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수많은 ‘최초’의 도시다. 1899년 9월 18일 한반도 최초의 열차가 인천과 서울 노량진 구간을 달렸다. 이 땅에 철도도 처음, 기차역도 처음이었다. 1883년 개항한 항구로 다른 나라 문물이 밀물처럼 들이닥쳤고, 인천에는 이 나라 최초의 서구식 공원과 호텔이 문을 열었으며 최초의 극장과 최초의 인공 해수 풀장이 여가 문화를 이끌었다. 최초 우편 업무가 수도와 인천 사이에 이루어졌기에 우체국 또한 인천이 최초다. 철도라는 고효율 수단이 생기고 정치,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인천이라는 도시의 위상이 얼마나 중요했을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근대부터 산업화 시기를 지나 오늘까지 층층의 단면을 간직한 인천은 촬영지로서도 매력이 넘친다. 오랫동안 중심 역할을 담당한 중구는 물론이고 고층 건물군이 미래 도시를 연상시키는 송도와 청라, 거기다 바다와 크고 작은 섬, 공항도 보유했다. 그만큼 많은 작품이 인천을 배경으로 한다. 한국에서 연간 제작한 영화와 드라마 3분의 1이 인천을 찾았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다. 역사, 연인의 설렘, 다양한 만남과 이별의 기쁨과 슬픔, 욕망과 좌절 등 영상 작품의 필수 요소를 표현하기 적합한 장소가 인천 어디엔가는 있다.
서울 위주 사회에서 인천을 대상화하고 다소 어두운 이미지로 담은 작품이 상당수였으나 인천 자체로서 조명하고 그리는 시도도 꾸준히 이루어졌다. 인천 연고 야구팀의 패전 처리 전문 투수가 주인공인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에서는 최선을 다해 승부하되, 지더라도 서로 비난하지 않고 바닷가에서 씩씩하게 함께 웃으면서 달리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이후 사람들은 월미도에서 달고나를 입에 물고 다니고, 드라마 <도깨비>에 등장한 배다리 헌책방 거리를 누비며 장면 속 감동을 새긴다. 풍부한 스토리가 영상 제작자와 여행자를 유혹하는 도시, 인천이다.
이곳에서 촬영했어요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북성포구
상업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스무 살 여성들의 성장기는 애틋했다. 학창 시절 절친했다 해도 세상이 그들을 어디로 데려갈지 모르는 일이다. 영화에서 태희가 지영을 불러내는 장소가 북성포구다. 감독은 바다와 고기잡이배, 공장이 함께하는 풍경이 ‘길들여지지 않는 고양이 같아’ 이곳을 골랐다고 했다. 영화 이후 출사지로도 사랑받고 있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
@월미문화의거리
“피곤해도… 행복하고 싶다. 피곤한데… 행복하다.” 사회에서 생존하고 자기 삶을 살아내려 청춘은 바쁘다. 드라마 작가 진주와 PD 범수가 촬영 장소를 알아볼 겸 찾아간 곳이 월미도. 멀지만 그렇게 멀지 않고, 바다와 놀이공원이 있는 월미도는 막간의 여유와 낭만을 선사한다. 아무리 빡빡한 일상에도 틈새를 비집고 사랑이 싹트듯.
뮤직비디오
<우먼>
@일진전기 인천공장
어린 나이에 데뷔해 평생 대중 앞에서 평가의 시선을 받아야 했던 가수 보아는 직접 작사한 ‘우먼’으로 말했다. “있는 그대로 빛나. 충분히 아름다워.” 텅 빈 공장을 파워풀한 퍼포먼스가 채운다. 아무런 장치 없이도, 오히려 없으니 그가 돋보인다. 일제강점기에 세운 이 공장은 특유의 분위기 덕분에 수많은 영화·드라마·뮤직비디오에 등장 중이다.
드라마
<써클: 이어진 두 세계>
@송도국제도시
작품을 방영한 2017년 현재와 2037년 미래 시점을 교차해 전개하는 드라마는 한국에 드문 SF 드라마를 표방했다. 미래 편에 나오는 대기오염도, 범죄도 손을 뻗치지 못하는 ‘스마트 지구’로 제작진이 고른 촬영지가 송도국제도시. 독특한 디자인의 고층 건물이 늘어선 풍경은 미래 도시를 옮겨 온 것 같다. 마천루와 호수가 어우러져 ‘오늘’ 놀기도 물론 좋다.
<KTX매거진>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