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반갑습니다. 공주에서 도시 브랜드를 연구하고 계시다고요.
A. 공주문화관광재단 문화도시센터에서 도시 브랜드를 연구하는 김상훈입니다. 도시 브랜드는 도시에 상징성을 부여하는 작업입니다. 지역의 환경, 특성, 문화 등을 극대화해 하나의 브랜드로 만드는 걸 말해요. 예를 들어 볼까요. 충남 공주와 부여, 전북 익산은 백제역사유적지구입니다. 백제 유적이 세 도시의 브랜드죠. 많은 여행자가 공산성, 정림사지, 미륵사지 등을 방문해 백제 역사를 되짚곤 합니다. 하지만 백제가 아니어도 세 도시가 지닌 매력은 다양합니다. 공주에는 무령왕릉 말고도 제민천, 연미산자연미술공원 등 여행할 곳이 넘치지요. 그럼에도 사람들이 유적지만 둘러보고 간다는 점이 아쉽기만 합니다. 이런 현실을 바꿔 보고자 공주를 예술 도시로 브랜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답니다.
Q. ‘도시 산책자’라는 별명을 좋아하신다고 들었어요.
A. 낯선 도시에 방문할 때 자동차나 택시, 버스를 타기보다 걸어서 이동하려고 노력합니다. 두 발로 도시를 거닐어야 그곳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기 때문이지요. 특히 아기자기한 골목이 있는 도시는 더욱 흥이 납니다. 사람은 심리적으로 뻥 뚫린 대로보다 골목길에 흥미를 가져요. 길모퉁이를 돌지 않고서는 그 앞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 모르니 궁금증에 이끌려 보물찾기 하듯 걸음을 옮깁니다. 지그재그로 조성한 전시 관람 동선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도시를 연구하기 전에 늘 골목길을 산책하다 보니 그런 별명이 마음에 쏙 들더라고요.
Q. ‘공주 그림 상점로’ 행사도 도시 브랜드 사업의 일환인가요?
A. 맞습니다. 공주 제민천 부근에는 크고 작은 갤러리가 자리하는데, 이 점을 이용해 지역 작가의 그림을 중심으로 하는 아트 페어 ‘공주 그림 상점로’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각 갤러리 관장님은 물론 인근 주민과 서른 번 넘게 회의를 해야 했습니다. 도시 브랜드의 이상적인 방향은 실제 그곳에 사는 사람, 즉 생활 인구가 주도적으로 도시 브랜드를 창출하고 활용하는 것입니다. 주민의 이해와 참여가 없다면 일회성으로 끝나고 마니까요. 2021년 시작한 아트 페어는 노력 끝에 성공적으로 정착했습니다. 이 행사를 통해 갤러리는 지역 작가의 그림을 전시하고, 관람객은 마음에 드는 그림을 구입합니다. 공주시가 그림값 일부를 지역 화폐 등으로 지원하면 관람객은 아트 페어와 제휴한 가게에서 화폐를 사용합니다. 예술이 이룬 선순환 구조지요.
Q. 2024년에는 어떤 것에 도전할 계획인가요?
A.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기보다는 진행 중이거나 이미 치른 행사를 잘 다듬어 선보이고 싶어요. 제민천 부근에서 어김없이 열릴 ‘공주 그림 상점로’, 국립공주대학교가 위치한 신관동 거리에서 젊음의 기운이 넘실거리는 버스킹과 행진 퍼레이드가 이어지는 ‘웰컴 투 신관동’, 도시 재생으로 탄생한 건물을 활용하는 ‘어디 쉐어’ 등을 통해 또 한 발자국 전진할 공주를 기대해 주세요.
도시 브랜드 전문가 김상훈
광고 기획, 마케팅 분야에서 시작해 충남 부여의 문화 축제 감독을 맡는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예술과 여행에 관심을 가지면서 예술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도시 브랜드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2022년 봄부터 공주문화관광재단 문화도시센터를 거점으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공주에 예술이 뿌리내리도록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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