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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맑고 산 좋은 땅, 김천

싱그러운 숲을 헤치고 투명한 계곡을 건너는 여름날의 여행지, 경북 김천을 권한다. 누구보다 김천에 진심인 사람, 전명자 문화관광해설사가 우리의 걸음을 이끈다.

UpdatedOn June 25, 2024

1 산수를 노래하는 시간

한강 정구 선생과 무흘구곡
멋진 풍경을 보면 콧노래가 흘러나오고 시심이 샘솟습니다. 조선 중기의 대학자 한강 정구 선생도 다르지 않았나 봅니다. 중국 송나라 주희의 사상을 흠모한 선생은 무이구곡을 본떠 대가천과 남암천 자락의 계곡을 두고 무흘구곡이라 이름 붙였지요. 9곡이 모두 아름답지만 가장 상징적인 경관은 제6곡 옥류동입니다. 계곡물이 옥구슬처럼 맑고 청아한 이곳엔 옥류정이 한 폭 그림처럼 자리하거든요. 기암절벽 아래 흐르는 물과 이를 에워싸듯 우거진 숲이 싱그럽기만 합니다. 소나무 다섯 그루가 자라난 만월담, 누운 용 형상의 와룡암,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닮은 용추까지. 무흘구곡에서 눈부신 풍광을 만나 보세요.

2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

청암사와 인현왕후길
울창한 수목이 뿜어 내는 향기를 따라 수도계곡을 오르면 정갈한 인상의 절집 하나가 나타납니다. 김천을 대표하는 사찰 직지사의 말사로, 이끼가 바위를 덮어 푸르게 보인다는 뜻을 지닌 청암사입니다. 오늘날 청암사는 비구니 교육 도량인 청암사 승가대학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사찰 음식, 다도, 태극권 등 프로그램을 통해 일상에 지친 이들의 심신을 위로하고 재충전할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지요. 조선 숙종의 계비 인현왕후가 폐서인이 되었을 때 복위 기도를 올린 곳이 바로 여기랍니다. 숲이 에워싼 인현왕후길을 거닐며 우리 삶과 기구한 운명에 대해 생각합니다.

3 산사에 스미는 아침 햇살

수도산과 수도암
구름도 바람 없이 갈 수 없다는 아득한 높이의 수도산 자락, 석굴암 본존불에 버금가게 거대한 비로자나불을 모신 절 수도암이 있습니다. 통일신라시대 도선국사는 이곳에 절터를 잡고서 기쁨을 감추지 못해 7일간 춤을 추었다고 합니다. 넉넉한 산에 폭 안긴 수도암의 모습을 보면 누군들 그러지 않을까요. 겨울엔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는 추위를 견뎌야 하는 곳이지만, 연꽃 모양 산봉우리에서 떠오르는 붉은 햇덩이가 세상 모든 고뇌와 번민을 잊게 합니다. 이곳에서 일출을 본 사람은 그 찰나를 잊지 못해 몇 번이고 다시 찾아온다 하지요. 우리 존재를 긍정하게 하는, 깨어 있음에 감사하게 하는 일출을 만나실 겁니다.

4 나무가 주는 위로

국립김천치유의숲
인현왕후길에서 멀지 않은 곳, 해발고도 800미터에 이르는 높고 깊은 산중에 52만 제곱미터(약 15만 7000평)에 달하는 국립김천치유의숲이 펼쳐져 있습니다. 2020년 4월 문을 연 이래 숲과 치유를 주제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해 많은 이에게 사랑받아 온 곳입니다. 숲길 트레킹, 요가, 피트니스, 호흡 명상, 마사지 등으로 구성한 여러 가지 세러피 코스를 마련한 것은 물론이고 컬러링 엽서, 화분, 연꽃 팔찌 등 숲에서 보낸 시간을 추억하게 하는 만들기 체험을 제공하지요. 무엇보다 자작나무와 잣나무, 낙엽송 등으로 이루어진 숲은 존재만으로 깊은 위로를 건넵니다.

5 잊을 수 없는 김천의 맛

자두와 포도 그리고 지례흑돼지
김천의 여름이 유독 향기롭고 달콤한 이유, 자두와 포도가 알알이 익어 가는 계절이기 때문이죠. 조선 5대 시장으로 꼽히던 김천장을 계승한 김천황금시장에서 제철 맞은 김천의 싱싱한 과일을 꼭 한번 맛보시기 바랍니다. 김천 먹거리 하면 지례흑돼지를 빼놓을 수 없지요. 지례면에는 예부터 토종 흑돼지를 사육하는 농가가 많았습니다. 풍미가 하도 좋아 조선 시대에는 임금님께 진상할 정도였다고 해요.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로 키운 지례흑돼지는 과연 육질이 단단하고 쫄깃해 씹는 맛이 남다릅니다. 부항댐 근처에 자리한 지례흑돼지마을에 가면 신선한 돈육을 불고기, 석쇠구이 등으로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답니다.

[ 여행 안내자 ]

[ 여행 안내자 ]

전명자 문화관광해설사

“올여름, 삼산이수의 고장 김천에서 진정한 휴식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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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강은주
photographer 신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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