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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은 언제나 축제

늠름한 영남루, 흩날리는 이팝나무꽃의 환대를 받으며 경남 밀양 땅에 들어선다. 누구보다 고장을 사랑하는 사람, 황선미 문화관광해설사가 든든한 동행자로 나섰다.

UpdatedOn April 24, 2024

1 ‘아리랑’ 가락에 들썩이는 당신에게

밀양아리랑대축제와 밀양강 오딧세이

“밀양에 대해서는 잘 모르시더라도 ‘밀양아리랑’은 제법 귀에 익을 겁니다.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밀양아리랑대축제는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이 노래와 밀양의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행사입니다. 1957년 밀양문화제로 시작해 오늘날에 이르러 영남 지역을 대표하는 큰 잔치로 자리매김했지요. 올해로 66회를 맞은 행사는 5월 23일부터 26일까지 밀양강과 남천강 일원에서 열립니다. ‘밀양아리랑’으로 목청을 겨루는 경연 대회와 밀양 고유의 문화를 즐기는 체험 프로그램도 좋지만, 밀양의 역사와 정신을 담아낸 화려한 퍼포먼스 ‘밀양강 오딧세이’는 놓쳐선 안 될 하이라이트예요. 실재하는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을 무대 삼아 낭만적인 봄밤에 펼치는 공연을 즐겨 보세요.”

2 사진 명소를 수집하는 여행자에게

위양지와 만어사 너덜겅

“남들 다 가는 곳은 물론이고, 흔히 안 가는 곳까지 섭렵하고 싶은 당신에게 밀양의 사진 명소 두 곳을 추천합니다. 첫 번째는 지금 이팝나무꽃이 만개했을 위양지입니다. 동백꽃이 저수지 주변을 물들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함박눈이 내린 것처럼 하얀 꽃망울이 터져 위양지를 환하게 빛내고 있네요. 머지않아 백일홍이 만발하는 여름이 오겠죠. 모든 계절이 아름다워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랍니다. 다음은 등산의 수고를 감내할 만한 만어사입니다. 위양지에 비해 한적한 것이 매력인 데다, 외계의 풍경 같은 너덜겅의 압도적인 아름다움이 연신 셔터를 누르게 합니다. 만어산 나찰녀와 옥지 연못의 흑룡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설화도 이 유려한 돌무더기에 신비로움을 덧대지요.”

3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은 당신에게

낙동강 자전거길 라이딩

“밀양의 또 다른 자랑, 낙동강 자전거길입니다. 하남체육공원 입구 수산대교 부근에서 출발해 제방을 따라 밀양강변길을 달리는 29.3킬로미터 코스지요. 소요 시간은 약 2시간 10분. 자전거길 곳곳에 공기 주입기와 화장실, 자전거 보관소를 갖춘 쉼터가 자리해 이동이 매우 편리합니다. 게다가 이 고장을 대표하는 문화 유적을 감상하며 쉬엄쉬엄 달리다 보면 그 자체로 훌륭한 역사 여행 코스가 됩니다. 삼랑진 생태문화공원 자전거 쉼터에서 작원잔도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특히 아름답고도 유익해서, 꼭 한번 방문하시기를 권합니다. 밀양강이 낙동강과 합류하는 지점인 삼랑진, 임진왜란 당시 왜적을 막아 내고 항전을 펼친 작원관지, 경남 양산 원동으로 펼쳐진 벼랑길인 작원잔도 등 풍광은 눈부시고 이야기는 구구절절하니 몸과 마음이 모두 즐겁습니다.”

4 먹거리가 여행의 이유인 당신에게

밀양돼지국밥과 대표 맛집

“돼지국밥 하면 밀양, 밀양 하면 돼지국밥이지요. 돼지국밥을 떠올릴 때 부산이 원조라 생각하기 쉽지만, 1930년대 밀양 장터에서 유래한 밀양돼지국밥의 역사도 그 못지않게 유구하답니다. 토렴식으로 조리하는 밀양돼지국밥은 최적의 온도에서 담백한 국물을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오랜 시간 우린 진한 육수에 미리 삶아 둔 돼지 수육을 듬뿍 얹어 밥을 마는데, 부추김치를 곁들여 먹을 때 가장 맛있습니다. 혹시 밀양돼지국밥을 상징하는 캐릭터가 있다는 사실, 아셨나요? ‘굿바비’는 국밥이란 단어에서 이름을 딴 마스코트로, 입을 오물거리는 듯한 표정이 사랑스럽답니다. 국밥 한 그릇으로 아쉽다면 돌솥밥이 맛깔스러운 ‘수라간’, 참게탕이 일품인 ‘봉해횟집’, 짙은 풍미를 지닌 ‘추원추어탕’을 추천합니다.”

5 민족의 역사를 기억하는 당신에게

해천항일운동테마거리 산책

“해천은 1479년에 축조된 밀양읍성의 해자입니다. 밀양시가 ‘참 살기 좋은 마을 가꾸기’ 사업의 일환으로 해천 생태 하천 복원 사업을 전개하고 일대에 항일운동테마거리를 조성해 역사적 자원을 발굴했지요. 나아가 2018년 3월에는 해천항일운동테마거리 중심부에 있는 약산 김원봉 생가 터에 의열기념관도 지어 올렸습니다. 김원봉이라는 이름은 그리 낯설지 않을 거예요. 영화 <암살>에서 배우 조승우가 연기한 인물로, “밀양 사람 김원봉이오”라는 강렬한 대사를 남겼거든요. 약산은 민족 반역자를 처단하는 의열단을 조직해 식민 지배 기관을 무너트리고자 했던 치열한 독립운동가입니다. 밀양독립운동기념관으로 걸음을 옮겨 지역 항일 활동의 역사를 보다 깊이 들여다보셔도 좋겠습니다. 밀양에 흐르는 숭고한 희생 정신을 느낄 기회입니다.”

[여행 안내자]

[여행 안내자]

황선미
밀양시 문화관광해설사

“볕 좋은 계절, 밀양아리랑대축제를 즐기며 우리 고장을 여행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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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강은주
photographer 신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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