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익산 레트로 여행

2026년 07월 01일

  • WRITER 이지혜(헤이! 트래블 기자)
  • PHOTOGRAPHER 봉재석
  • ILLUSTRATOR 조성흠

KTX 호남선의 주요 거점, 전북 익산역. 인근의 옛 거리에 오랜 세월 한자리를 지켜 온 분식집과 맥줏집, 박물관과 함께 감각적인 공간들이 들어섰다.

기차역을 통째로 들인 베이커리 카페
금종제과

익산역에서 도보 10분 거리, 옛 하나은행 익산중앙지점 건물을 개조한 금종제과는 멀리서도 눈에 띄는 대형 베이커리 카페다. 공간 트렌드를 선도하는 글로우서울이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기획한 곳으로, 호남선의 중심 거점인 익산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투영한 독창적인 기차역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금빛 종소리’라는 의미를 담은 금종제과에 들어서면 바닥을 가로지르는 철로와 철도 신호등이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이한다. 마치 은하철도999를 타고 머나먼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 벽면에 걸린 대형 기어 시계와 철도 감성의 빈티지한 오브제들은 정교한 세트장을 연상시킨다. 플랫폼 1, 2, 3으로 구분된 주문 창구는 간이역에서 기차표를 끊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1층은 베이커리 공간, 2층은 식음 공간, 3층은 익산시 홍보 캐릭터인 ‘마룡’ 굿즈 숍과 지역 소상공인을 위한 상생 팝업 스토어로 운영한다.
아트리움 구조로 1층부터 3층까지 시원하게 뚫려 있어 개방감이 뛰어난 것도 매력적이다. 금종제과의 시그너처 메뉴는 신선한 제철 과일을 듬뿍 올린 ‘와르르 보름 케이크’.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소금빵과 군고구마 빵도 인기 메뉴다.
주소 전북 익산시 중앙로5길 27
인스타그램 @geumjong_bakery

영화 속 흑백 감성의 아카이브
익산시민역사기록관

현대식 아파트 단지와 낡은 골목이 교차하는 경계 지역에 자리한 익산시민역사기록관은 첫인상부터 묘한 시각적 대비를 이룬다. 1930년 건립해 익옥수리조합 사무소와 창고로 사용하던 근대건축물을 리모델링해 역사·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90년이 넘는 세월의 풍파를 견뎌 낸 붉은 벽돌 외관은 물론, 1930년대의 맨사드 지붕 원형이 그대로 보존되어 건축학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특히 3층은 시인 윤동주의 생애를 그린 이준익 감독의 영화 <동주>의 배경이 되어 크게 주목받았다. 과거 쌀 수탈의 아픈 역사가 깃든 건물이지만, 지금은 세련된 조명과 근대적 감성이 어우러져 사진을 남기기 좋은 포토존이 여럿이다. 이곳에 전시된 빛바랜 졸업 앨범과 옛 버스 회수권 등의 기록물은 모두 익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기증한 것이다. 아날로그 감성에 최신 첨단 실감 기술을 결합해 방문객이 직접 사진을 찍고 아카이브 스크린으로 전송하는 체험도 가능하다. 1년 후에 엽서를 받아 볼 수 있는 기록우체국 서비스 등 이벤트 공간도 활발히 운영된다.
주소 전북 익산시 평동로1길 28-4
문의 063-859-4620

살얼음 맥주와 레트로 바의 낭만
엘베강

익산역 앞 골목에 위치한 엘베강은 살얼음 맥주의 원조로 통하는 지역의 전설적인 대폿집이다. 1982년 문을 연 이래 40년 넘는 세월 동안 한자리를 묵묵히 지켜 왔다. 처음부터 끝까지 차가운 맥주를 대접하고 싶어 잔을 통째로 얼려 내놓던 것이 오늘날 살얼음 맥주 공법의 시초가 됐다. 이곳의 시그너처 메뉴는 냉동고에서 얼린 맥주잔에 살얼음이 낀 상태로 서빙해 가슴속까지 뻥 뚫리는 생맥주다. 여기에 수십 년간 고수해 온 방식으로 노릇하게 구워 낸 오징어입, 황태, 쥐포 등 소박한 건어물 안주가 곁들여진다. 오랜 단골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특제 간장 마요네즈 소스는 알싸한 청양고추를 더해 중독성이 강하다. 내부는 길게 뻗은 바 형식의 좌석을 중심으로 설계해 레트로 감성을 살렸다. 바에 앉아 낯선 여행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맞대고 맥주잔을 기울이는 역전 대폿집만의 감성이 살아 있는 곳이다.
주소 전북 익산시 중앙로 7
문의 063-855-7402

익산에서 만나는 프랑스의 맛
르물랑

프랑스 감성의 베이커리 카페. 붉은 벽돌과 세련된 외관이 이국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프랑스어로 물레방아라는 뜻의 ‘르물랑’은 프랑스인 오너 베이커 말레 마르탱이 기본에 충실한 빵을 구워 내는 곳이다. 프랑스산 밀가루와 고메 버터 등 최고급 식재료를 사용하는 르물랑의 대표 메뉴는 프랑스 정통 레시피를 재현한 크렘 브륄레다. 차가운 커스터드 크림 위에 설탕을 올린 뒤 토치로 그을려 만든 얇고 바삭한 캐러멜 토핑을 숟가락으로 깨뜨려 먹는 재미가 특별하다. 풍미가 좋은 피낭시에와 카눌레도 내놓기 무섭게 팔리는 인기 메뉴다. 카페 안쪽에는 작은 문으로 연결된 비밀스러운 공간, 밀책방이 자리한다. 예술, 여행, 문학 관련 책을 세심히 큐레이션한 독립 서점으로 아늑한 분위기 덕분에 어느 책이든 펼쳐 읽고 싶어진다.
주소 전북 익산시 중앙로3길 3
문의 063-855-2420

시장 골목의 얼큰한 한 그릇
대일분식

익산중앙시장의 한 골목을 묵묵히 지켜 온 대일분식은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 사랑하는 노포다. 세월의 때가 켜켜이 쌓인 간판과 아담한 매장은 정겨운 동네 분식집의 정석을 보여 준다. 이곳을 전국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일등 공신은 양배추와 오징어를 아낌없이 넣은 짬뽕라면. 강한 화력으로 쫄깃하게 끓여 낸 면과 칼칼하고 시원한 국물은 한번 먹으면 계속 생각날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 옛날식 탕수육도 필수 메뉴. 새콤달콤한 소스를 끼얹은 바삭한 탕수육은 짬뽕라면의 매운맛을 중화해 함께 먹으면 찰떡궁합이다. 화려한 프랜차이즈 분식점이 넘쳐 나는 요즘, 투박한 양은 냄비와 낡은 탁자에서 배어나는 아날로그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추천한다.
주소 전북 익산시 중앙로3길 26-7
문의 063-852-2374

100년 전 시간 속을 걷다
익산 문화예술의 거리

익산역 동부광장 건너편으로 뻗은 익산 문화예술의 거리는 일제강점기 지역에서 가장 번화해 ‘작은 명동’ 혹은 ‘영정통’이라 불린 중앙동의 중심지다. 한때 철도 교통의 요충지로 인파가 넘쳐 났지만 구도심의 쇠퇴와 함께 발전이 멈췄다. 그러다 최근 양복점 또는 이발소였던 건물들이 감도 높은 공방이나 갤러리, 독립 서점 등으로 변모해 골목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 거리 중심에는 익산의 옛이야기를 간직한 공간들이 묵직하게 자리한다. 1922년에 건립한 구 삼산의원 건물을 원형 그대로 이전·복원한 익산근대역사관이 대표적이다. 벽면에 수평의 띠 모양을 돌출시킨 코니스 장식과 건물 입구의 아치형 포치 등 근대 초기 건축양식의 특징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한때 도시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으나, 건물을 103개의 부재로 완전히 해체한 뒤 지금의 자리로 옮겨 와 정교하게 재조립했다. 여행자의 로컬 베이스캠프를 표방하는 복합 문화 공간, 미지에서는 전북 곳곳의 지역 생산자가 만든 개성 넘치는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 공간인 문화예술 여행자 라운지, 다양한 트릭 아트 포토존이 설치된 익산아트센터도 함께 둘러보면 좋다.
주소 전북 익산시 중앙로 12-39(익산아트센터)
문의 063-843-8812(익산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