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은 맑은 물을 담는 병이라는 뜻으로, 절에서 주로 불보살에게 공양할 때 사용했다. 고려 시대인 12세기 무렵 만든 이 병은 옆으로 돌출된 마개 달린 입 쪽에 물을 넣은 뒤 대롱처럼 솟은 첨대로 따라 쓰는 구조다. 몸체에는 표면 가득 물가 풍경을 담았다. 양쪽에 선 커다란 버드나무 사이사이로 갈대가 바람에 나부낀다. 하늘에는 새가 줄지어 날아가고, 아래쪽으로는 어부로 짐작되는 삿갓 쓴 사람들이 무언가를 하고 있다. 이리저리 헤엄치는 물새도 보인다. 각자 분주한 듯하면서도 어딘지 한가롭게 느껴지는 여름날의 광경이다. 고려 사람의 생활상을 나타낸 것일까?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진 모습에서 평화로움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림은 청동 표면에 가늘게 홈을 내고 그곳에 일일이 가느다란 은실을 박아 넣어 완성했다. 이토록 섬세한 기법으로 제작한 국보 정병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3층 금속공예실에서 만날 수 있다.
문의 02-2077-9000 홈페이지 www.museum.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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