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동쪽 끝자락에 떠 있는 신비의 섬 울릉도로 떠났다. 대자연의 기운을 담은 리조트, 코스모스 울릉도에 머무르며 잃어버린 활력을 되찾고 마음을 새롭게 다졌다.


달력을 보니 어느새 한 해의 절반이 지났다. 새해를 맞아 다짐한 것들은 잊혔고, 체력과 열정도 소진된 상태였다. 재충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여행지를 물색하던 중 코스모스 울릉도에 다녀온 방문객의 후기를 발견했다. 동양의 음양오행 사상을 기반으로 설계한 이 리조트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독창적인 건축미로 오픈할 때부터 화제를 모았다. 2017년에 개장한 빌라 코스모스와 빌라 떼레로 각종 건축·디자인 상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새로운 리조트 빌라 쏘메를 공개했는데, 이곳에서 운영하는 순환 상생 프로그램이 진정한 회복으로 가는 지름길처럼 느껴졌다. 매력적인 숙소는 여행지를 선택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기도 한다. 경북 울릉도에서 부정적 에너지를 비워 내고 맑은 기운을 채워 오기로 했다.


대자연의 기운을 받으러 울릉도로 가다
울릉도행 배가 드나드는 주요 항구는 강원 동해와 경북 포항에 있다. 포항에서 출발하기로 한 건 흔들림이 적다는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가 지난 4월에 운행을 재개했기 때문이다. 새벽 기차를 타고 포항역에서 내린 뒤 포항여객선터미널로 이동해 오전 9시 50분에 출항하는 배에 올랐다. 캡슐처럼 독립된 공간인 퍼스트석에 기대어 눈을 감으니 멀미 걱정이 무색하게 금세 곯아떨어졌다. 도착을 알리는 안내 방송에 정신을 차리고 도동항에 내리자 깃발을 든 가이드와 하늘을 나는 갈매기가 여행객을 반긴다. 북적이는 항구 풍경을 감상하고 해안 길을 거닐다 보니 코스모스 울릉도에서 보낸 차량이 도착했다. 다정한 환영 인사와 함께 물수건, 용출수, 간식 키트를 건네받았다.
구불구불한 해안 도로를 지나 목적지에 다다르자 우뚝 솟은 송곳산이 시선을 압도한다. “송곳산과 성인봉, 나리분지의 기맥이 모이는 이곳은 음양이 조화를 이루는 명당으로, 대자연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품고 있어요.” 총지배인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선 빌라 쏘메에는 비경을 뽐내는 울릉도 산봉우리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담겼다. 김찬중 더시스템랩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빌라 쏘메가 송곳산에서부터 이어지는 산등성이와 연결되도록 설계했고, 울릉도 전통 가옥인 너와집을 모티브로 건축물을 구상했다. 10개의 오션 뷰 객실은 향, 설, 운, 순이라 이름 붙였다. 이 중 해안 암벽 위 해풍의 진기를 받은 석향에서 영감을 받은 향 객실에 이틀간 머물기로 했다.



비우고 채우는 순환 상생의 여정
코스모스 울릉도에서의 모든 여정은 순환 상생의 기회(木), 성공(火), 행복(土), 건강(金), 풍요(水)를 경험하는 과정이다. 웰컴 티 세리머니도 마찬가지다. 울릉도 식재료로 블렌딩한 아로니아차와 다식을 즐긴 뒤 오행 펜던트 중 행운과 번영을 의미하는 ‘기회’에 해당하는 팔찌를 골라 착용했다. 이벤트 룸인 ‘룸 떼레’로 장소를 옮겨 나만의 오행주도 빚었다. 알코올 도수가 30도인 담금용 술에 사과, 레몬, 계피, 레몬그라스를 넣고 비정제 원당으로 당도를 조절해 기회주인 애플 시나몬주를 만들었다. “울릉도 송곳산의 좋은 기운을 담아 숙성시킨 뒤 보내 드릴게요.” 한 달 뒤에 받을 섬의 기운을 상상하니 뿌듯함이 차올랐다.
오후 6시,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 래코드와 협업 제작한 관내복을 입고 1층에 위치한 레스토랑 ‘라 울’로 내려갔다. 라 울에서는 울릉도에서 난 최상의 제철 식재료를 사용해 순환 상생의 철학이 담긴 보양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낸다. 울릉 컨템퍼러리 요리를 지향하는 구진광 총괄 셰프는 사찰 음식을 기반으로 한 비건 코스도 새롭게 선보였다. 이날 준비한 일곱 코스 중 가장 인상적인 요리는 동해 바다를 형상화한 푸른 그릇에 담아낸 전복구이다. 송곳산을 모티브로 한 오브제가 보는 재미를 더한다. 전복에 내장 소스를 얹어 맛을 보자 입안 가득 고소한 풍미가 느껴져 다음 요리가 기대된다. 독도 새우, 뿔소라, 해초류에 라임 폼을 올려 완성한 요리 ‘라울의 바다’도 울릉도의 건강한 맛을 제대로 보여 준다. 통창 너머로 펼쳐지는 붉은 노을과 함께 마스카르포네 크림치즈를 활용한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식사를 마쳤다.
첫째 날 여정의 마무리는 스톤테라피다. 마지막 입장이 오후 8시라 서둘러 테라피복으로 갈아입고 지하 1층 ‘르 플로’로 향했다. 스톤테라피는 천연 암석인 테라스톤에서 방출되는 원적외선의 파동을 활용해 체내에 축적된 각종 유해 성분을 배출하는 과학적 디톡스 온열 요법이다. 먼저 테라스톤에 큰 수건을 깔고 누웠다. 자연의 에너지를 시각화한 미디어 아티스트 정윤수의 영상 작품이 눈앞에 펼쳐지고, 웰니스 브랜드 숨쉬는고래의 김부진 대표가 차분한 목소리로 명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온몸의 긴장이 풀리자 마음도 편안한 상태에 접어든다. 플로 라운지로 나와 용출수로 수분을 보충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1시간 동안 체험이 진행됐다. 객실로 돌아와 오랜만에 뒤척이지 않고 숙면을 취했다. 질 좋은 수면을 위해서는 하루를 아쉬움 없이 보냈다는 감각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은 하루였다.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
경북 포항과 울릉도를 잇는 대저페리의 대형 초쾌속 여객선이다. 높은 파도에 강한 파랑 관통형 쌍동 여객선으로 좌석은 퍼스트, 비즈니스, 이코노미가 있다. 포항여객선터미널에서 울릉도까지 2시간 50분 정도 걸린다.


성인봉 원시림에서 느끼는 숲의 생명력
둘째 날 아침, 몸을 포근하게 감싸는 침대에서 겨우 벗어나 조식을 먹으러 라 울로 갔다. 평상시에는 아침 식사를 거르지만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려면 속을 든든하게 채워야 한다. 울릉도 메바리 고추장조림, 뿔소라무침, 돔으로 만든 어만두, 제철 나물 모둠, 고로쇠 흰쌀밥 등 2단 찬합에 담아 정갈하게 차린 아침상을 받고 꼭꼭 씹으며 맛을 음미했다. 첫 번째 목적지는 울릉도 유일의 넓은 평야 지대인 나리분지다. 성인봉 북쪽 칼데라 화구가 함몰되어 형성된 화구원으로, 이 일대에 섬말나리가 많이 자라 나리분지라는 지명이 탄생했다. 이곳에서 성인봉 기슭에 이르는 숲길은 울릉도의 원시림이 잘 보존된 생태 트레킹 코스로 유명하다. 신령수약수터까지 가는 길은 가파르지 않은 데다 왕복 1시간 정도 소요돼 트레킹 초보자도 도전할 만하다.
숲길안내센터에 주차한 뒤 숲길로 들어서자 옅은 바람이 기분 좋게 얼굴을 스친다. 울창한 나뭇잎이 만든 그늘 아래에서 새소리를 듣고 초록빛으로 물든 풍경을 바라보니 평화롭기 그지없다. 곳곳에 자리한 안내판은 울릉도가 낯선 여행자에게 길잡이가 되어 준다. 울릉도 개척기부터 춘궁기에 명을 이어 준 식물이라 해서 ‘명이’라고 부르는 울릉산마늘, 해발 300미터부터 성인봉 정상 주변까지 분포하는 울릉도 특산 식물 우산고로쇠, 해안가 주변과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라는 울릉국화 등 각 식물을 소개하는 글을 읽으며 성인봉 원시림에 자생하는 식물의 특징을 익혔다.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울릉 나리 억새 투막집을 발견했다면 신령수약수터까지 10분 남았다는 뜻이다. 나무의 독특한 생김새를 관찰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땅의 신성한 기운을 받아 가려고 바가지에 물을 담아 시원하게 들이켰다.



화산섬의 탄생 과정을 따라 걷다
다음 목적지는 울릉도 여정의 필수 코스인 행남해안산책로다. 도동항에서 저동항 촛대바위까지 이어지는 울릉해담길 1코스로, 과거 주민들이 해산물을 채취하기 위해 지나다니던 길을 산책로로 조성했다. 국가지질공원 지질명소 중 하나인 만큼 해안 절벽과 천연 동굴을 따라 난 교량을 걸으며 화산 지형의 진면목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 산사태로 암석 조각이 운반되어 만들어진 재퇴적쇄설암, 뜨거운 상태에서 화산재가 쌓여 생성된 이그님브라이트 등 이곳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지질 구조가 화산섬의 탄생 과정을 보여 준다. 또한 기암괴석과 햇빛에 반짝이는 에메랄드빛 바다가 어우러져 이국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산책로를 걷기 시작한 지 30분쯤 지났을 때 낙석 위험으로 일부 구간을 통제한다는 안내판과 맞닥뜨렸다. 가파른 숲길을 올라 저동항까지 갈 것인가, 도동항으로 돌아갈 것인가. 오래 걸리더라도 완주하자는 생각에 다시 발걸음을 뗐다. 약 20분 동안 좁은 길을 헤쳐 가다 보니 나선형의 소라계단이 나타난다. 탁 트인 전망에 에메랄드빛 바다를 다시 마주하자 속이 뻥 뚫리는 듯하고 뿌듯함이 밀려온다. 저동 해안산책로에는 초기 화산활동 당시 형성된 화산암, 주로 현무암이 분포한다. 용암 속 기체가 빠져나가지 못해 생긴 기공, 풍화작용으로 암석 표면에 생성된 타포니 등을 관찰하며 해안 길 풍경을 두 눈 가득 담았다. 저동항이 가까워지고 1코스의 종착지인 촛대바위가 행남해안산책로 트레킹의 마무리를 알린다.
잠시 숨을 고른 뒤 저동항 인근에 위치한 삼정본가식당으로 이동했다. 울릉도에 오면 한 번쯤 먹어 봐야 한다는 오징어내장탕, 홍따밥, 따개비칼국수를 주문했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솔솔 나는 홍따밥은 홍합과 따개비의 은은한 감칠맛이 매력적이다. 양념장을 넣지 않고 반찬을 곁들여 먹어도 조화롭다. 새콤달콤한 미역무침과 명이 김치, 매콤한 멸치볶음, 고소한 부지깽이나물무침 등 자꾸만 손이 가는 밑반찬이 많다. 오징어내장탕의 칼칼한 국물로 마무리하면 입안이 개운하고, 따개비칼국수에서 풍기는 진한 바다 내음은 귓가를 간지럽히던 파도 소리를 상기시킨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차창 너머로 울릉도에서 세 번째로 큰 부속 섬 관음도가 보인다. 2012년 보행연도교가 놓이면서 접근이 쉬워졌다. 동백나무, 섬괴불나무, 후박나무 등 울릉도 자생식물의 서식지로 유명하고, 고양이와 비슷한 울음소리를 내는 괭이갈매기의 번식지로도 알려졌다. 새하얀 몸통에 잿빛 날개가 달린 괭이갈매기 수백 마리가 풀숲에 둥지를 틀어 알을 품고 새끼를 돌보거나 섬 근처를 훨훨 날아다닌다. 이어서 울릉도 3대 해양 절경 중 하나로 꼽히는 삼선암을 마주한다. 삼선암은 원래 본섬의 일부였지만 파도에 의한 오랜 침식작용으로 분리되었다. 바다 위로 우뚝 솟은 세 개의 바위섬에는 파도와 바람에 깎인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울릉도 풍경에 반해 하늘로 돌아갈 시간을 놓친 선녀 세 명이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 바위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하루 동안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자쿠지에 물을 채웠다. 울릉도 어성초가 함유된 배스 티백을 물에 띄우고 몸을 담갔다. 30년 넘게 자연이 정화한 송곳산 용출수가 온몸을 부드럽게 감싼다.
다음 날 새벽, 다시 저동항으로 향했다. 섬을 떠나기 전 일출은 봐야겠다는 일념으로 호기롭게 길을 나섰지만 짙은 해무 때문에 목표 달성은 하지 못했다. 대신 오징어잡이 배를 기다리는 저동마을 주민들에게 정겨운 위로를 받았다. 한 주민이 그동안 찍은 일출 사진과 촛대바위에 걸린 해 사진을 보여 주며 건넨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일출은 어디에서나 항상 예뻐요.” 그 말이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의미로 들렸다. 반복되는 일상에 싫증이 날 때면 이 말이 떠오를 것 같다. 오후 2시 20분, 내일 아침은 조금 달라질 거라는 희망을 안고 포항으로 가는 배에 올랐다.
울릉도에서 에디터가 다녀온 곳
코스모스 울릉도
주소 경북 울릉군 북면 추산길 88-13
문의 054-791-7788
나리분지 숲길
주소 경북 울릉군 북면 나리
문의 054-790-6316(울릉군 숲길안내센터)
행남해안산책로
주소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도동길 34
문의 054-790-6572(울릉군 시설관리사업소)
삼정본가식당
주소 경북 울릉군 울릉읍 울릉순환로 212-8
문의 054-791-5870
관음도 & 삼선암
주소 경북 울릉군 북면 천부리
문의 054-791-6022(관음도)
울라웰컴하우스
주소 경북 울릉군 울릉읍 울릉순환로 171
문의 054-791-77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