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TIP
돼지국밥과 밀면, 암소갈비와 회백반도 좋지만 올여름 부산을 찾는다면 새로운 감각적 경험에 도전하길 권한다. 때마침 부산은 서울에 이어 두 번째 <미쉐린 가이드> 발간 도시로 선정되었고, 미식 공간 43곳을 목록에 올렸다. 향토 음식부터 프렌치 퀴진까지, 다채로운 메뉴와 지향점을 지닌 식당의 면면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제 막 아트부산 2024를 성대하게 마치고 8월에 열릴 부산비엔날레를 준비하는 도시, 부산에서 취향껏 먹고 마시며 노니는 법을 소개한다.
소공간
메뉴 런치 7만 9000원 디너 14만 5000원
주소 부산시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298번길 47
문의 @sogonggan_dining
소공간_부산에 놀러 왔다가 눌러앉은 사람들을 안다. ‘소공간’의 박기섭 오너 셰프도 그런 경우다. 시원스러운 풍광에 푹 빠진 그는 망미동의 터줏대감 ‘엘올리브’에서 총괄 셰프로 수 년간 일했고, 꼭 2년 전 해운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자리에 그간의 요리 여정을 망라한 레스토랑을 열었다. 소모임을 위한 룸과 테이블 네다섯 개, 바 좌석으로 이루어진 단출한 매장이라 소(小)공간인가 싶었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한우를 재주껏 요리하는 소공간(牛功幹)이 이곳의 정체성이다.
“부산이란 지명에 가마솥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가마솥에서 이틀간 푹 끓인 ‘투뿔’ 한우 곰탕을 솥밥 반상으로 구성해 지극히 부산다운 맛을 건네 드리려 합니다.” 담담한 풍미가 인상적인 곰탕과 기장 해초로 정성껏 지은 솥밥 앞에서 마음이 넉넉해진다. 토하젓, 완도 돌김, 제피무침으로 차려 낸 밑반찬도 감칠맛을 더한다. 테이블의 풍요는 이어진다. 명란을 얹어 색다르게 변주한 구포 메밀국수, 향긋한 두릅·황제버섯·가지구이를 곁들인 한우 안심·꽃등심 스테이크, 직접 기른 식용 꽃을 얹어 완성한 녹차 디저트까지. 이 도시의 고유한 멋과 맛을 입안 가득 음미하는 시간이다.
해운대의 예술 공간
조현화랑, 카린 갤러리, 맥화랑, 오케이앤피 부산···.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화랑이 모여든 달맞이 미술의 거리. 부산 미술의 현재를 만나고 싶다면 해운대에서 청사포에 이르는 달맞이고개 곳곳을 바지런히 누벼 본다.
르도헤
메뉴 런치 9만 원 디너 18만 원
주소 부산시 해운대구 마린시티3로 37
문의 @ledorer
르도헤_우아한 마천루와 드넓은 해안선이 눈부신 조화를 이루는 마린시티. 신도시 특유의 현대적인 미감을 그대로 옮겨 놓은 공간 ‘르도헤’가 미식가들의 예민한 레이더에 감지되기 시작했다. 앞서 아트부산 2024의 ‘컬렉터스 라운지’에 참여해 미술과 미식의 만남을 꾀한 이곳은 프랑스어로 ‘금빛으로 물들이다’라는 뜻의 이름처럼 호화로운 미식 경험을 선사한다. “창의적인 요리와 예술이 만나는 풍경을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조수환 오너 셰프의 야심은 한반도 남쪽 지역의 매력적인 재료를 발굴하고 원활하게 확보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요리하는 데 있다.
예컨대 낙동강 특산물인 갈미조개로 시원하게 국물을 낸 칼국수, 지리산 참숯에 구운 이베리코 플루마, 부산 다시마를 가미한 생초콜릿 등이 이곳의 지향점을 유려하게 드러내는 메뉴다. 이때 기장 미역, 철마 한우, 대저 토마토, 창녕 마늘, 동해안 단새우 등 원산지를 연결한 일러스트 지도가 새로운 맛의 여정에 든든한 지침이 되어 준다. 김성관·김의섭 헤드 셰프와 도혜란 페이스트리 셰프, 정대영 이그제큐티브 소믈리에가 의기투합해 빚어낸 와인과 음식과 디저트의 마리아주는 눈과 입을 동시에 기쁘게 한다.
마린·센텀시티의 예술 공간
아트부산이 열리는 벡스코, 사진 예술의 구심점 고은사진미술관, 레노베이션 공사로 휴관 중이나 ‘이우환 공간’만은 열어 둔 부산시립미술관, 수영만 일대에 자리한 보석 같은 화랑들. 우리를 낯설고 아름다운 감각의 세계로 이끄는 공간이다.
프라한
메뉴 프라한 오픈 샌드위치 1만 7000원 샥슈카 1만 5000원
주소 부산시 강서구 명지새동네길2번길 83
문의 @cafeprahran
프라한_호주 멜버른의 작은 동네에서 이름을 딴 ‘프라한’은 건강한 발효 빵과 싱그러운 채소 본연의 맛을 잘 살린 브런치 카페로, 부산에 두 곳의 매장이 자리한다. 낙동강과 을숙도의 풍광을 마주 본 프라한 명지점은 이 계절에 더 사랑스러운 공간이다. 푸릇푸릇한 식물과 곱게 말린 꽃이 초여름 훈풍에 한들거리며 눈을 즐겁게 하기 때문이다. 다국적 식문화가 반영된 호주식 요리법에 충실한 메뉴는 단연 프라한 오픈 샌드위치다. 발효종으로 만든 빵에 아보카도를 얹고 새우와 수란을 곁들여 산뜻한 풍미를 극대화했다.
그런가 하면 매콤한 토마토소스에 달걀을 넣어 뭉근하게 끓인 중동·지중해식 스튜 샥슈카도 인상적인 맛을 남긴다. 살짝 터트린 노른자를 섞어 빵에 발라 먹으면 든든하고 맛깔스러운 한 끼 식사가 된다. 올여름 이곳을 찾는 이에게 안은현 대표가 귀띔하는 메뉴가 하나 더 있다. “계절 메뉴로 소개하는 그릭 오픈 샌드위치를 놓치지 마세요. 새콤하면서도 고소한 그리스식 드레싱 차치키를 곁들여 입맛을 돋우는 여름 별미거든요.” 그의 맛있는 제안에 응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부산 서쪽의 예술 공간
을숙도에 올라선 부산현대미술관은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 전술적 실천> <능수능란한 관종> 등 사유와 감상의 지평을 확장하는 전시로 우리를 기다린다. 김해국제공항 아트홀에서는 가야 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기념 사진전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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