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는 나비예요. 쟤는 콩이고요. 구름이는 새카맣고 목에 흰 점이 있어요.” 경남 통영 한산면, 용호도 호두마을에 사는 서영이가 친구인 길고양이들을 소개한다. 고양이를 다루는 능숙한 손길을 보니 어리지만 ‘집사’임이 분명하다. 지난 5월, 서영이와 길고양이 호두의 우정을 다룬 KBS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다큐 인사이트> ‘고양이 소녀’ 편이 많은 이의 관심을 모았다. 피부염, 구내염을 앓는 호두를 고양이 학교로 보내려는 서영이의 노력이 시청자의 마음을 울린 것이다. 용호도 고양이 학교의 본래 이름은 공공형 고양이 보호·분양 센터다. 한국 최초로 설립한 길고양이 보호 센터로, 통영에서 사고를 당한 고양이나 유기묘를 데려와 치료하고 보호하며 나아가 좋은 가정을 만나도록 분양까지 도맡는다.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고양이 학교 선생님은 마을 어르신들이었다. 시골에서 흔히 집을 지키게 하려고 개를 목줄에 묶어 기르던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반려동물 동반 가구가 꾸준히 증가하는 요즘, 반려 문화 역시 다양해졌다. 개, 고양이에 대상을 국한하지 않고 어류, 파충류, 곤충, 식물까지 반려라는 칭호가 붙은 지 오래다. 코로나19로 바깥 활동을 하기 어렵던 시절, 집에서 식물을 기르고 화분을 가꾸는 플랜테리어가 인기를 얻으며 ‘식집사’가 늘었다. 이제는 그 세계가 한층 확장해 가는 추세다. 아쿠아리움, 테라리엄 등을 포괄하는 개념인 비바리움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비바리움은 작은 생태계를 마련해 소동물과 식물을 함께 기르는 공간을 뜻한다.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가수 코드 쿤스트가 비바리움에 도전했고, 유튜버 ‘물멍’은 손수 제작한 비바리움을 인디언복어의 보금자리로 삼아 복어와 보내는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반려 문화는 무생물 영역까지 뻗어 가는 중이다. ‘반려돌’이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둥글둥글한 돌에 이름을 붙이고, 가끔 말을 건네거나 출퇴근도 함께 한다. 특이한 모양이나 무늬를 가진 돌을 수집하는 수석 취미와는 분명히 차이가 존재한다. 관상을 목적으로 하는 수석과 달리 반려돌은 감정을 나누는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반려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감. 사람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고 했다. 어쩌면 끝없는 경쟁과 개인주의가 만연한 사회를 견디다 지친 현대인이 마음 붙이고 사랑할 대상을 찾는 것일지 모른다. 애정을 쏟고, 그들을 돌보며 교감하는 일상은 위로와 평안을 가져온다. 개의 시점에서 ‘견생’을 풀어 낸 영화 <베일리 어게인>의 주인공 베일리는 이렇게 말한다. “누가 주는 사랑인지는 중요한 게 아니야. 누구든 날 사랑하면 그걸로 된 거지.” 조건 없는 사랑을 받는 그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 반려 문화를 사랑하는 당신에게 꼭 맞는 장소
반려견과 함께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싶다면 최근 서울 성수동에 문을 연 커멍그라운드가 반갑겠다. 강아지 유치원부터 호텔, 미용실, 카페 서비스를 모두 갖춘 복합 문화 공간으로 한 곳에서 모든 것을 누린다. 여름이니 여행이 빠질 수 없다.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소노펫 비발디파크는 천연 잔디를 심은 넓은 운동장, 반려동물 동반 객실 등을 마련해 온 가족의 나들이 장소로 제격이다. 비바리움, 테라리엄, 이끼 공예 등에 입문하려는 이에게는 경기도 수원의 식물 문화 공간 비오토프 갤러리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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