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300킬로미터, 어느 정도 속도입니까?”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지면을 박차고 오를 때의 순간속도가 시속 300킬로미터라고 합니다.” 2004년 4월 1일 방송한 YTN <뉴스 Q>는 ‘체험! 고속철 vs. 고속버스’라는 코너를 통해 KTX 개통 당일 풍경을 전했다. 기자 두 명이 각각 KTX와 고속버스에 탑승해 대전까지 이동하는 생방송 미션을 수행했는데, 백지연 앵커와 서울역에 나가 있던 박철원 기자가 나눈 짤막한 대화가 옅은 흥분과 기대감을 전한다. 고속버스를 맡은 김승재 기자는 “마치 거북이가 된 느낌”이라 토로하기도 했다.
한국이 세계에서 손꼽는 고속철도 보유국이란 사실은 이처럼 많은 이의 가슴을 벅차오르게 했고, 대중매체는 이 역사적 순간을 다양한 방식으로 포착해 냈다. KTX 개통을 4개월가량 앞둔 2003년 11월 23일에 방영된 <체험 삶의 현장>도 그중 하나다. 가수 이기찬과 은지원이 ‘’안전하고, 빠르고, 쾌적한 한국철도 파이팅!”을 외치며 선로 마무리 공사에 참여하는 진풍경을 보여 준다. 이들은 이용객이 없는 새벽 시간, 노후한 침목을 교체하는 일에서 시작해 전차선 접지 걸이를 확인하는 고공 점검 작업에도 투입된다. “원래 일이 이렇게 많나요?”라는 물음에 “네, 날밤을 새울 때도 많습니다”라고 의연하게 대답하는 기술자의 표정에선 묘한 자부심도 엿보인다.
그로부터 16년이 흐른 2019년 9월 21일, 데자뷔 같은 장면을 tvN 예능 프로그램 <일로 만난 사이>에서 맞닥뜨린다. KTX 열차 청소에 나선 방송인 유재석과 가수 사이먼 도미닉, 그레이, 코드쿤스트가 30분간의 반복 청소와 15분간의 신속 청소 작업을 속속들이 경험한다. 쓰레기 정리는 물론 화장실 청소와 80킬로그램에 육박한 좌석을 돌려 방향을 바꾸는 일까지, 그토록 짧은 시간 동안 밀도 높은 노동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그저 놀라움을 안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안전하고 쾌적한 기차 여행을 위해 땀 흘리는 모든 분께 감사를.
KTX가 등장한 영상물을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좀비-철도 액션 영화 <부산행>은 무수한 ‘대결’ 콘텐츠를 파생하기도 했다. 2019년 ENA에서 방송한 <송은이 김숙의 영화 보장>에서는 영화 속 장면처럼 광명역 정거장 위층에서부터 뛰어 내려가 이제 막 출발한 KTX 8호차에 다다를 수 있는지 실험해 본다. 화제의 유튜브 채널 ‘충주시’의 홍보맨도 KTX 중부내륙선이 충주역에 정차하는 것을 기념해 출발하는 KTX와 200미터 달리기 시합을 펼친다. 웃음, 감동, 눈물, 짜릿함을 안고 달려온 KTX의 궤적은 다음 장에서도 이어진다.
이곳에서 촬영했어요
MOVIE
<브로커>
#KTX 강릉선
아기를 둘러싼 어른들의 성장담. 빚에 시달리던 상현과 베이비 박스를 운영하는 교회 직원 동수는 유기된 아기를 불법으로 거래하려던 중 아기의 친모 소영과 마주친다. 형사에게 쫓기게 된 세 사람은 강릉에서 KTX를 타고 도주를 시도한다. 좌충우돌하며 정이 든 이들의 애틋한 감정이 차창에 스민 햇살처럼 오묘하게 그려진다.
ENTERTAINMENT
<자이언트 펭TV>
#행신역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새해를 맞아 KTX 열차 청소에 도전한 펭수. 하얀 방역복으로 갈아입은 모습이 눈사람 같다. 기지에 정차한 열차엔 2만 5000볼트로 전기가 흐르고 있어 단전 상태에서 작업하는 것이 필수. “안전하지 않으면 작업하지 않는다!” 구호를 외친 뒤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기나긴 외벽을 누구보다 열심히 닦아 내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펭수다.
DRAMA
<D.P. 2>
#천안아산역
군무 이탈 체포조 D.P.로 복무 중인 일병 안준호는 세상의 이면과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마주한다. 그가 군 부조리를 폭로하기 위해 기차를 타고 폭주하는 후반부 액션 신은 이야기의 하이라이트. 군 비리 세력과 KTX 열차 화장실에서 난투극을 벌이는가 하면, 천안아산역에서 열차를 빠져나와 추적을 따돌리는 긴박한 상황이 이어진다.
DOCUMENTARY
<다큐멘터리 3일>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하루 수천 킬로미터를 달린 KTX의 휴식처, 경기도 고양 행신에 자리한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이다. 정비를 위해 열차를 한 바퀴 도는 데만 족히 1킬로미터 거리를 누벼야 하기에 이동 수단은 무조건 자전거다. “이건 전기로 가는 게 아니라, 땀으로 가는 거죠.” 뜨거운 작업장에서 근무 중인 기술자의 말이 마음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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