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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내리는 눈

시처럼 꿈처럼 흩날리는 눈, 눈, 눈. 마을에, 마음에 내린 눈을 찾아 길을 나선다.

UpdatedOn December 2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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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었던 그 사람은
흰 눈 타고 오시네
저녁때, 흰 눈은 퍼부어라
– 김소월, ‘눈 오는 저녁’ 중

강원도 동해_부곡 돌담마을 해안 숲 공원

일제강점기에 항만을 개발하고 철도를 놓느라 스러진 해안 숲을 2007년부터 복원해 지금 모습을 이루었다. 녹음 우거진 공원을 따라 난 호젓한 산책로는 하평해변과 나란히 이어진다. 하평해변은 이미 철도 사진 동호인들 사이에서 출사 명소로 이름 높은데, 동해역과 묵호역 사이 철길을 달리는 기차와 그 너머 펼쳐진 눈부신 바다를 함께 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함박눈이 내리는 겨울날이면 풍경은 더 황홀해진다.

주소 강원도 동해시 부곡동 440-10
문의 033-530-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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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도 잠이 들고
엄마도 잠이 들고

말 없이 소리 없이
눈 내리는 밤.

나는 나하고
이야기하고 싶다.
– 강소천, ‘눈 내리는 밤’ 중

전남 신안_암태도 기동삼거리

암태도라는 이름은 돌이 많고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쌌다는 데서 유래한다. 맛 좋은 쌀과 천사대교로 유명한 암태도가 최근 여행자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건 ‘동백 파마 벽화’라고도 불리는 기동삼거리 벽화의 사랑스러운 존재감 때문이다. 벽화 속 노부부의 머리 위로 자라난 동백나무가 마치 복슬복슬한 파마머리처럼 보여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따금 눈발이 내려앉는 이 계절엔 그 머리카락이 하얗게 센다.

주소 전남 신안군 암태면 중부로 1927
문의 061-261-6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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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송이는 펑펑히 상흔을 두드리며 쏟아져 오고
대지는 만근같이 침묵하여 사람 소리조차 낯이 설었다.
– 신동엽, ‘함박눈 쏟아지는 날’ 중

충남 아산_외암민속마을

싸라기눈 흩날리는 소리만 간신히 들리는 고요한 겨울 아침, 고즈넉한 돌담길 따라 산책을 나선다. 목적지는 외암민속마을. 외암천이 흐르고 설화산이 수호하는 땅이다. 한자리를 500여 년간 지켜 온 명당엔 참판댁, 병사댁, 감찰댁, 참봉댁 등 예스러운 택호를 간직한 고택이 늘어선다. 선비처럼 뒷짐 지고 이 길을 거닐다 보면 잠시나마 시간 여행자가 된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마을 이름은 건재고택에서 태어난 조선 숙종 때 학자 외암 이간의 호에서 왔다.

주소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민속길 5
문의 041-540-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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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 못 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나려,
슬픈 것처럼 창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 위에 덮인다.
– 윤동주, ‘눈 오는 지도’ 중

대구_청라언덕

선교사가 모여 살던 동산동 청라언덕. 푸른 담쟁이덩굴을 뜻하는 이름 ‘청라’가 간직한 싱그러움이 순백의 설경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선교사 스윗즈 주택, 챔니스 주택, 블레어 주택은 각각 선교 박물관, 의료 박물관, 역사 박물관으로 단장해 후세와 만나고 있으며, 대구 최초 서양 의료 기관인 동산의료원 100주년 기념 종탑, 대구 출신 작곡가 박태준의 동요 ‘동무 생각’ 노래비 등이 곳곳에 자리해 도시의 역사를 가늠하게 한다.

주소 대구시 중구 달구벌대로 2029
문의 053-424-6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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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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