던 자신과 마주하고자 한다. 소년 이이남이 품었던 ‘나는 누구인가’ ‘죽음을 건너면 어디로 가는가’ 같은 근원적 질문을 짚어 보는 과정은 역사적 시공간과 떼어 놓을 수 없다. ‘80년 5월 18일 날씨 맑음’에서 ‘각 사람에게 비추는 빛이 있었나니’에 이르는 작품의 면면에서 자연스레 그의 삶과 광주를 포개어 보게 된다.
그런가 하면 개관전 <자연과 인간, 기계의 공명>은 로봇과 기계, SNS와 증강현실 등 디지털 시대를 마주한 예술가의 시선을 집약적으로 드러낸다. 관람객은 노진아의 ‘테미스, 버려진 AI’에 말을 걸거나 권두영의 ‘이상․한․5․18’이 출력한 시를 읽고, 다니엘 이레기의 ‘편재’가 비추는 여러 차원의 ‘나’를 살피는 동안, 예술과 현실 세계가 결코 다르지 않음을 온몸으로 감각한다.
양림동에서 즐기는 작은 비엔날레
광주천을 따라 조금 더 내려가니 양림동에 닿는다. 일제강점기, 양림동에 당도한 선교사가 교회와 학교와 병원을 세우고 사람들을 돌보기 시작하면서 문화의 싹이 움트기 시작했다. 최근 10여 년간 갤러리와 미술관이 빼곡하게 들어선 이곳은 광주에서 예술 작품 밀도가 가장 높은 동네로 거듭나기에 이른다.
광주비엔날레가 열리는 4월, 양림동은 2023 양림골목비엔날레를 펼친다. 문화 공간 10년후그라운드가 행사의 주요 거점이 될 것이다. 붉은 벽돌로 지은 옛 은성유치원 건물에 자리한 이곳엔 ‘카페 1890’의 농밀한 커피를 홀짝이기 좋은 여행자 라운지와 호남 지역의 물건을 소개하는 ‘여라상점’이 들어섰다. 양림동의 역사가 깃든 기념품 ‘호리두유’와 광양 매실막걸리 같은 호남의 전통주를 한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어 흥미롭다. 축제 기간엔 아트 마켓이나 예술가와 관람객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파티도 열린다.
양림동 터줏대감인 호랑가시나무 창작소는 올해 개소 10주년을 맞았다. 그간 110명에 달하는 작가가 들고 났을 만큼 지역 예술가들의 구심점 역할을 해 온 곳이다. 수령 400년을 자랑하는 호랑가시나무가 자라 ‘호랑가시나무 언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 일대엔 창작소에서 운영하는 문화 공간과 게스트하우스가 모여 있다. 버려진 차고를 개조해 만든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과 경비동으로 사용하던 건물에 들어선 아틀리에 글라스폴리곤, 전시 공간이자 레지던시로 쓰이는 베이스폴리곤까지. 자연과 시간과 빛이 자아내는 아늑한 공기 속에 오래도록 머물고 싶어진다.
<KTX매거진>× MBC 라디오 <노중훈의 여행의 맛>
광주에 다녀온 <KTX매거진>이 MBC 표준FM <노중훈의 여행의 맛>을 통해 독자, 청취자 여러분과 만납니다. 기자의 생생한 목소리로 취재 뒷이야기, 지면에 미처 소개하지 못한 여행 정보를 함께 들려 드립니다.
* 3월 4일 오전 6시 5분(수도권 95.9MHz)
* QR코드를 스캔하면 방송을 다시 들을 수 있습니다.
달콤쌉싸래한 액체를 흘려보내자 별안간 이 도시에서 채집한 풍경들이 폭죽처럼 반짝거리는 기분이다.
밤은 깊어 가고, 축제는 그칠 줄 몰랐다.
북쪽, 축제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광주 북구 용봉동에는 용봉초록습지라 불리는 도심 속 녹지 공간이 펼쳐진다. 그 일대에는 도시를 대표하는 예술 문화 기관이 집합해 있다. 광주역사민속박물관과 광주시립미술관 그리고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이 그 주인공이다. 올해 이곳은 광주에서 가장 북적거리는 구역이 될 것이다. 4월 7일부터 7월 9일까지 광주비엔날레, 9월 7일부터 11월 7일까지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연이어 열리는 겹경사를 맞았기 때문이다.
광주비엔날레를 찾은 김에 도시 북쪽을 기웃거려 보아도 좋겠다. 전시에서 느낀 미적 감흥을 깨트리지 않으면서도, 먹고 마시며 ‘칠링’할 만한 휴식처를 물색한다면 북구 연제동에 위치한 상업예술만 한 곳도 없다. 매달 시각 미술 위주의 새로운 전시를 큐레이션하는 복합 문화 라운지로, 정교하게 제조한 음료와 디저트를 즐기면서 예술적 분위기를 만끽하게 한다. 광주 출신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전국구로 거듭난 구두 브랜드 ‘소보제화’를 비롯해 주얼리 브랜드 ‘넘버에잇트 인 비마이너’, 디자인 소품 브랜드 ‘에브리띵이즈오케이’와 협업해 온 만큼 앞으로가 더 궁금해지는 공간이다.
광산구의 번화가인 첨단지구에는 임방울대로라는, 광주 대표 명창 임방울의 이름을 딴 길이 뻗어 있다. 여기에 ‘당신의 도심 속 오아시스(Your Oasis in the City)’를 표방하는 라운지 OIC가 우뚝 섰다. 어두컴컴한 입구를 지나니 순식간에 남국의 휴양지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하얀 모래사장과 야자수를 보고 있노라면 방금 전까지 번잡한 도심에 발 딛고 섰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라운지 OIC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 중 하나는 음악이다. 귓가에 맴도는 음악이 몸을 이완시키고 흥을 돋우는데, 세 명의 뮤직 디렉터가 플레이리스트를 섬세하게 조율한 결과다. 매달 다양한 테마의 음악을 소개하는 라이브 공연 무대도 탈일상적 감각을 불어넣는 데 한몫한다.
물론 돌아갈 일상이 있기에 여행은 즐거운 법. 떠나기 전, 조도가 낮은 바 자리에 앉아 잠시 목을 축이기로 한다. 달콤쌉싸래한 액체를 목구멍으로 흘려보내자 별안간 이 도시에서 채집한 풍경들이 폭죽처럼 반짝거리는 기분이다. 밤은 깊어만 가고, 축제는 그칠 줄 모른다.
Gwangju, Full of Festivities
Beginning with the Gwangju Biennale this spring, the city will be filled with festivities.
Gwangju is where artistic inspiration spreads like ripples of light in all irections.
Spring must have been busily working to thaw the frozen land and make way for buds and leaves. Likewise, Gwangju must have had its share of struggles to come this far. The springtime splendor has reawakened this fertile land of history and culture.
From Mudeungsan to Sangmu District
Jeungsimsa Temple sits at the foot of Mudeungsan Mountain in Gwangju. Across the stream is a simple building called Chunseolheon House. This is where Heo Baek-ryeon, a great painter of Honam who went by the pen name Uijae, created masterpieces, drank tea, and spent time with his friends. Uijae was keenly interested in reviving the rural economy, and bought an abandoned green tea plantation near the temple. He named it Samae Tea Plantation, and his specialty green tea was Chunseol tea. Chunseol tea and Chunseolheon House played a key role in preserving the local tea culture, allowing it to pass down to younger generations.
Sangmu District in the western part of Gwangju was originally the site of the Sangmudae Military Base, and has undergone many changes to become what it is today. There, I met Yu Jiwon, a young installation artist based in Gwangju. I requested a meeting with Yu in the hopes of appreciating Gwangju from an artist’s perspective. As he shared with me his artistic vision of preserving the discarded traces of life, we walked together to Mugaksa Temple. The new city plan almost caused the temple to be abandoned, but it transformed into an artistic space after Cheonghak took charge as the head monk in 2008. Jijangjeon Hall showcases Suwolgwaneumdo, a stained-glass artwork by Francesco J.R. Lim, and Seolbeopjeon Hall features Banyasimgyeong, a modern altar portrait of Buddha by Hwang Young-sung. The temple’s book café was recently converted into a gallery called Lotus Art Space.
From Yangnim-dong to Cultural Hub
Gwangju has made it twice to the list of UNESCO Creative Cities of Media Arts. If you are a traveler interested in media arts, you must check out the southern part of the city. A good starting point is Gwangju Media Art Platform(GMAP), which serves as the city’s media art hub and strengthens ties between citizens and artists. Next, walk along Gwangjucheon Stream to Yangnim-dong. The 2023 Yangnim Alleyway Biennale will be held in April, the same month as the Gwangju Biennale. The main venue of the Yangnim-dong event will be 10 Years Later Ground. The arts and culture scene in Yangnim-dong cannot be talked about without mentioning Horanggasy Creative Studio, which celebrates its 10th anniversary this year. With a network of 110 artists, the studio has contributed to the development of the creative industry in the region.
With such a packed year ahead, the Gwangju Biennale Exhibition Hall will be bustling with activity. The Gwangju Biennale will be followed by the Gwangju Design Biennale. Other nearby places to visit include Commercial Art, a space for visual arts and culture, and Lounge OIC, a restaurant under the theme of “music dining.” Before leaving the city, I quench my thirst with a drink. As the bittersweet liquid flows down my throat, the sparkling lights remind me of fireworks dancing in the sky. Even as the night deepens, the city’s festive air is here to stay.
광주에서 여기도 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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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길 거리 전일빌딩245
광주 동구 금남로는 일제강점기의 3월 만세운동과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사람들이 집결한 거리다. 금남로1가 1-1번지에 자리한 상징적 건축물인 전일빌딩이 역사를 간직한 콘텐츠 허브 ‘전일빌딩245’로 다시 태어났다. 숫자 245는 이 건물에서 총탄 흔적 245개가 발견됐다는 의미를 지닌다. 1980년 5월 27일 헬기 사격 사건을 다각도로 조명한 멀티미디어 전시는 9~10층에 집약돼 있다. 영상과 설치미술, AR과 VR 등 여러 가지 시각 자료로 사건을 간접 체험하고 역사를 되새기는 뜻깊은 자리다.
문의 062-225-0245 -
즐길 거리 이이남스튜디오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의 작품은 관람객의 마음을 동하게 하는 힘을 지녔다. 유년, 기억, 역사 등 보편적 테마로 대중과 소통을 시도해 온 그가 양림동에 복합 문화 공간 이이남스튜디오를 열었다. 2020년 가을 개관한 이곳은 ‘다시 태어나는 빛-피에타’ 등 작가의 작품을 전시한 공간인 미디어 아트 뮤지엄과 음료∙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미디어 카페테리어, 작가의 작업 공간인 창작 스튜디오로 이루어져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비정기적으로 세미나와 공연 등 문화 프로그램을 개최해 지역 문화계 사랑방 역할을 도맡는다.
문의 062-655-5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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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동명동 나른한 오후
광주를 대표하는 먹거리 중 유독 눈에 띄는 게 하나 있다. 주먹밥이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고립된 광주 사람들은 간편하게 먹기 좋은 주먹밥을 만들어 시민군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것이 5∙18 주먹밥의 역사다. ‘동명동 나른한 오후’에 가면 취나물밥에 불고기를 넣어 정성껏 빚은 ‘광주 주먹밥’을 만난다. 물론 주먹밥만으로 허기를 달래긴 어렵다. 우대갈비와 돼지갈비를 중심으로 구성한 한 상 차림은 정갈하면서도 맛깔스럽고, 벌교 꼬막을 정성껏 손질해 만드는 불고기 꼬막 비빔밥은 감칠맛이 가득하다.
문의 0507-1344-8722 -
먹거리 한옥식당
어딜 가나 거나한 상차림을 맞닥뜨릴 수 있는 고장이지만, 푸짐한 8첩 반상에 냄비가 미어질 만큼 재료를 투하한 불고기 전골을 마주하고 나면 새삼 여기가 광주라는 사실이 실감 난다. 양림동 골목 한편에 자리한 이곳은 한우와 국내산 돼지고기를 엄선해 요리하는 식당으로, 20년 넘도록 2대에 걸쳐 영업 중이다. 다양한 부위별 쇠고기구이와 돼지고기구이, 생고기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지만 뚝배기 비빔밥과 생고기 비빔밥, 돼지고기 주물럭, 한우 사골 떡국과 갈비탕, 애호박 찌개로 이어지는 식사 메뉴도 놓쳐선 안 될 별미다.
문의 062-675-8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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