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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셰프와 떠난 일본 미식 여행

2026년 08월 01일

  • EDITOR 최현주
  • PHOTOGRAPHER 전재호
  • 제작 지원 나고야 중부국제공항, 인페인터글로벌

<흑백요리사 2>에서 부채도사로 얼굴을 알린 김태우 셰프와 함께 일본 중부지방을 여행했다. 테마는 장어덮밥을 포함한 현지의 식문화 탐구. 에도시대 정취를 간직한 다카야마의 아침 시장을 구경하고, 북알프스 아래 게로 온천 골목을 거니는가 하면, 무려 3톤의 돌을 쌓아 된장을 숙성하는 핫초 미소 양조장도 방문했다.

김태우 셰프
장어덮밥 전문점 ‘동경밥상’ 오너 셰프. 2018년에 오픈한 부산 본점이 최근 3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의 빕 구르망에 선정된 것에 힘입어 지난해 제주 애월에 동경밥상 분점을 냈다. 최근에는 부산 광안리 동경밥상 건너편에 호루몬야키(소 내장 요리) 전문점 ‘오코메’도 열었다. 지난해에 방영한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 2에 ‘부채도사’라는 이름으로 참가해 어린 시절 중식당 팔선에서 만난 스승 후덕죽 셰프와 일대일 대결을 펼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에도시대 목조건물이 잘 보존된 기후현의 미노시 거리.

생맥주를 마시며 장어 로드를 구상하다
가라테 도복과 흡사한 조리복에 시원하게 빗어 넘긴 머리, 앙다문 입술과 무심한 듯 정돈된 콧수염. 식재료를 가스불에 찌고 삶고 튀기는 여느 참가자와 달리 스튜디오에 숯을 피워 장어를 굽던 그는, 끝이 거멓게 탄 부채를 앞뒤로 흔들며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 2에 부채도사로 등장한 김태우 셰프 이야기다. 매서운 눈빛과 춤추듯 유연한 동작으로 장어와 한 몸이 되어 가는 그를 보며 처음으로 장어 요리의 세계가 궁금했다. 이후 김태우 셰프를 실제로 만난 건 지난 2월 말, 일본 출장 때였다. 식사 때마다 목젖이 저릿할 정도로 차가운 생맥주를 곁들였고,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장어 요리를 파고들었는지 알게 됐다. “20대 후반에 장어 요리를 배우러 아무 연고도 없는 일본에 갔어요. 도쿄 아카사카에서 8대째 240년 동안 장어 요리를 하는 주바코를 찾아가 대표님한테 받아 달라고 무릎을 꿇었죠. 3일만 시간을 달라고 하더니, 결국 승낙했습니다.” 패기와 열정으로 펄펄 끓어오르던 시절,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을 보며 일본어를 독학했고, 스승인 오타니 신이치로의 가르침을 하늘처럼 받들며 장어 요리에 매달렸다. 그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가운데, 장어 요리를 테마로 일본 여행을 해 보는 건 어떨까 하는 제안이 튀어나왔고, 3개월 후 드디어 김태우 셰프와 함께 나고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마루야 본점의 히쓰마부시 정식. 민물 장어를 찌는 과정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숯불에 구워 자르르한 기름기가 느껴진다.

나고야에서 나고야식 장어덮밥을 먹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나고야 중부국제공항까지는 2시간 남짓. 메이테쓰 특급열차를 타고 30여 분 달려 나고야역에 도착한 일행은 첫 일정으로 마루야 본점을 찾았다. 마루야는 나고야 외에도 도쿄, 오사카 등에 지점을 둔 장어덮밥 전문점. 좋은 식재료와 훌륭한 맛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은 곳이다. 말린 장어 뼈를 안주 삼아 생맥주를 들이켜고 나니 장어덮밥 정식과 장어달걀말이, 장어간조림 등이 줄줄이 테이블을 채운다. 그중 하이라이트는 둥그런 목기에 담긴 장어덮밥. 이전에 보던 사각 용기의 장어덮밥과 달라 고개를 갸웃하자 김태우 셰프가 설명해 준다. “민물 장어를 주재료로 하는 일본의 장어덮밥은 도쿄식 ‘우나주’와 나고야식 ‘히쓰마부시’로 나뉘어요. 담음새는 물론 장어 손질법과 조리 과정도 다르죠.” 마루야는 히쓰마부시 전문점. 히쓰는 둥근 나무 그릇, 마부시는 ‘섞다’라는 뜻으로, 잘게 썬 장어구이를 밥에 섞어 먹는 방식이다. 김태우 셰프가 주바코에서 배운 장어덮밥은 우나주에 해당한다. 우나주는 우나기(장어)와 찬합을 뜻하는 주바코(重箱)의 합성어로, 사각 나무 찬합에 밥을 깔고 그 위에 통장어구이를 올려 낸다.
그 맛은 과연 어떨까. 진한 갈색의 장어구이를 한 조각 맛본 김태우 셰프가 말을 잇는다. “우나주는 손질한 장어를 초벌구이한 다음 한 번 쪄서 기름기를 빼는데, 히쓰마부시는 장어를 처음부터 끝까지 불에 구워 완성해요. 히쓰마부시에서 장어의 기름기가 더 많이 느껴지는 건 그 때문이죠. 살이 통통한 장어를 잡내 없이 잘 구운, 아주 맛있는 히쓰마부시입니다.” 듣고 보니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장어덮밥이 더욱 먹음직스럽게 느껴진다. 히쓰마부시를 맛있게 먹는 4단계 방법. 그의 안내에 따라 시식에 돌입했다. 먼저 장어덮밥을 4등분할 것. 그중 처음의 4분의 1은 장어덮밥 그대로의 맛을 음미하고, 다음 4분의 1은 깻잎이나 고추냉이를 더해 맛의 변주를 시도한다. 그다음 4분의 1은 육수를 자작하게 부어 국밥처럼 먹고, 마지막 4분의 1은 앞의 세 방법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착실히 따라 해보니 마치 세 종류의 장어덮밥을 먹는 듯 서로 다른 맛이 느껴진다.
히쓰마부시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 뒤 찾은 곳은 기후현 미노시. 나고야역에서 JR 특급열차를 타고 JR 미노오타역에서 하차 후, 나가라가와 철도로 환승해 30분쯤 더 가니 미노시역에 닿았다. 이곳에서 우리가 찾은 곳은 일본의 전통 종이 ‘미노 와시’ 공예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와시노미세 시유(和紙の店 紙遊)였다. 무려 1300년의 역사를 간직한 미노 와시는 색이 곱고 질긴 데다 은은하게 빛을 투과해 전등갓이나 부채, 미닫이문 재료로 널리 쓰였다. 주바코에서 처음 장어 요리를 배울 때부터 부채를 사용한 김태우 셰프에게도 흥미로운 장소. 두 팔을 걷어붙인 그가 물에 녹인 닥나무 섬유를 대나무 발에 한 겹 두 겹 쌓아 세상에 단 하나뿐인 수제 종이를 완성했다.
다음 목적지는 기후현 다카야마. 미노시에서 1시간 반 정도 북동쪽으로 달리니 ‘일본의 지붕’이라 불리는 북알프스 아래 에도시대의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한 도시가 모습을 드러낸다. 해가 뉘엿뉘엿 저무는 시간,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산마치스지를 걸으니 맑은 공기가 폐 속 깊숙이 파고든다. 오늘의 저녁 식사 장소는 다카야마에서 난 제철 식재료로 창의적인 메뉴를 선보이는 ‘무쿠(Mukū)’로 정했다. 이곳의 오너 셰프는 일본 도쿄를 비롯해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실력을 쌓은 모리모토 다이치. 고향인 다카야마로 돌아와 소규모 레스토랑을 연 그는 단맛이 진한 햇양파와 저장 감자 등 다카야마산 채소에 멧돼지나 사슴 등 평소 접하기 쉽지 않은 육류를 매칭해 특별한 다이닝을 선보인다. 근사한 내추럴 와인을 곁들여 다카야마의 맛을 탐구하는 시간. 김태우 셰프의 얼굴이 기분 좋게 달아올랐다.

매일 오전 7시부터 정오까지 문을 여는 미야가와 아침 시장. 다국적 여행자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산마치스지엔 감각적인 메뉴를 내는 레스토랑이 많다.

에도시대 정취 깃든 다카야마와 게로 온천
다음 날 오전, 본격적으로 다카야마 탐험에 나섰다. 가장 먼저 발길을 옮긴 건 오전 7시부터 정오까지 5시간만 운영하는 미야가와 아침 시장이다. 미야가와강을 따라 가지바시 다리부터 야요이바시 다리까지 약 350미터 거리에 시장이 형성되는데, 일본인은 물론 다국적 여행자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몰려와 인산인해를 이룬다. 반바지에 스니커즈, 선글라스로 시원하게 멋을 낸 김태우 셰프도 카메라를 둘러메고 시장 구경에 나섰다. 상점과 길거리 좌판이 어우러진 아침 시장에는 인근 농가에서 재배한 제철 농산물과 옻칠 공예품, 다카야마 전통 인형 사루보보 등 발길 닿는 곳마다 볼거리가 넘쳐난다. 설탕을 넣지 않고 간장 소스만 발라 구운 미타라시 당고, 밥을 거칠게 으깨 타원형으로 만든 후 된장, 호두, 깨 등을 넣어 숯불에 구운 고헤이모치, 다카야마산 최고급 소고기인 히다규를 숯불에 구운 히다규 꼬치구이도 여행자의 발길을 붙든다. 이 중 가장 시선을 끄는 건 히다규 꼬치구이. 조리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셰프가 깍둑썰기한 히다규를 수시로 뒤집으며 정성껏 구워 주는데, 육즙과 기름기가 자르르 흐르고 소금 간이 기막히게 맞아떨어져 한 조각 입에 넣으면 아침부터 생맥주 생각이 간절해진다.
마치 축제와도 같은 미야가와 아침 시장의 열기를 만끽한 후 미야가와강을 따라 산마치스지로 향했다. 다카야마가 전 세계 여행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는 에도시대 목조건물이 길게 늘어선 이 거리의 독특한 풍경 덕분이다. 검은색 외관에 격자무늬 창이 고혹적인 건물들에 지금은 개성 넘치는 카페와 레스토랑, 기념품점 등이 들어섰다.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산마치스지를 활보하다 마지막 코스로 후나사카 양조장을 찾았다. 이곳은 북알프스의 맑은 물과 최고급 쌀로 사케를 빚는 200년 전통의 술도가다. 2층 규모의 제법 큰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후나사카 양조장에서 빚은 사케를 판매하는 매장이 나오고, 안쪽으로 사케 시음 공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현금을 코인으로 바꿔 사케 잔을 구매한 후 디스펜서를 이용해 원하는 사케를 골고루 시음했다. 한 손엔 사케 잔, 다른 손엔 코인을 쥔 김태우 셰프의 발걸음에 점점 흥이 붙는다.
그다음 향한 곳은 게로 온천. 다카야마에서 특급열차를 타고 남쪽으로 45분 달려 게로역에 도착하니, 북알프스의 웅장한 산세와 후지산을 닮은 나카네산이 병풍처럼 펼쳐지고 그 앞으로 히다강의 맑은 물줄기가 흐른다. 장쾌하면서도 아늑한 풍광이다. 최근 전면 리뉴얼을 마쳐 200년 동안 간직한 전통미에 모던함까지 갖춘 료칸, 야마가타야에 짐을 풀고 온천욕을 즐겼다. 게로 온천의 온천수는 수소 이온 농도 지수(pH) 9 이상의 알칼리성에 미네랄·가스·고형 성분이 거의 없는 단순 온천수로, 피부를 매끈하고 촉촉하게 만들어 준다. 싱그러운 숲이 액자처럼 걸린 야외 온천탕에 몸을 담그니 피로가 스르르 풀리면서 비누칠을 한 듯 피부가 매끄러워진다. 김태우 셰프도 한결 산뜻해진 얼굴이다. 컨디션을 가뿐하게 회복한 후 야마가타야 건너편에 있는 유노마치 거리를 산책했다. 평지와 언덕이 부드럽게 이어지며 깨끗하게 정돈된 골목을 걷다 보니 드문드문 야외 족욕장이 보이고, 온천과 개구리를 콘셉트로 한 푸딩·아이스크림·카레빵 등을 파는 가게가 연이어 등장한다. 게로(Gero)라는 지명은 일본어로 개구리가 우는 소리 ‘게로게로’와 유사한 데서 착안한 것. 개구리 조형물은 기본, 개구리 캐릭터가 그려진 수건·양말·티셔츠가 쉽게 눈에 띄고 개구리 신사도 보인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저녁, 골목 어디선가 ‘게로게로’ 하는 개구리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북알프스의 맑은 물과 최고급 쌀로 사케를 빚는 200년 전통의 후나사카 양조장. 디스펜서를 이용해 원하는 사케를 골고루 시음할 수 있다.
1337년에 창업한 양조장, 마루야 핫초 미소. 직경 2미터, 높이 2미터의 삼나무 통에 무게 3톤의 돌을 올려 깊고 진한 맛의 핫초 미소를 만든다.

핫초 미소, 그리고 민물 장어 대가와의 만남
이튿날 아침 야마가타야에서 아침 식사를 든든히 한 후 아이치현 오카자키로 향했다. 일본의 전통 장 문화를 공부하기 위해서다. 1300년대부터 콩 된장을 담가 온 핫초 미소 양조장 두 곳이 아직 남아 있다는 말에 남쪽으로 쉼 없이 2시간을 달렸다. 그런데 핫초가 무슨 뜻일까. 그 비밀을 풀기 위해선 오카자키성의 위치부터 살펴봐야 한다. 에도 막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태어난 오카자키성에서 서쪽으로 핫초(八丁), 약 870미터 떨어진 곳에 핫초 마을이 있는데, 이곳에서 처음 콩 된장을 만들기 시작해 ‘핫초 미소’로 불리게 됐다. 오카자키성을 방문해 천수각 최상층 전망대에 오르니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곳에 핫초 마을이 보인다. 아이치현을 비롯해 혼슈 중부지방에서 즐겨 먹는 진한 초콜릿색의 핫초 미소, 그 맛과 탄생 과정이 더욱 궁금해진다. 오카자키성에서 도보 12분 거리, 먼저 마루야 핫초 미소를 찾았다. 1337년에 창업한 이곳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핫초 미소 양조장이다. 69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옛날 방식 그대로 전통의 맛을 지키는 마루야 핫초 미소는 현재 전 세계 20여 개국에 핫초 미소 제품을 수출한다. 이시하라 도모야스 영업부장의 안내를 받으며 양조장에 들어서니 커다란 나무통 위에 묵직한 돌이 피라미드처럼 쌓여 있는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직경 2미터, 높이 2미터의 삼나무 통과 무게 3톤에 달하는 이 돌들이 핫초 미소를 만드는 핵심 도구이자 맛의 비결이에요. 쌀 누룩이나 보리 누룩을 일절 섞지 않고 콩과 물, 소금만 넣어 2년간 숙성하는데, 삼나무 통에 밴 균이 깊고 진한 된장 맛을 만들어 줍니다.” 삶은 콩을 뭉쳐 만든, 한국의 메주 같은 덩어리들을 극한까지 압축해 맛을 뽑아내려면 돌을 쌓는 방식도 매우 중요하다. 경력 10년 이상의 장인이 맨 아래부터 꼭대기까지 각 층에 맞는 돌을 골라 정교하고 균형감 있게 쌓아 올려야 한다. 단순하지만 땀과 인내가 필요한 작업이다.
마루야 핫초 미소 옆에는 1645년에 창업한 가쿠큐 핫초 미소가 자리한다. 전국시대 이마가와 가문의 가신이었던 하야카와 가문의 선조가 오카자키에 정착해 된장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시초다. 1920년에 지은 양조장에 들어서자 실물 크기 인형이 옛날 방식으로 된장을 만드는 모습이 재현되어 있다. 핫초 미소 가루를 곱게 뿌린 소프트아이스크림으로 가볍게 입맛을 돋운 후 미소니코미 우동을 먹으러 다이쇼안 가마하루 본점으로 향했다. 1913년에 창업한 다이쇼안 가마하루는 단단하고 졸깃한 가마아게 우동의 원조. 진한 핫초 미소 국물에 가마아게 우동을 넣어 뚝배기에 끓인 미소니코미 우동을 한 젓가락 먹으니, 겹겹이 증폭되는 감칠맛과 함께 폭신하면서도 탱글한 식감에서 100년 세월의 강한 내공이 느껴진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나고야에서 독보적인 명성과 인기를 누리는 스미야키 우나후지. 기본 2시간은 대기해야 이 집의 히쓰마부시를 맛볼 수 있지만, 취재 팀의 요청에 흔쾌히 응해 준 미즈노 나오키 대표 덕분에 귀한 기회를 얻었다.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스미야키 우나후지가 이토록 큰 명성을 얻은 이유는 특별한 장어를 쓰기 때문. 일반 장어보다 30퍼센트 크고 기름진 장어를 사용하는데 이는 일본 전체 장어 생산량 중 20퍼센트에 해당한다. 또한 아이치현과 생산자가 함께 특허기술로 개발한 브랜드 장어, ‘아오이 우나기’도 사용한다. “우리가 음식점에서 먹는 민물 장어는 99퍼센트가 수컷이라고 봐야 해요. 장어는 성장 과정에서 주변 환경과 서식 밀도에 따라 암수가 결정되는데, 경쟁이 치열한 양식 환경에서는 암컷이 살아남을 확률이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죠.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이소플라본이 든 먹이를 2~3개월 먹여 암컷 장어를 키워 냈습니다.”
이소플라본은 여성호르몬과 유사해 ‘식물성 에스트로겐’이라 불리는 성분. 암컷 장어는 수컷 장어와 달리 육질이 부드럽고 기름기가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58년 경력의 82세 장어 전문가 미즈노 대표가 김태우 셰프를 주방으로 안내해 장어 굽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한눈에 봐도 살이 통통하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모습. 정성껏 구운 히쓰마부시를 맛보니, 역시 명품 중의 명품이다. 송이버섯을 닮은 장어간구이까지 소복이 올린 히쓰마부시를 사이에 두고 어느새 친구가 된 두 사람. 40년 세월도 가뿐히 넘게 하는 장어의 힘이다.

아이치현의 히쓰마부시 전문점, 스미야키 우나후지. 82세의 민물 장어 전문가 미즈노 나오키 대표가 김태우 셰프를 주방으로 안내해 장어 굽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1913년에 창업한 가마아게 우동의 원조, 다이쇼안 가마하루의 미소니코미 우동.
역사 안팎이 온통 마리메꼬 제품으로 채워진 미야코다역. 열차의 커튼과 헤드 커버도 마리메꼬 패브릭으로 꾸몄다.
나고야식 장어덮밥과 동경식 장어덮밥의 장점을 모두 갖춘 우나기 치구사의 오쿠하마나코식 장어덮밥.

오쿠하마나코식 장어덮밥을 먹다
다음 날 아침, 여행 속 여행처럼 색다른 기분을 느끼기 위해 시즈오카현 하마나코로 향했다. 목적지는 일본 정부가 ‘국제 수변 사이클링 로드’ 중 하나로 선정한 하마나코호. 호수 한가운데 우뚝 선 붉은색 도리이(鳥居)를 배경으로 가볍게 사이클을 즐긴 후 미야코다역을 찾았다. 하마나코의 북부 내륙을 달리는 열차, 덴류하마나코선을 타기 위해서다. 기차 여행의 설렘을 안고 도착하니, 역 안팎이 온통 마리메꼬 세상이다. 대합실 한편에는 컵과 접시, 의자, 테이블까지 모두 마리메꼬 제품인 미야코다 역 카페도 들어섰다. 시골의 낡은 간이역과 북유럽의 화려한 미감이 어우러진 독특한 분위기. 신기한 눈으로 한참을 둘러보다 신조하라행 열차에 오르니, 차내 커튼과 헤드 커버도 모두 마리메꼬 패브릭이다. 눈도 마음도 환해지는 기분. 아기자기한 집과 싱그러운 숲, 잔잔한 호수를 감상하며 달리다 오쿠하마나코역에 내렸다.
역에서 도보 8분 거리에 이번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인 우나기 치구사가 있다. 바로 앞에 바다처럼 드넓은 오쿠하마나코 호수가 펼쳐진 우나기 치구사는 관서 지방에서 보기 드물게 우나주 조리법을 채택한 곳이다. 초벌 장어를 한 번 찌는 과정을 거치는 것. 그러면서도 꼭 우나주라고는 할 수 없는 이곳만의 장어덮밥을 선보인다고 하니, 과연 그 맛이 어떨지 궁금하다. 오후 햇살이 깊숙이 스며든 창가 자리에 앉아 장어덮밥을 주문했다. 그사이 감사하게도 주방을 볼 기회가 주어졌는데, 1981년 창업 멤버들이 45년간 동고동락하며 70대를 맞은 모습이 정겨워 보인다. 섬세한 손놀림으로 장어를 굽는 대선배의 노련함. 두 손을 공손히 모은 채 노장의 움직임을 살펴보는 김태우 셰프의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다. 주방 견학을 마친 후 드디어 우나기 치구사의 장어덮밥을 먹는 순간, 조금 전 나카노 겐타로 대표가 한 말이 대번에 이해가 된다. “부드럽고 고소한 나고야식과 바삭하고 향긋한 동경식 장어덮밥을 동시에 먹는 느낌이랄까요. 저희는 우나기 치구사의 장어덮밥을 오쿠하마나코식이라고 부릅니다.”
정해진 틀을 따르기보다 나만의 길을 찾는 것. 김태우 셰프의 눈빛이 두 배는 더 날카로워진 걸 보니, 동경밥상의 장어 요리가 앞으로 세 배는 더 맛있어질 것 같다.

나고야 중부국제공항
일본 혼슈 여행의 시작점. 공항에서 특급열차나 버스를 타면 아이치현, 기후현, 미에현, 시즈오카현, 시가현, 나가노현, 후쿠이현, 도야마현, 이시카와현 등 9개 현에 편하게 도착한다. 현재 김포국제공항(피치 항공), 인천국제공항(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제주항공), 김해국제공항(대한항공, 진에어), 청주국제공항(에어로케이)에서 나고야행 항공편을 각 항공사가 매일 1~2회 운항한다.
홈페이지 www.japannagoy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