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Style

반복과 절제의 미학, 박서보미술관

2026년 10월 01일

  • EDITOR 김수아
  • PHOTOGRAPHER 봉재석

서울 연희동에 박서보미술관이 들어섰다. 박서보 작가가 말년에 작업한 대형 백색 묘법 작품 세 점을 최초로 공개한다.

지난 8월 한국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를 기리는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작가가 생전에 작업실로 쓰던 서울 연희동 자택 옆에 지하 2층부터 지상 3층까지 약 2000제곱미터 규모로 조성했다. 개관전 <박서보와 흐엉 도딘: 비움 그 충만>에서는 베트남에서 태어나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한 흐엉 도딘의 회화 17점과 박서보의 회화 25점을 함께 소개한다.
전시 공간은 총 세 곳이다. 지하 2층에는 박서보와 흐엉 도딘의 1990년대 작품을 교차 배치했다. 재료와 작업 방식은 달라도 반복과 축적을 통해 화면을 비워 낸다는 점에서 닮은 두 작가의 작품이 한데 어우러진다. 2층은 박서보가 오랜 시간 탐구한 묘법의 흐름을 소개하는 공간이다. 1990년대 말 선보인 흑색 한지 묘법에는 아궁이에 밥을 지으며 아들을 맞던 어머니의 사랑이 담겼고, 2000년대에 시작된 색채 한지 묘법에는 자연이 빚어낸 색에서 위안을 받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스며 있다. 그중 강렬한 붉은색의 ‘묘법 No.100915’는 산을 뒤덮은 단풍을 보며 치유받은 경험이 녹아든 작품이다.
3층 ‘큐브(Cube)’는 박서보미술관의 핵심이다. 높이 8미터의 정사각형 공간에 작가가 미술관 건축을 고대하며 작업한 대형 백색 묘법 작품 세 점이 나란히 서 있다. 내부로 스며드는 자연광에 따라 작품의 깊이가 달라지는 것이 흥미롭다. 한쪽에 자리한 ‘X.K.N.31’은 흐엉 도딘이 박서보에게 바치는 작품이다. 두 개의 나란한 선은 통역 없이도 각자의 예술 세계를 이해했던, 서로를 닮은 두 작가를 의미한다. 개관전은 내년 1월 3일까지 이어지며 입장료는 5000원이다. 티켓 소지자에 한해 무료 도슨트 투어가 가능하다.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24길 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