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을 사랑하는 당신에게
월출산에서 누릿재까지
월출산은 강진이 아름다운 이유 중 하나예요. 빼어난 풍광의 근원인 월출산을 바라보며 여행을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 여정의 첫 번째 관문은 누릿재예요. 지금은 터널이 뚫려 자동차로 오가는 이곳은 예부터 강진에서 영암을 지나가는 고개로 노루재라고도 부르던 삼남대로 옛길의 일부입니다. 걸어서 넘어가기에는 만만치 않은 코스지만 2021년 국가지정문화유산으로 선정된 만큼 방문할 가치는 충분합니다. 꾸준히 가꾸고 개발해 더 많은 여행자를 맞이할 예정이에요.
월출산 성전면 월하리, 월남리 일대
누릿재 성전면 월남리 1243
2 차향을 닮은 당신에게
무위사에서 강진 다원까지
이제 우리의 목적지, 풍요롭고 따스한 강진 땅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지금부터 ‘강진다움’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장소가 펼쳐지지요. 우선 누릿재를 넘은 뒤 신풍삼거리 근방의 드넓은 논을 지나 3킬로미터가량 들어가 천년 고찰 무위사에 다다릅니다. 사찰을 정면에 두고 오른쪽 언덕길로 올라 볼까요. 정상에 이르자 이내 강진 다원의 드넓은 자태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곳의 존재가 얼마나 감사한지요. 월출산 자락을 든든하게 버텨 준 차밭이 없었다면, 이 따스한 둔덕은 고만고만한 건물로 가득 찼을 테죠. ‘자동차 출입 불가’라는 사실도 매력적입니다. 두 발로 월출산과 다원의 경계를 걷는 즐거움이 남다르거든요. 어딘가 신비로운 기운이 느껴지는데, 아마도 월출산의 맑은 정기인가 봅니다. 수백 번 방문해도 갈 때마다 느껴지는 감동을 달리 설명하기가 어렵네요. 저는 이 근처만 지나가도 마음이 설렌답니다.
무위사 성전면 무위사로 308
강진 다원 성전면 백운로 일대
3 신선의 놀이터를 찾는 당신에게
백운동 별서에서 월남사까지
강진 다원 근방에 ‘비밀의 정원’이라 부르는 백운동 별서가 자리합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도 그 경치에 취해 시를 짓고 백운동의 아름다움을 찬양했을 정도이니, 말을 덧댈 필요가 있을까요. 신비로운 풍경을 꼭 두 눈으로 보시길 권합니다. 다음은 금릉 경포대를 지나 월남사로 떠납니다. 월남사 삼층석탑과 진각국사비도 좋지만, 삼층석탑 옆 벤치에 앉아 월출산을 바라보는 기쁨이란. 몇 년 전 이곳을 방문했을 때, 한 스님께서 여기 벤치 옆에 서서 월출산을 조망하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다가가서 말을 건네니 자리를 선뜻 내주면서 “여기서 자연을 누리시지요” 하시는 겁니다. 스님 말씀처럼 월출산을 감상하는 동안 신선이 된 기분이더군요.
백운동 별서 성전면 월하안운길 100-63
월남사 성전면 월남1길 100
4 강진의 맛이 그리운 당신에게
추어탕과 콩나물국
월남사까지 둘러봤으니 얼추 출출해질 시간이죠. 절집을 나와 13번국도 옆에 위치한 식당 ‘예촌’을 찾아갑니다. 대표 메뉴는 추어탕과 콩나물국인데, 월출산 자락을 구경한 뒤 먹었을 때 가장 맛있습니다. 추어탕을 잘 먹지 못하는 사람도 그 맛에 반할 정도예요. 월출산을 등반하는 사람부터 뜨내기 방문객까지, 한번 맛보면 잊기 어렵습니다. 주인장 부부도 음식 맛에 자부심이 강합니다. 먹는 방법을 일일이 알려 주니 그대로 따라 보세요. 고백하자면, 이걸 먹기 위해 점심시간에 맞춰 출장을 계획하기도 했답니다.
예촌 성전면 월남1길 2
5 강진 청자 축제를 방문할 당신에게
고려청자박물관과 강진 청자 축제
이번엔 탐진강을 넘어 고려청자박물관 일대로 떠납니다. 반대쪽인 다산초당과 철새 도래지도 좋지만 강진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대구와 마량으로 가는 코스는 드라이브 여행의 즐거움을 선사하거든요. 절벽에서 강진만을 내려다보는 풍경은 절로 속도를 줄이게 합니다. 빨리 가면 그만큼 손해이니 교통에 방해가 되지 않을 만큼 천천히 강진만을 조망하며 느긋하게 운전하시기를 추천합니다. 이 길 중턱의 고바우 전망대와 분홍나루 카페를 좋아했는데, 정비 공사로 보지 못해 아쉽네요. 곧 고려청자박물관 이정표가 나옵니다. 이곳이 바로 고려 시대 최고급 청자를 생산한 장소이자 2월 22일부터 3월 3일까지 강진 청자 축제가 열리는 주무대랍니다. 흥미진진한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진행해 많은 분이 찾아 주시지요. 올해도 알찬 볼거리를 기대하시기 바랍니다. 축제장 부근에서 고려청자 가마터를 발굴하는 현장을 직접 관찰하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답니다.
고려청자박물관 대구면 청자촌길 33
6 나만의 은신처를 탐색하는 당신에게
천연기념물 푸조나무와 정수사
축제장 주변에서 놓치면 아쉬울 명소는 천연기념물 강진 사당리 푸조나무입니다. 오래전부터 도공들이 청자를 빚으며 살아온 장소임을 말해 주듯 압도적 기품과 영험한 기운이 깃든 나무거든요. 이제 마지막 목적지 정수사로 갑니다. 사실 봄날 벚꽃이 필 때가 가장 좋지만 겨울에도 남다른 운치를 선사하는 사찰이거든요. 청자촌을 지나 깊숙한 산속에 숨은 이곳은 여전히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장소예요. 땅의 질감이 느껴지는 비포장도로, 당전저수지의 절벽과 우거진 노거수, 쌓인 낙엽과 맑은 계곡물이 어우러진 풍경···. 강진 여행을 정리하기에 더할 나위 없습니다.
강진 사당리 푸조나무 대구면 사당리 35-4
정수사 대구면 정수사길 403
[여행 안내자]
김자룡
강진군청 문화관광실 문화유산팀 학예연구사
“지극히 주관적인 취향을 담아 강진 여행의 정수를 소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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