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동물이 입을 벌리고 몸을 든 상태에서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고 있다. 몸에 머리, 가슴, 배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고 토실토실해서 귀엽기까지 하다. 등에 달린 손잡이를 보니 무언가를 담아 들고 다니던 그릇 같지만 쓰임새가 아리송하다. 고대 한·중·일 세 나라에서 쓴 이 유물의 이름은 호자(虎子), 곧 호랑이를 닮은 그릇이며, 용도는 휴대용 소변기다.
중국의 옛 문헌 <예창사지>와 <서경잡기>에는 “신선이 호랑이의 입을 벌리게 하고 소변을 보았다” “호랑이 모양 그릇에 황제가 소변을 보았다”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어떤 신분을 가진 이가 이런 소변기를 썼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부여 군수리에서 출토된 호자는 풍만하고 매끈한 몸의 곡선으로 백제 사람이 추구한 미감을 보여 준다. 부여 관북리의 호자는 군수리 것보다 우아한 맛은 적지만, 백제 후기 왕궁으로 추정하는 곳에서 발견했기 때문에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문의 02-2077-9000 홈페이지 www.museum.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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