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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도 통합의 오디세이아

2026년 10월 01일

  • EDITOR 최현주
  • PHOTOGRAPHER 황필주

“10년의 시련과 역경을 이겨 내고 하나의 철도가 된 대한민국 고속철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가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을 이어 가고 있다. 영화는 트로이 전쟁을 마친 뒤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기나긴 항해에 오른 오디세우스의 10년 여정을 그린다. 수많은 난관과 예측할 수 없는 변수 속에서도 끝내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는 최근 한국철도공사의 고속철도 통합 과정과 오버랩된다. 2005년 한국철도공사 출범, 2014년 첫 영업 흑자 달성, 그리고 2016년 고속철도 운영 이원화 후 누적된 적자까지, 대한민국 철도는 출범 이후 수많은 파도를 헤치며 거친 바다를 항해해 왔다. 2026년 새 정부의 통합 로드맵 추진으로 10년 만에 마침내 하나로 완성된 대한민국 고속철도. 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은 김태승 한국철도공사 사장을 만나 ‘고속철도 통합의 오디세이아’를 들었다.

사장님, 반갑습니다. 2026년 9월 1일 자로 KTX와 SRT가 통합되었습니다. 그 과정이 영화 <오디세이>와도 많이 닮았는데요. ‘고속철도 통합의 오디세이아’라는 말이 나올 만큼 다사다난했던 여정이었습니다.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돌이켜 보면 참 긴 여정이었습니다. 그리스 신화의 오디세우스가 온갖 난관을 극복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듯, 우리 대한민국 고속철도도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고난의 바다를 헤쳐 나가며 마침내 ‘하나의 철도, 국민의 철도’라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그 과정은 “과연 국민에게 가장 이로운 철도의 모습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시간이었습니다. 철도 통합의 가치를 국민께서 공감하기까지 10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고속철도가 분리되었던 당시 상황이 궁금합니다.
2012년 정부는 개통 예정인 수서발 고속철도 운영권을 개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효율성과 수익성, 요금 할인과 서비스 개선 등 경쟁 효과를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철도의 공공성 훼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결국 2013년 12월 정부와 한국철도공사가 대주주로 참여하는 형태로 수서고속철도주식회사 법인이 설립됐습니다. 그리고 2016년 12월 9일 KTX와 SRT가 각자의 길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70일 넘는 최장기 파업까지 벌였지만 결국 고속철도 분리 시대를 맞이한 것입니다. 2005년 철도청은 한국철도공사로 전환하면서 만성 적자 해소에 힘쓰고 있었습니다. 2014년에는 한국철도공사 출범 9년 만에 사상 첫 영업 흑자를 기록했지만 2016년 수서발 고속철도(SRT) 분리로 인해 다시 적자의 늪에 빠졌습니다. SRT로 옮겨 간 수요 탓에 서울역 기준 하루 평균 승객이 1만 명가량 감소하기도 했습니다.

고속철도 통합과 분리의 쟁점은 무엇이었나요?
통합을 둘러싼 논쟁은 오랫동안 이어졌습니다. 대부분 같은 노선을 공유하고 같은 차량을 사용하는 두 기관이 왜 함께 존재해야 하는지, 경쟁의 혜택은 국민께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숱한 논쟁이 오갔습니다. 경쟁 효과를 인정하는 입장과, 이원화된 고속철도를 하나로 합쳐서 중복 비용을 줄이고 좌석 공급과 노선을 효율적으로 운영하자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습니다.

과거 SRT 열차와 KTX-산천 열차가 연결된 모습. 2026년 9월 1일 고속철도 통합 이후 SRT 로고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난 10년 동안 이러한 이원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있었을 텐데요.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2018년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 산업 구조 평가’ 연구 용역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제가 인하대학교 교수로서 해당 연구 용역의 연구책임을 맡아 수행했습니다. 저희 연구진은 KTX-SRT 분리로 인한 중복 비용 발생, 선로 배정, 지역 간 서비스 형평성 문제를 정밀하게 도출하고 고속철도 통합의 경제적 편익과 당위성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관계 부처 간 이견과 정책적 신중론에 부딪혀 연구 용역이 중단됐습니다. 이후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철도 관련 공공기관 노사 대표와 학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철도 거버넌스 분과위원회’가 운영됐습니다. 2년여 동안 KTX와 SRT의 통합 여부를 두고 치열한 토론과 평가가 이어졌지만, 2022년 12월 분과위는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승객 및 철도 수요 변동성, 경쟁 체제의 순기능 주장과 통합론의 맞대응 속에서 ‘통합 또는 유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다’는 최종 의견을 제출하며 논의가 또다시 중단됐습니다.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통합이 성사될 수 있었던 결정적 전환점은 무엇이었습니까?
가장 결정적인 전환점은 현 정부의 과감한 정책 결단과 강력한 ‘고속철도 통합 로드맵’ 추진이었습니다. 현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철도 이원화 체제가 낳은 구조적 모순과 경제적 낭비, 그리고 국민 불편을 근본적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확고한 국정 철학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과거 정부들에서 이해관계의 벽에 부딪혀 번번이 유보되거나 미뤄졌던 철도 통합 과제를 국정 주요 과제로 채택하고, 대통령의 결단과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고속철도 통합 로드맵을 속도감 있게 진행했습니다. 소모적인 분할 경쟁 대신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현 정부의 정책적 결단이 없었다면 오늘의 통합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10년을 끌어 온 고속철도 통합이 급물살을 타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2026년 9월 1일까지 기관 통합과 열차 운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 아래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속전속결로 추진해 나갔습니다. 통합 TF를 발족해 열차 운행, 차량 정비, 역 시설과 고객 안내 등 전반적인 상황을 하나하나 체크했습니다. 기관사들이 새로운 구간과 차량에 익숙해지도록 운전 교육과 안전 합동 훈련도 지속적으로 실행했습니다. 역 시설, 안내 표지 등 고객 시설도 꼼꼼히 점검했습니다. 이미 10년간 준비해 온 역량이 있었기에 통합 과정의 속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기차역에 가시면 서로 다른 색으로 구분된 열차가 보일 겁니다. 열차 도색도 마무리하지 못할 만큼 신속하게 진행된 까닭입니다.

이와 같은 고속철도 통합으로 승객이 가장 깊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무엇입니까?
국민 편익을 높이는데 집중했습니다. 전국 고속철도 좌석이 한 주에 11만 6000석 추가되고, 특히 공급이 부족했던 수서 노선은 기존보다 30퍼센트가량 늘었습니다. 양사 통합 앱을 도입해 예매도 간편해졌습니다. 2026년 9월 1일 개통 첫날 전체 고속철도 이용객은 21만 3000명이었습니다. 이는 전년 대비 7.9퍼센트포인트가 증가한 숫자입니다. 특히 수서 노선 이용객의 경우 6만 4000명으로 전년 대비 11.3퍼센트포인트 증가했습니다. 고속철도 통합의 효과는 명확했습니다.
완성된 ‘통합 코레일’의 첫 번째 사장으로서 국민께 하고 싶은 말씀이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10년간의 풍랑을 지나왔기에 지금 이 순간이 더욱 소중합니다. 고속철도 통합은 여정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점입니다. 이제야 우리 철도가 새로운 항해를 시작하는 기분입니다. 한국철도공사는 통합된 철도망을 바탕으로 일반 열차와 광역 전철까지 연계 교통을 강화하려고 합니다. 또한 전국 방방곡곡으로 향하는 관광 열차를 늘려 국내외 관광객이 더 편하게 방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AI 전환, 친환경 교통 체계 등 미래 철도를 위한 대비에도 힘쓰겠습니다. 대한민국 철도가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핵심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기를 바랍니다. 한국철도공사의 새로운 여정, 그 길 끝에는 더 편리한 이동, 더 가까워진 지역, 더 행복한 국민의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하나 되는 철도, 함께하는 더 큰 행복’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지난 8월 3일 수서역에서 진행한 고속철도 통합 앱 ‘코레일+’ 출시 기념행사. 고속철도 통합 후 KTX 이용이 한결 편리해졌다.

2005~2026년, 고속철도 통합의 오디세이아

2005년 1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공식 출범 및 경영 효율화 추진

2014~2015년 출범 9년 만에 첫 영업 흑자

2016년 12월 수서발 고속철도(SRT) 분리 개통(운영 이원화 및 코레일 적자 전환)

2018년 7월 국토부 ‘철도 산업 구조 평가’ 연구 용역 착수

2020~2022년 ‘철도 거버넌스 분과위원회’ 논의 끝에 2022년 12월 ‘판단 유보’ 결정

2026년 3월 제12대 김태승 사장 취임 및 현 정부의 ‘고속철도 통합 로드맵’ 본격화

2026년 9월 한국철도공사·SR 기관 및 서비스 완전 통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