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책 제목 <풍경의 안쪽>은 어떤 의미인가요?
A. 말 그대로 풍경의 안쪽을 담아내고 싶은 제 마음과 태도를 투영한 제목입니다. ‘안쪽’은 여행지에서 맞닥뜨린 거대한 풍경에 안겨 있는 상대적으로 작은 풍경, 그 안에서 살아가는 주민의 삶 등을 말하지요. 대번에 파악하기 어렵기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조금 더 들어가서 훨씬 더 풍성한 이야기를 만나 보자는 제안이에요. 책에도 ‘안쪽’에 해당하는 장면과 에피소드를 많이 소개하려 했고요. 그중에서 스웨덴 예테보리의 카페에서 만난 할아버지가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본인이 앉은 야외 소파가 동네에서 볕이 가장 잘 드는 자리라고 말씀해 주셨지요. 불교의 나라 미얀마 편에서는 엄청난 규모의 사원과 불탑보다 주민의 생활과 접선한 경험을 들려드리는 데 비중을 두었어요. 열차에서 채소를 다듬는 사람들, 어느 살림집에 우연히 들어 ‘언어의 장벽’을 사이에 두고 할아버지와 차 한잔 나눈 일 같은 거요.
Q. 여행지와 그곳 사람을 존중하는 여행,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는 여행을 추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여행지나 사람을 쉽게 비교하지 않고, 겸손하게 다가가는 자세도요.
A. 거창하게 말씀하셔서 부끄럽습니다. 타고난 성격에다, 일하면서 경험으로 체득한 것이 어우러진 결과가 아닐까 해요. 국내든 해외든 출장 가서 현지인과 대화를 주고받는 시간이 정말 즐거워요. 거기서 얻는 가감 없는 시선, 생생한 정보와 지식이 말할 수 없이 소중하지요. 좀 더 나아가, 그분들 이야기가 제 여행의 전부 같아요. 저는 보러 가는 사람이 아니라 들으러 가는 사람이란 생각이 점점 강해집니다. 사실 여행 작가의 ‘공적 출장’은 시간이 촉박해서 깊이 파고들기 어렵거든요. 이번 책에서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하소연을 여러 번 하지요. 그렇기에 틈틈이 마주친 주민의 ‘한마디’가 천금처럼 여겨집니다. 덧붙여 “스쳐 지나가는 여행객의 시선으로 현지 사정과 현지인의 삶을 평가하지 않는다”라는 문장을 일종의 직업윤리 강령으로 삼고 있습니다.
Q. 작가님 글의 또 다른 특징이 사전을 찾아보게 한다는 점이지요. ‘길래’ ‘늘쩡늘쩡’ ‘마닐마닐하다’ ‘민틋하다’ 등 여러 단어를 알게 되었어요.
A. 오래전에 만들었고 지금도 업데이트하는 상당한 분량의 단어장이 있어요. 아름답지만 자주 쓰이지 않아 안타까운 단어가 많습니다. 이런 것을 알려야겠다는 공명심이 제게 있나 봐요. 무엇보다, 맞춤법 지키기를 가장 중요하게 여겨요. 글 쓸 때 국립국어원 누리집을 수시로 확인합니다.
Q.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시지요. 다음 계획이 궁금해요. <KTX매거진> 독자에게 추천 여행지도 귀띔해 주시고요.
A. 신간이 나왔으니 북 토크로 독자님과 만나야죠. 책방 말고도 식당, 칵테일 바, 카페 등 다양한 장소에서 해 보고 싶습니다. <풍경의 안쪽>은 해외여행 에세이지만 당연히 국내 여행도 좋아합니다. 얼마 전 강원도 태백에 다시 다녀왔는데, 경제를 견인한 탄광들이 거의 문을 닫아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였거든요. 이런 곳에 저는 더 마음이 쓰여요. 태백에 가시면 70여 년 세월 동안 온갖 영욕을 겪어 낸 ‘장성양조장’, 주민이 수시로 드나드는 ‘혜성만두’, 소머리국밥과 수육이 입맛을 돋우는 ‘연화네가마솥황소머리국밥’, 제 기준 최고의 부침개 가게 ‘메밀전집’, 직접 담근 고추장을 푼 장칼국수가 사랑스러운 ‘행복칼국수’ 등 지역 밀착 공간에도 들러 보시기 바랍니다.
<풍경의 안쪽> 노중훈 작가의 첫 여행 에세이다. 이전 책 <할매, 밥 됩니까> <식당 골라주는 남자>가 맛에 집중했다면 이번엔 풍경을 주인공 삼았다. 캐나다 노바스코샤, 세이셸 마헤, 코소보 프리슈티나 등 아름다운 여행지를 빼어난 사진과 함께 깊이 있는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노중훈 지음 상상출판 펴냄
노중훈 25년 동안 끊임없는 탐구 정신으로 맛과 그 너머 이야기, 사람과 풍경의 안쪽을 소개해 왔다. MBC 라디오 <노중훈의 여행의 맛> 진행자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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