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원주 당일치기 나들이

2026년 08월 01일

  • WRITER 이지혜(헤이! 트래블 기자)
  • PHOTOGRAPHER 봉재석
  • ILLUSTRATOR 조성흠

주인의 뚜렷한 취향을 담은 책방부터 젊은 창업자들로 활기를 되찾은 전통 시장까지, 강원 원주에서 알찬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당일치기 코스를 추천한다.

독립 창작자들의 놀이터
무용담 예술상점

중앙시장 2층, 미로 같은 복도를 헤매다 보면 마법처럼 나타나는 비밀 기지가 있다. 이름 그대로 ‘쓸모없어 보이지만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나누는 공간, 무용담 예술상점이다. 거친 시멘트 벽면을 배경으로 예술가들의 작업물과 소품이 저마다 목소리를 내며 방문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무용담 예술상점은 대량생산한 기성품이나 특산품이 아닌, 대표가 전국 각지에서 선별한 일러스트 엽서, 포스터, 문구류, 오브제 등 독립 창작자들의 기획 상품과 빈티지 물건이 주를 이룬다. 공간 분위기를 단숨에 바꾸어 놓는 인센스 스틱과 다채로운 형태의 캔들 등 향(香) 관련 제품도 이곳의 시그너처다. 매장 규모는 크지 않지만, 브랜드와 품목이 세분화되어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주기적으로 새로운 작가의 작업물이 입고되어 언제 방문하더라도 특별한 영감이 샘솟는다.
주소 강원 원주시 중앙시장길 6
문의 0507-1398-1591

예쁜 그릇에 올린 계절 디저트
아토하우스

아기자기한 감성 카페들이 밀집한 단계동 카페 거리에 지난 4월 카페 아토하우스가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서면 군더더기 없이 단정한 인테리어와 나무 가구, 은은한 조명이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아토하우스의 시그너처 메뉴는 제철 과일을 아낌없이 넣은 디저트와 샌드위치. 바닐라빈 판나코타에 생망고와 직접 만든 망고청을 더한 생망고 판나코타와 멜론을 통째 올린 생멜론 케이크는 여름 한정 메뉴다. 감각적인 그릇과 소품도 아토하우스의 매력 중 하나. 안목이 남다른 대표가 서울과 경기 이천 등에서 발품 팔아 고른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알고 보니 아토하우스는 카페 겸 편집숍이었던 것. 음식을 담아내는 그릇을 판매하기도 해 이곳에서 바로 쇼핑도 가능하다.
주소 강원 원주시 이화4길 57
문의 0507-1327-5244

취향 뚜렷한 소설 덕후의 서가
바름책방

원주시 원동의 고즈넉한 골목에 3년째 은은한 불빛을 밝히는 동네 책방이 있다. 자칭 소설 덕후 대표의 뚜렷한 취향이 반영된 곳, 바름책방이다. 서가에 꽂힌 책은 소설과 시집, 성인용 그림책이 주를 이룬다. 바름책방에는 이곳만의 규칙이 존재한다. 작가의 노동을 존중하기 위해 우선 책을 구입한 뒤 자리에 앉아 읽어야 하는 것. 단, 카운터 아래 스티커가 붙은 책은 누구나 편안하게 꺼내 볼 수 있다. 바름책방은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지역 주민들의 지적 교류의 장이기도 하다. 매주 수요일에는 인문학 책 독서 모임이 진행되고, 목요일에는 혼자 도전하기 힘든 두꺼운 고전이나 철학서를 함께 소리 내어 읽는 벽돌책 낭독 모임이 열린다. 조만간 고전을 주제로 한 새로운 읽기 모임을 시작할 예정이다. 낡은 원목 의자에 앉아 책장 넘기는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시간을 잊은 채 오래도록 이 방에 머물고 싶어진다.
주소 강원 원주시 무실로55번길 28
문의 0502-1922-0338

원도심 골목에 분 새바람
미로예술중앙시장

1950년대 오일장으로 시작한 중앙시장은 오랫동안 지역 경제의 중심이었다. 복잡하게 이어지는 골목과 낮은 천장, 손때 묻은 계단은 옛 시장 모습 그대로다. 한때 강원 영서권을 대표하는 시장이었지만, 대형 유통 시설이 들어서고 생활권이 바뀌면서 점차 쇠퇴했다. 중앙시장이 활기를 되찾은 건 2016년 청년몰 조성사업으로 젊은 창업자들이 2층 상가에 정착하면서다. 가·나·다·라 네 동의 상가가 미로처럼 연결되어 이곳에 처음 온 사람이라면 길을 헤매기 십상이다. 바로 그런 독특한 구조에서 시장 이름에 ‘미로’가 붙었다. 미로예술중앙시장의 골목을 걷다 보면 개성 넘치는 식당과 감각적인 카페, 뚝심 있는 수공예 공방과 셀렉트 숍이 여행자의 발길을 붙든다. 가죽을 자르고 바느질하는 소리, 도자기 물레를 돌리는 소리, 천연 비누 향이 골목을 가득 채운다. 원데이 클래스도 활발히 운영해 나만의 작품을 남길 수 있다. 골목 곳곳에 자리한 벽화와 조형물은 길을 안내하는 훌륭한 이정표가 된다.
주소 강원 원주시 중앙시장길 6
문의 033-743-2580

3대를 이어 온 추억의 맛
원주김치만두

중앙시장과 자유시장 일대를 걷다 보면 김치만두를 파는 식당이 쉽게 눈에 띈다. 한국전쟁 이후 구호물자로 들어온 밀가루에 강원도에서 흔히 먹던 배추와 두부를 넣어 빚은 만두가 지금까지 이어졌다. 원주김치만두는 1970년에 문을 열어 3대째 가업을 잇는 곳으로 현지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수제 만두피 속에 절인 배추와 두부로 만든 소를 넉넉히 넣어 깔끔한 맛을 낸다. 메뉴는 찐만두, 튀김만두, 만둣국, 칼만둣국. 이 중 가장 인기 있는 건 찐만두(건진만두)로, 만두피의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다. 구호물자에서 비롯된 소박한 음식이 수십 년 세월을 거치며 지역의 고유한 식문화로 정착한 것이 흥미롭다.
주소 강원 원주시 중앙시장길 31-2
문의 033-745-3848

천년 한지의 숨결을 만나다
원주한지테마파크

원주를 이야기할 때 한지를 빼놓을 수 없다. 예부터 원주는 한지의 주원료인 닥나무가 자라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고장이었다. 겨울의 혹독한 추위는 닥나무의 섬유질을 질기고 단단하게 다지고, 치악산의 맑고 깨끗한 물은 종이의 빛깔을 곱게 만들었다. 조선 시대 왕실에 바치던 우수한 품질의 원주 한지. 그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며 현대의 쓰임을 탐구하는 곳이 원주한지테마파크다. 1층 한지역사실은 한지 역사와 선조들의 생활 속 한지의 쓰임을 살펴보는 공간. 한지의 탄생과 출현, 우리 민족의 지혜와 멋, 세계의 종이 등 6개 테마로 구성된다. 기획 전시실에서는 수묵 작업으로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한 유준, 이선복 작가의 독창적인 한지 작품을 감상한다. 체험실에서는 물에 푼 닥나무 섬유를 걷어 올려 직접 한지를 떠 볼 수 있다. 야외로 나서면 한지를 활용한 조형물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데, 매년 이곳에서 원주한지문화제가 열린다. 1층 기념품점에서는 전통 한지로 만든 조명과 부채 등 일상에서 쓰기 좋은 물건을 판매한다. 실내에 카페도 있어 관람 후 잠시 쉬어 가기 좋다.
주소 강원 원주시 한지공원길 151
문의 033-734-4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