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 먹거리
그 시절 음식, 어디까지 먹어 봤니
은주_Eunju
‘킹 오브 빙수’를 기억한다면, 당신은 나와 같은 ‘아이스베리’ 세대일 것이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 ‘05학번 이즈 백’ 시리즈 ‘강동의 ㅈr존심™ 천호...★’ 편을 통해 아이스베리 천호점이 성업 중이란 사실을 알았다. 심지어 몇 블록 옆이 ‘한스델리’ 천호점이다. 그길로 천호동 로데오거리를 찾았다. 한스델리의 푸짐함은 여전했으나 손님이 나뿐이라 잠시 서글퍼졌다. 아니나 다를까, 배삼만 사장님은 8월에 가게를 접는다고 했다. 그의 앞날에 축복이 있기를.
아이스베리는 예나 지금이나 손님으로 북적거렸는데, ‘킹 오브 빙수’는 찾을 수 없었다. 아쉬운 대로 과일 빙수를 주문해서 단숨에 들이켰다. 어쩐지 헛헛한 마음으로 거리를 배회하다 오락실에 들러 오랜만에 ‘펌프’를 했고, 내친김에 강풀만화거리까지 걸었다. 그러고 보니 <순정만화>에 설레던 시절도 있었지. 아아, 응답하라, 우리가 사랑했던 것들.
Y2K 놀거리
사진은 기다림의 미학이죠
송이_Songyi
지난 주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스티커 사진 찍자.” 돌아온 대답. “요즘 누가 그걸 찍어.” 스티커 사진을 대체 왜 찍느냐더니 막상 기계 앞에 서자 태도가 돌변한다. “손으로 입 가린 포즈 할 때는 눈 내리까는 거 까먹었냐? 수줍게 하는 게 포인트잖아.” 훈계까지 한다. 이윽고 사진 꾸미기 시간이 되자 현란한 손짓에 웃음이 터진다. 꾸미기는 촬영을 마친 뒤 화면에 뜬 사진에 스티커를 붙이거나 펜으로 글씨를 쓰며 치장하는 일인데, 시간제한이 있어 속도가 생명이다. 경험은 무시 못 한다. 손이 기억한다. 일사천리로 배경 색상을 선택하고 날짜와 ‘angel’ 같은 글자를 쓴다. 하트 모양 스티커도 빼놓지 않는다. 사진이 인화되는 동안 10대 시절로 돌아간다. ‘잘 나왔을까’ ‘다시 찍어야 하나’ 생각한다. 역시 사진은 인화를 기다리는 순간이 가장 설렌다는 걸 오랜만에 상기한다. 자, 이젠 즉석카메라다. 친구야, 또 같이 찍을 거지?
Y2K 볼거리
2000년대를 드라마로 배웠습니다
혜림_Hyerim
“난 안 되겠니, 이 생에서…. 다음 생에선 되겠니?” 일단 이번 인생에서는 아닌 듯하다. 배우 조인성의 눈물 참는 명연기로 알게 된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을 시청했다. 인터넷에서 ‘조인성 주먹 울음’으로 이름깨나 날렸으나 주먹을 넣고 울지 않는다는 사실에 1차 충격, 따귀가 난무하는 드라마에 2차 충격. 제목만 알고 줄거리를 아예 몰라서 달달한 로맨스 장르일 거라 예상했는데…. 영상을 보는 동안에 몇 차례나 눈을 질끈 감아야 했다. 폭력, 멈춰! 주인공이 모두 사망하는 충격적인 결말 역시 지금은 상상도 못 할 만큼 신선하다.
‘노구의 5단계 분노’ 영상이 유튜브에서 유행을 탄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속 대가족이 한집에 사는 모습은 왠지 부럽고도 어색하다. 가족 구성원이 많을수록 복작복작한 게, 재미있는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그만큼 불화도 존재할 테니 말이다. 그래도 화목한 노 씨 가족의 모습에 마음 한구석은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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