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걷는가, 라는 질문은 우문으로 들린다. 일터에서 돈을 벌거나 시장에서 먹을 것을 사기 위해서는 그곳으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동하지 않는다면 먹고사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질문을 바꿔 보겠다. 인간은 왜 걷기 여행을 하는가. 운전대를 계속 잡는 대신에 완전 자율 주행 버튼을 눌러 자동차를 운행하는 시대가 눈앞에 왔다. 인간이 최소한만 움직이도록 하는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는 지금, 걷기 여행의 의미는 어느 때보다 걷는 행위가 주는 즐거움에 가까워졌다. 탈것에선 느끼기 힘든 산바람과 만질 수 없는 강물과 오래 감상하기 어려운 수평선을, 걷는 동안 느끼고 만지고 새긴다. 걷기 여행에서 발견하는 기쁨은 각자 달라도 유행을 넘어 일상에 스며들었다는 사실은 모두에게 해당하는 현상이다. 전국의 산과 바닷가, 강가와 유적지, 도심에 자그마치 536개, 2188코스, 총길이 2만 3500여 킬로미터의 걷기 여행 길이 놓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걷기 여행 붐은 제주 올레길이 문을 열고 지리산 둘레길이 시범 구간을 개통한 2007년과 2008년 사이 본격적으로 확산했다. 첫해 3000명에 불과하던 제주 올레길 여행객은 2011년 처음 연간 100만 명을 돌파했으며, 이후에도 연평균 100만 명이 방문해 걷기 여행 열풍을 선도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또한 2016년 750킬로미터의 동해안 해파랑길을 시작으로 한반도 둘레를 하나로 잇는 총길이 4544킬로미터의 코리아 둘레길을 조성하는 중이다. 그토록 많은 길을 우리는 왜 걷고 있는가? 한국관광공사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걷기 여행을 한 사람 가운데 60.1퍼센트가 삶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무경험자는 44.7퍼센트만 만족했다. 단순 계산이지만 둘의 차이인 15.4퍼센트를 대한민국 인구 5100만 명에 대입하면 785만 명. 산바람과 강물과 수평선의 기억을 행복하게 간직하는 이가 그만큼 많으며, 그래서 걷기 여행 길에 씨앗처럼 뿌려지는 걸음걸음이 우리의 내일을 더 화사하게 꽃피울 거라 예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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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여행 길 코스 수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걷기, 자전거 코스 통합 여행 정보 시스템 ‘두루누비’에 따르면 2022년 2월 현재 전국에 걷기 여행 길 2188코스가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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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여행 경험자 비율과 기간
한국관광공사가 2018~2020년 진행한 실태 조사 결과 최근 1년 내 걷기 여행 경험자는 2018년 30.9퍼센트에서 2019년 37퍼센트로 증가했다. 2020년엔 코로나19로 국내 여행객 수가 대폭 감소했으나 걷기 여행 경험자는 33.2퍼센트로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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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호하는 야외 여행지와 최근 방문한 걷기 여행지
한국관광공사가 마지막으로 실시한 2020년 실태 조사에서 가장 선호하는 야외 관광지로 걷기 여행 길이 꼽혔다. 걷기 여행에 관심이 많아졌다는 사람도 43.3퍼센트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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