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명 신청 사례 이미지 변신
인기 웹 예능 프로그램 <터키즈 온 더 블럭>이 제목을 <튀르키예즈 온 더 블럭>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멋진 결정이다. 이제 ‘터키’는 튀르키예로 불러야 마땅하다. 지난 6월 2일, 공식 영어 표기를 수정해 달라는 튀르키예 정부의 요청이 UN에서 정식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사실 자국민들은 오래전부터 자신의 나라를 ‘튀르크의 땅’이라는 뜻의 튀르키예로 불러 왔다. 튀르크란 오랜 세월 중앙아시아를 점유해 온 민족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용감한’이란 의미를 내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영미권에서는 튀르키예공화국을 지칭하던 터키가 겁쟁이나 실패자를 가리키는 말로 쓰였으니, 그 얼마나 억울한 세월인가. 네덜란드는 2020년 국호 단일화를 통해 ‘홀란트’ 혹은 ‘홀랜드’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여러 개의 국호가 야기하는 혼란을 막고, 12개 지방 중 노르트홀란트와 자위트홀란트를 아우르는 홀란트란 지명이 나라 전체를 대표하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스위스(Switzerland)와 발음이 헷갈리곤 했던 아프리카 남부의 ‘스와질란드’도 2018년 에스와티니라는 새 국호로 거듭났다.
2 개명 신청 사례 역사적 배경
‘실론’이라는 신비로운 이름을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바로 실론티의 본고장, 스리랑카의 옛 이름이다.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으며 영연방에 속했던 실론은 1948년 독립 후 국호를 스리랑카 민주 사회주의 공화국으로 바꾸고, 실론이라는 이름을 지우고자 했다. 아픈 역사를 잊으려는 노력이었을 것이다. 또 한 번 영국에 죄를 물어야겠다. ‘로디지아’는 한때 아프리카 남부 일대를 점거했던 영국 장군 세실 로즈의 이름을 딴 국호다. 이 지역은 오늘날의 짐바브웨로, 1980년에 독립을 선언한 후 과거사를 청산하고자 국호를 공식 변경했다. 그런가 하면 옛 유고슬라비아 연방에서 독립한 ‘마케도니아’는 고대 그리스 왕국의 이름과 같아 그리스인들의 원망을 샀다. 국경을 맞댄 발칸반도의 두 나라, 그리스와 마케도니아는 20여 년에 걸친 분쟁을 이어갔으나 2019년 극적으로 마케도니아의 국호를 북마케도니아로 변경하는 합의안이 통과됐다. 단, 이 합의안에는 북마케도니아가 마케도니아 왕국의 계승국이 아닌, 마케도니아 지방에 위치한 남슬라브계 국가임을 명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3 개명 신청 사례 언어에 맞게
연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던 지난 3월, 우크라이나 정부는 자국의 지명과 인명이 침략국인 러시아어 발음으로 표기되는 상황에 문제를 제기하며 우크라이나어 발음과 가까운 표기로 변경할 것을 전 세계에 요청했다. 이에 따라 국립국어원은 ‘키예프’로 알려졌던 우크라이나 수도를 키이우로, ‘크림반도’로 알려진 지명을 크름반도로 표기하고 기존에 통용된 명칭을 괄호 안에 병기하는 방식을 권고했다. 그보다 앞선 1986년, 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는 국제사회에서 널리 쓰여 온 영어식 명칭인 ‘아이보리코스트’의 사용을 중지하고 코트디부아르로 일괄 통일할 것을 선언했다. 인도 콜카타도 비슷한 예다. 오랜 세월 영어식으로 ‘캘커타’라 알려졌으나, 2001년 벵골어 발음대로 쓴 콜카타로 도시명을 공식 변경했다. ‘이태리’가 아닌 이탈리아, ‘벨지움’이 아니라 벨기에인 것처럼, 영어명 ‘스페인’도 에스파냐로 쓰는 게 낫다. 이 둘은 국어사전에 동의어로 올라 있기에 모두 사용할 수는 있지만, 자국어 표현인 에스파냐가 기본 올림말임을 기억해 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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