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달
편안한 마음으로 찾는 아담한 주점
옛사람들은 윤달엔 하늘과 땅의 신이 세상을 감시하는 일을 쉬기에 실수를 해도 신이 모른 척해 준다고 믿었다. 이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은 임종옥 대표가 손님이 편하게 전통주를 즐기는 곳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게를 ‘윤달’이라 이름 지었다. 직접 탁주를 빚어서 마실 정도로 임 대표는 전통주에 진심이다. 메뉴 또한 전국 곳곳의 특색 있는 전통주를 마셔 보고 구상했다. 소고기 사태수육 전골은 ‘왜 쇠고기 수육은 없을까’라는 생각에서 개발한 메뉴다. 각종 채소와 쇠고기를 삶은 물과 멸치·디포리 우린 물을 배합해 4시간 끓인다. 삶은 고기를 먹기 좋게 썰어 배추·부추·미나리 등과 함께 그릇에 담은 후 육수를 붓고 홍고추와 쑥갓을 얹어 완성한 요리는 임 대표가 잘 빚은 술의 표본으로 추천한 김포예주와 환상의 짝꿍이다. 고추장 돼지꼬리 구이 역시 손수 연구한 메뉴다. 족발의 탱글탱글함과 닭발의 쫄깃함을 두루 갖춘 돼지 꼬리가 주재료다. 돼지 꼬리를 족발처럼 2시간 삶은 뒤 뼈마디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직화 그릴에 굽는다. 고추장 소스를 발라 칼집을 내면 윤달만의 독특한 안주가 탄생한다. 메뉴와 전통주의 궁합이 임 대표가 들인 정성만큼 훌륭하다.
가격 소고기 사태수육 전골 2만 8000원, 고추장 돼지꼬리 구이 2만 2000원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262-3
문의 010-2548-6725
INFORMATION
윤달을 방문하는 모두에게 웰컴주를 올린다. 서너 가지 주류 중 주문한 안주와 어울리는 술을 제공한다.
수을관
깔끔한 한식 다이닝 바
모던하고 깔끔한 내부가 마치 전시장 같다. 손님에게 서비스할 때 술과 음식을 큐레이팅하는 느낌을 주고 싶다는 전통주 소믈리에 이호진 대표와 11년 요리 경력의 김병수 셰프가 한식 다이닝 바를 차렸다. 가게 이름은 한국 술을 파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아 술의 옛말인 수을을 따서 지었다. 뻔한 요리는 피하되 자주 먹는 재료로 만든 캐주얼한 요리로 한 상을 채운다. 삼계탕을 재해석한 삼계닭은 삼계탕에 들어가는 각종 한방 재료로 육수를 낸다. 토종닭 다리 살로 치킨 룰라드를 만들어 오븐에 구워 닭죽 위에 얹는다. 적당한 당도에 은은한 신맛이 감도는 약주 해월을 더하면 삼계닭과 밸런스가 좋다. ‘돈마호크’ 부위를 사용해 조리한 돼지갈비의 경우 마늘종이 들어간 퓌레와 갈치속젓 크러스트를 곁들인다. 삼겹살을 마늘종 장아찌와 먹거나 갈치속젓에 고기를 찍어 먹는 원리와 비슷하다. 연엽주와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꽈리고추와 계피, 땅콩이 쇠고기 갈빗살과 만난 갈비살 너비아니도 인기가 높다. 여기에 세종에 위치한 양조장 삼원도가에서 만든 호랑호랑19%를 페어링한다. 술의 달달한 향과 감칠맛이 너비아니의 계피 향과 어우러져 여운을 남긴다. 음식을 담는 도자기까지 직접 의뢰할 만큼 세심한 두 대표에게서 전통주와 한식, 손님을 생각하는 진심이 전해진다.
가격 삼계닭 2만 3000원, 돼지갈비 2만 7000원, 갈비살 너비아니 1만 7000원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38길 19
문의 02-6949-0081
INFORMATION
수을관의 두 대표는 사람들이 전통주 하면 탁주만 떠올리는 것이 안타까워 다양한 약주도 준비해 소개한다.
얼쑤
전국 다양한 탁주를 보유한 맛집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정직한 조리법이 모두의 미각을 사로잡는다는 신념으로 음식을 만드는 조성주 셰프. 지역 식재료를 이용한 전통 한식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직접 전통시장을 방문해 재료를 구입한다. 한우 육회는 도축한 지 2~3일 된 홍두깨살을 받아 숙성해 사용한다. 신선하고 차진 육질이 느껴지는 육회에 계절마다 다른 수제 장아찌, 김을 상에 올린다. 간이 잘 밴 육회와 수제 장아찌를 김에 싸 먹고 경복궁 쌀로 빚은 나루 막걸리를 곁들이면 ‘크~’ 소리가 절로 난다. 새꼬막 무침은 경남 남해에서 꼬막을 받아 껍데기를 깐 뒤 자숙한다. 간장과 직접 담근 매실청, 참기름, 다진 마늘 등으로 맛을 입히고 양념 소스와 밥을 섞어 꼬막무침과 함께 낸다. 최소한의 재료로 최대한의 맛을 낸 동해 오징어 김치전은 김치, 쪽파, 양파, 오징어만 넣어 반죽한다. 다양한 막걸리를 마시고 싶다면 네 가지 막걸리를 각각 250밀리리터 용량으로 제공하는 막걸리 샘플러를 주문하자. 조 셰프가 공동대표로 운영하는 서울 신사동 ‘백곰막걸리’에서도 전국 각지의 탁주와 제철 재료로 만든 안주를 맛볼 수 있다.
가격 한우 육회 2만 5000원, 동해 오징어 김치전 2만 4000원, 남해 새꼬막 무침 2만 5000원
주소 서울시 마포구 어울마당로 136-3
문의 070-4136-8897
INFORMATION
전통주의 매력에 빠져 그것과 어울리는 요리를 연구해 온 조성주 셰프가 다양한 술을 맛보고 추천한다.
+Tip
아기자기한 패키지, 향기롭고 독특한 맛을 지닌 전통주에 흥미가 생긴 사람은 서울 홍대 일대를 방문하자. 소소하게 한잔하고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연트럴파크’라 부르는 경의선 숲길 공원과 경의선 책거리를 걷는 여정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수도권전철 홍대입구역에서 15분쯤 걸으면 상수동 카페 거리가 나와 달달한 음료를 마시며 술을 깨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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