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라디오
2004년 시범 사업으로 공동체라디오가 첫 방송을 내보냈다. 전국 단위 미디어가 다루기 어려운 지역의 안건, 사건, 일상을 주민이 직접 전하는 방송은 때로 유쾌하고 때로 진지하게 마을 사람을 모으고 묶는다. 태풍이나 코로나19 대유행 같은 비상시에 공동체라디오의 발 빠른 ‘지역 밀착’ 콘텐츠가 더욱 돋보이기도 했다. 대부분 5와트 이하 소출력으로 송출해 방송 권역이 넓지는 않지만, 유튜브나 팟캐스트 채널을 개설해 다른 지역에서도 청취가 가능하다. 지난해 신규 사업자 스무 곳을 선정, 개국을 준비 중이다. 공동체라디오에서는 모두가 진짜 이웃이 된다.
경북 영주FM ▶︎ 89.1MHz
“지난주에 은빛대학교 졸업식이 있었잖아요.” “올해는 여덟 분이 4년 개근상을 받으셨어요.” 은빛대학교는 영주의 어르신 대학. <주부 톡톡> 두 진행자가 누군가에겐 일평생 가장 중요했을 날의 소식을 전한다. “여든이 넘은 한 분은 개근이 올해 목표라 하셨거든요.” 이를 이루었다고 진행자가 뿌듯해한다. “어릴 때만이 아니라 나이 들어서도 목표가 있어야겠구나 했어요.” 영주엔 착한 사람만 사는지, 지역 사람의 일상과 따스한 멘트가 흐른다. 80대 열혈 어르신 네 분이 DJ로 나선 <청춘 실버>부터 청소년이 제작하는 <황금시대>까지 방송이 전 세대를 아우른다.
광주시민방송 광주FM ▶︎ 88.9MHz
연애 상담하고, 환경문제를 논의하고, 축구팀 광주FC를 분석·응원하고, 역사 공부하는 청년이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고, 학교 밖 청소년이나 비건 같은 소수자의 목소리도 내보낸다. 이토록 다양한 주제가 광주 북구를 기반으로 하루 평균 아홉 시간 본방송을 꽉꽉 채운다. 격주로 일요일엔 오전 9시에서 밤 12시까지 청소년에게 할애한다. 학교 안팎의 청소년이 마이크 잡고 일상, 진로, 고민, 청소년 정책 등을 말한다. 추억의 가요, 올드 팝과 사연을 전해 사랑받는 <토마스열차>는 2021년 10월에 방송 200회를 맞기도 했다. 작지만 힘센 라디오다.
대구 성서공동체FM ▶︎ 89.1MHz
성서공단이 있는 달서구에는 주민과 이주노동자가 어울려 산다. ‘주민’ ‘이주노동자’라는 간단한 단어가 그 동네 사람의 복잡한 희로애락과 사랑스러운 면면을 어떻게 담을까. 성서공동체FM은 이를 목표로 출범했다. 감삼동의 옛 이름을 딴 <감새미에서 온 편지>는 오랜 주민의 추억담을 소개하고, <라디오 시인보호구역>에서는 이웃과 문학작품을 함께 읽고 소감을 나눈다. 황금 시간대라 할 밤 9시에는 몽골·중국·인도네시아·방글라데시·파키스탄·네팔 이주노동자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소통을 돕는다. 전국 방송이 못하는 일을 지역 라디오가 해내고 있다.
서울 관악FM ▶︎ 100.3MHz
오전 6시, 아직 이른 시각에도 벌써 방송이 한창이다. 어르신들이 기획·진행하는 <쾌지나 청춘>의 DJ 가운데 한 분은 1960년대 민영방송 최초의 여성 아나운서 이성화 선생. 1980년 마이크에서 물러난 그가 칠순 넘어서 스튜디오에 돌아와 추억거리, 요즘 화젯거리를 공유한다. 공동체라디오는 평범하고도 특별한 한 명 한 명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준다. 동네 소식에 집중하는 만큼 재난 방송 역할도 톡톡히 했다. 코로나19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을 당시 약국마다 마스크 현황을 파악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한 관악FM의 활약이 한층 주목받았다.
충북 옥천FM OBN ▶︎ 104.9MHz
지난해 12월 문을 연 따끈따끈한 라디오다. 옥천에 누가 거주하는지, 옥천이 어떤 곳인지 이 라디오를 들으면 알 수 있다. 청소년, 청장년, 어르신 프로그램은 기본이다. 결혼 이주여성이 <우리가 말하는 우리 이야기>를, 네팔 여성과 결혼한 남성이 <옥천을 세계로, 세계를 옥천으로>를 진행한다. 이주민의 일상과 생각을 잘 모르는 우리에게, 이주민과 더불어 지내며 적응기를 통과하는 이에게 이 방송의 유익함은 상상 이상이다. 맛집을 소개하는 <찾아라 맛도둑>도 쏠쏠한 정보다. 옥천 5만 주민을 한 번 이상 방송에 출연시키는 것이 옥천FM의 ‘소박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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