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정브르의 동물일기>에 이어 11월에 <정브르의 곤충일기>를 출간하셨어요. 포유류, 파충류, 곤충 등 다양한 생물에 대한 도서를 낸 계기가 무엇인가요?
<정브르의 동물일기>는 동물원 일일 사육사가 되어 다양한 동물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며 현장감을 살리는 내용이 주였고, <정브르의 곤충일기>에는 제가 수년간 곤충을 사육하고 보살피다가 알게 된 정보를 정리했어요. ‘이런 곤충도 있어요’라며 알리고 싶은 생물을 담아서 책을 썼죠. 생물에 관심이 많아도 그들의 활동 패턴이나 사람과 교감할 때 모습 같은 정보는 직접 겪지 않으면 자세히 알기 어렵잖아요. 생생한 현장을 조금이라도 공유하고 싶었답니다.
어릴 적부터 곤충채집을 좋아해 이제는 ‘생물인’이라는 별명까지 얻으셨죠. 가장 기억에 남는 곤충이나 생물 채집에 대한 추억을 들려주세요.
초등학교 4학년 때였어요. 책을 읽다가 처음으로 장수풍뎅이의 존재를 알았죠. 그날 저녁 형과 노란 불빛이 나오는 커다란 손전등을 들고 바로 집을 나섰어요. 인근 공원에 가서 장수풍뎅이가 좋아하는 참나무, 상수리나무를 떠올리며 열심히 수액을 찾아다녔지요. 얼마 되지 않아 한 나무에서 수액을 발견했어요. 어두워지긴 했지만 초저녁이어서 야행성인 풍뎅이나 사슴벌레가 잘 보이지 않았죠.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결국 아무것도 찾지 못했고, 한 시간쯤 지나서 다시 그 나무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그곳에서 넓적사슴벌레 암컷 다섯 마리를 한 번에 발견했어요. 형과 정말 기뻐한 기억이 나네요.
지난해 6월 유튜브 구독자 100만 명을 달성하셨죠. <정브르> 채널이 사랑받는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도시에 사는 사람 대부분은 작은 곤충을 만날 기회가 드물어요. 바쁜 일상에 파묻혀 살아가면 작은 것들을 놓치기 일쑤죠. 간단한 영상으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콘텐츠를 주로 제작하는데요, 그런 제 채널에 오셔서 생물과 교감하는 영상을 보며 잠시 쉬어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일상생활에서 쉽게 보지 못하는 생물을 보여 주는 것, 고단한 일상을 잠시 잊게 만드는 것, 곤충채집이나 생물 사육 영상을 보며 잠시나마 곤충을 사랑하던 어릴 적 추억을 되새겨보게 하는 것 때문에 사랑을 주시는 듯해요.
생물의 특징이나 사육 방식에 대한 콘텐츠 말고도 생물을 구조하러 직접 현장으로 가는 영상도 올리시죠.
인공 구조물로 야생동물이 고통받는다는 사실을 널리 알려야 한다는 마음이 컸어요. 조회 수 460만 회를 기록해 화제가 된 맹꽁이를 구조할 때는 그 근방을 오가던 구독자의 제보를 받아 출동했지요. 직접 가 보니 멸종 위기 야생생물 2급인 맹꽁이 수만 마리가 밟히고 수로에 빠져 죽어 가고 있었습니다. 1차 구조 작업을 하다 방대한 작업량에 구독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많은 분이 와서 도와주셨어요. 사체가 하수구 물과 섞이는 바람에 구조할 땐 냄새가 너무 심했어요. 맹꽁이를 담은 통, 구조할 때 쓴 각종 도구, 살아 있는 맹꽁이의 몸에도 냄새가 밸 정도였죠. 그래도 구독자님들 도움으로 많은 개체를 살릴 수 있었습니다.
구조 작업 후에 느낀 점이 많았겠어요.
사회의 주역으로 성장할 어린 구독자들과 공사·개발 현장에서 근무하는 구독자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려, 이후에도 사람 때문에 생물이 고통받는 일이 줄었으면 하고 생각했어요. 개발 시 근처에 서식하는 보호 대상 생물에 대한 이해는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야생동물 전문가와 함께 모든 생명이 공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갔으면 합니다.
생물 유튜버로서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코로나19 상황이 잠잠해지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생물을 생생하게 담아 보여드리고 싶어요. 목표는 아마존입니다. 위험하기도 하겠지만 언젠간 꼭 가려 합니다. 악어, 아나콘다, 맹금류 등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아마존의 생물과 생태계를 담고 싶어요.
생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겉모습이 징그럽거나 무섭게 느껴져도 두려워하지 마세요. 겉모습과 달리 사람에게 이로운 생물이 많아 알아 가는 재미가 큽니다. 앙증맞고 귀여운 데다 교감까지 가능한 생물도 있어요. 다양한 곤충, 파충류, 양서류, 조류, 어류 등 생물을 하나하나 순수한 마음으로 천천히 들여다보세요. 신기하고 귀여운 생물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답니다.
<정브르의 곤충일기>
곤충의 신비로움을 책으로 전한다. 생물 크리에이터 정브르가 개미,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타란툴라 등을 소개한다. 곤충 상식, 탐구 코너로 곤충에 대한 지식이 넓어지고, 현장감 있는 사진을 보며 곤충의 세계에 빠져든다.
정브르 지음, 서울문화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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