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주인공이 지친 표정으로 말한다. “밝을 때 퇴근했는데, 밤이야. 저녁이 없어.” 지난 5월 종영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 등장한 삼 남매의 삶이 시청자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교통이 편리한 서울과 달리 교통편이 덜 갖춰진 지방에서 살아가는 ‘도민’의 애환을 잘 녹여 낸 덕이었다. 서울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것은 큰 부담이 아니지만 그 바깥으로 나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마을버스를 타고 시내로 간 다음, 시내에서 또 버스를 타고 가야 터미널이나 기차역에 도착한다. 몇 번이나 갈아타고 나서야 목적지에 닿지만, 이미 기진맥진이다. 이렇게까지 몰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모든 것을 가진 서울. 서울로 가려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그런데 그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지방으로 터전을 옮기고, 그곳을 알린다. ‘탈서울’을 외치는 사람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갑갑한 서울을 벗어나고 싶은 이들은 한 달 살기나 일과 휴가를 동시에 즐기는 ‘워케이션(work+vacation)’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법을 택한다. 그런 흐름을 놓치지 않고 각 지역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2020년 시작된 경북 문경의 ‘달빛 탐사대’는 문경에서 한 달을 사는 프로그램으로 만 19~45세 청·장년을 대상으로 한다. 프로그램을 마치고 문경에 정착하길 원하면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부산에서는 영도에서 참가자가 원하는 문화 분야의 일을 직접 추진하도록 돕는 한 달 워케이션 ‘내-일의 항해 캠프’를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경남 하동 ‘리빙(RE:BEING) 하동’, 전남 목포 ‘괜찮아마을’ 등 한 달 살기 프로그램이 점점 늘고 있다. 한 달 살기를 지원하는 단체들은 프로그램이 끝난 후 꼭 정착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한다. 참가자에게 그 지역이 제2의 고향이 된다면 그걸로 족하다는 이유다.
지역민으로서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도 적지 않다. ‘공주로운’ 삶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이를 지면에 담아내는 충남 공주의 로컬 매거진 <소쿠리>는 여덟 명의 공주 시민이 편집자다. 모두 지역의 재미, 행복을 찾아 공유하자는 생각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모였다. 매거진에는 공주의 일상을 조금이라도 경험한 사람이라면 공감할 내용이 알차게 담겼다. 인천 로컬 매거진 <스펙타클>도 맛집, 여행지, 문화 공간 등 인천 소식으로 가득 채웠다. 이뿐이랴, 지난 7월에는 서울에 살다가 지방으로 터전을 옮긴 후 문을 연 다섯 곳의 출판사가 힘을 모아 지역 명물 에세이 시리즈 ‘어딘가에는 @ 있다’를 출간했다. 지방에도 사람이 살고 특색 있는 문화가 존재한다. 그들은 당연한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삶의 터전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목소리를 낸다.
서울만이 답이 아니다. 도시가 답답해서, 집값이 비싸서, 휴식이 필요해서, 새로운 곳에서 새 출발을 하고 싶어서…. 지방으로 떠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어떻게 살아가든 자신이 발 딛은 곳, 그 공간의 삶을 사랑하면 된다. 그러니까 서울 밖으로 나가려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만큼, 어쩌면 더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지방에서 삶을 꾸리는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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