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TRAVEL MORE+

왕의 휴식처, 바트 이슐

오스트리아의 소도시 바트 이슐이 2024 유럽 문화 수도로 선정됐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온천 휴양지로 사랑받아 온 이 도시를 새해 첫 목적지로 삼는다.

UpdatedOn December 22, 2023

/upload/ktx/article/202312/thumb/55134-528076-sample.jpg

2024 유럽 문화 수도로 꼽힌 바트 이슐은 트라운강과 이슐강 사이에 자리한 휴양지다. 오스트리아 왕가는 물론이고 안톤 브루크너, 요하네스 브람스, 프란츠 레하르 등 이름 높은 음악가가 이곳을 찾아 머리를 식히고 영감을 얻었다.
ⓒ Österreich Werbung, Lisa Eiersebner, Harald Eisenberger, Sebastian Canaves

오버외스터라이히주, 즉 오스트리아 영토 윗부분을 차지한 이 지역에서 우리에게 제법 익숙한 지명은 잘츠카머구트다. 알프스산맥과 푸른 호수가 이루는 그림엽서 같은 풍경이 쉼 없이 펼쳐지는 곳. 클림트와 바그너가 사랑한 호수 아터,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볼프강 등 이름난 호수가 한자리에 모여 있다. 올해엔 또 다른 호수인 트라운과 할슈테터 사이에 자리한 작은 낙원, 바트 이슐을 주목해야 한다.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가 ‘지구상의 천국’이라 부르며 감탄했고, 평생의 연인인 ‘시시’ 엘리자베트 황후와 사랑에 빠진 이 도시가 유럽연합 28개 회원국이 엄격한 기준으로 선정하는 ‘유럽 문화 수도’로 꼽혔기 때문이다.

이름에 이미 온천(독일어로 ‘bad’)을 품은 이곳은 합스부르크 왕가가 오랜 세월 사랑한 휴양지다. 지명에 소금(독일어로 ‘salz’)이 깃든 잘츠카머구트 지방이니만큼 적절한 염도와 온도를 자랑하는 염수 온천이 왕가의 시름과 오욕을 씻어 주었다. 아이가 없던 페르디난트 1세와 조피 대공비도 이곳에서 온천욕을 하고 프란츠 요제프 1세를 얻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그렇게 태어난 프란츠 요제프 1세는 생애 여든세 번이나 이곳을 방문했다고 하니, 과연 바트 이슐의 아이다운 행보다. 왕가 사람들이 머무르던 별장 카이저빌라는 오늘날에도 쇤브룬궁전에 버금가는 규모와 시설을 자랑한다.

2024년에 이곳을 찾는다면 유럽 문화 수도의 위상에 걸맞은 다채로운 장면을 맞닥뜨린다. 우선 제아우어 가문의 저택을 개조한 바트 이슐 시립 박물관이 재개관을 앞두고 있다. 프란츠 요제프 1세와 엘리자베트가 처음 눈을 맞춘 역사적 장소가 바로 여기다. 오스트리아와 주변 국가의 예술가를 초대해 문화적 활기를 불어넣을 ‘소금-호수-도시’ 프로그램은 이 고장의 역사와 기품을 새로운 관점에서 느끼게 한다. 빌라 블루멘탈, 레하르 빌라, 빌라 자일레른으로 이어지는 눈부신 건축물을 감상한 다음엔 19세기에 문을 연 유서 깊은 카페에 들러 황제가 즐기던 커피와 디저트 ‘차우너슈톨렌’을 음미할 차례. 이 달콤함으로 바트 이슐을 영원히 아로새긴다.

<KTX매거진>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강은주

RELATED STORIES

  • TRAVEL

    대가야가 남긴 발자취, 고령

    낙동강 일대를 호령했던 대가야를 잇는 고장, 경북 고령에서 산과 강을 맴돌며 그윽한 가을을 만끽했다.

  • TRAVEL

    울산을 담은 복합 비즈니스 공간, 유에코

    소규모 회의부터 대규모 콘퍼런스, 전시회, 공연까지 한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머지않아 세계인이 모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로 향했다.

  • TRAVEL

    지금, 안동 풍류

    고매한 아름다움이 구곡을 타고 흐르는 고장, 경북 안동의 최신 풍류를 온 감각으로 경험했다.

  • TRAVEL

    세상 어디에도 없는 풍경, 태안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숲으로, 바다로 떠나야 한다. 목적지는 충남 태안. 울긋불긋한 숲과 투명한 물빛이 여행자의 들뜬 걸음을 쉴 새 없이 붙든다

  • TRAVEL

    살아난 조각의 도시

    조각가 김종영, 문신, 박석원 등을 배출한 경남 창원에서 제7회 조각비엔날레가 열린다. 전시장 네 곳을 둘러보며 해당 공간과 작품의 긴밀한 관계를 살폈다.

MORE FROM KTX

  • ARTICLE

    마법처럼 보낸 하루

    경기도 파주에서 해리 포터와 잎싹을 만나고, 회동길을 담은 스케치에 색도 입혔다.

  • LIFE STYLE

    ‘덕질’은 진화한다

    아티스트의 품격을 높이려는 팬들의 노력은 계속된다.

  • TRAVEL

    유유자적 해남 기행

    투명한 햇살이 드리운 날, 자연과 맛, 역사 세 가지 주제로 전남 해남을 여행했다.

  • TRAVEL

    겨울, 원주

    강원도 원주에서 이 겨울 깊은 정취를 누렸다.

  • CULTURE

    국립박물관으로 봄나들이 가요!

    생명이 움트는 봄, 박물관에서도 문화와 예술이 꿈틀거린다. 초록빛 가득한 야외 정원과 역사, 문화를 한 번에 누리는 전국 곳곳의 국립박물관으로 떠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