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외스터라이히주, 즉 오스트리아 영토 윗부분을 차지한 이 지역에서 우리에게 제법 익숙한 지명은 잘츠카머구트다. 알프스산맥과 푸른 호수가 이루는 그림엽서 같은 풍경이 쉼 없이 펼쳐지는 곳. 클림트와 바그너가 사랑한 호수 아터,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볼프강 등 이름난 호수가 한자리에 모여 있다. 올해엔 또 다른 호수인 트라운과 할슈테터 사이에 자리한 작은 낙원, 바트 이슐을 주목해야 한다.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가 ‘지구상의 천국’이라 부르며 감탄했고, 평생의 연인인 ‘시시’ 엘리자베트 황후와 사랑에 빠진 이 도시가 유럽연합 28개 회원국이 엄격한 기준으로 선정하는 ‘유럽 문화 수도’로 꼽혔기 때문이다.
이름에 이미 온천(독일어로 ‘bad’)을 품은 이곳은 합스부르크 왕가가 오랜 세월 사랑한 휴양지다. 지명에 소금(독일어로 ‘salz’)이 깃든 잘츠카머구트 지방이니만큼 적절한 염도와 온도를 자랑하는 염수 온천이 왕가의 시름과 오욕을 씻어 주었다. 아이가 없던 페르디난트 1세와 조피 대공비도 이곳에서 온천욕을 하고 프란츠 요제프 1세를 얻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그렇게 태어난 프란츠 요제프 1세는 생애 여든세 번이나 이곳을 방문했다고 하니, 과연 바트 이슐의 아이다운 행보다. 왕가 사람들이 머무르던 별장 카이저빌라는 오늘날에도 쇤브룬궁전에 버금가는 규모와 시설을 자랑한다.
2024년에 이곳을 찾는다면 유럽 문화 수도의 위상에 걸맞은 다채로운 장면을 맞닥뜨린다. 우선 제아우어 가문의 저택을 개조한 바트 이슐 시립 박물관이 재개관을 앞두고 있다. 프란츠 요제프 1세와 엘리자베트가 처음 눈을 맞춘 역사적 장소가 바로 여기다. 오스트리아와 주변 국가의 예술가를 초대해 문화적 활기를 불어넣을 ‘소금-호수-도시’ 프로그램은 이 고장의 역사와 기품을 새로운 관점에서 느끼게 한다. 빌라 블루멘탈, 레하르 빌라, 빌라 자일레른으로 이어지는 눈부신 건축물을 감상한 다음엔 19세기에 문을 연 유서 깊은 카페에 들러 황제가 즐기던 커피와 디저트 ‘차우너슈톨렌’을 음미할 차례. 이 달콤함으로 바트 이슐을 영원히 아로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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