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TIP
바다와 산과 들이 넉넉하고 비옥해 예부터 육해공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식재료를 사용해 온 강진. 푸짐한 한정식 한 상 차림은 강진 여행의 첫 관문이며, 장어구이부터 짱뚱어탕에 이르는 ‘강진 10대 먹거리’가 여행자를 풍요로운 미식의 길로 인도한다. 음식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축제도 여럿이다. 병영면에서 금요일과 토요일마다 여는 ‘불금불파(불타는 금요일 불고기 파티)’, 마량항에서 토요일에 펼치는 ‘마량 놀토수산시장’이 맛과 흥으로 넘실거린다.
01 수인관
메뉴 연탄 불고기 백반 2인 3만원
주소 강진군 병영면 병영성로 107-10 문의 061-432-1027
수인관_500년 세월 동안 호남을 지켜 온 전라병영성은 병영면 일대의 역사와 문화와 풍속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병영 돼지불고기도 그 증거 중 하나다. 조선 시대 강진 현감이 전라병영성 병마절도사로 부임한 조카를 축하하러 간 자리에서 대접받은 음식이 바로 이 돼지불고기였다는 것. 지위가 낮아도 웃어른인 현감을 맛있는 요리로 극진히 모셨다는 병마절도사 이야기를 되새기며, 병영면 사람들은 귀한 손님을 맞을 때 돼지불고기를 내는 전통을 이어 왔다. 강진 현감처럼 떡 벌어진 돼지불고기 한 상을 맞이하고 싶다면 병영시장 한편에 자리한 ‘수인관’으로 간다.
수인산 자락의 여관이자 식당이었던 이곳은 1대 이복림 대표가 백반 1인분에 2500원 하던 시절부터 손님을 먹이고 거뒀으며, 현재는 2대 신성준 대표가 어머니를 거들어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는다. 이 집 돼지불고기는 강한 연탄불에 골고루, 빠르게 익히는 게 특징이다. 고춧가루와 갖은 비법 양념을 넣고 버무린 돼지불고기를 하루 동안 숙성한 뒤에 구워 육질이 부드럽고 씹을수록 촉촉하다. 함께 나오는 토하젓과 멸치젓을 곁들이면 풍미가 한층 농밀해진다. 밑반찬도 걸작이다. 족발, 홍어, 주꾸미, 묵은지, 생선구이, 철마다 바뀌는 나물까지 화려한 상차림 앞에 젓가락이 바삐 움직인다.
02 도반
메뉴 코스2 선정(禪定) 1인 5만원, 점심 특선 1인 1만 6000원
주소 강진군 강진읍 오감길 2 오감누리타운 3동 문의 061-432-6665
도반_도반이란 ‘함께 도를 닦는 벗’이다. 이곳에서 도는 채식주의다. 강진읍 오감통에 최근 문을 연 사찰 음식 체험관 ‘도반’은 꿀조차 사용하지 않는 온전하고 엄정한 비거니즘을 추구한다. 서울 양재동에서 음식을 연구해 온 홍승 스님은 사찰식의 근간이 ‘로컬 푸드’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했고, 이것을 몸소 실천하고자 머나먼 강진 땅에 다다랐다. 기르고 수확하고 조리하고 맛보는 모든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는 기쁨이란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에서의 한 끼만큼 값지고 충만한 경험일 터.
여름에 더 맛있는 냉잡채는 텃밭에서 갓 딴 깻잎과 상추, 적양배추를 채 썬 뒤 당면과 비벼 먹는 별미다. 채소 본연의 싱그러운 내음과 아삭아삭 씹어 넘기는 쾌감이 매력적인 메뉴로, 배즙 넣은 겨자 소스를 부어 산뜻함을 더한다. 셀러리와 수삼을 버무려 시원한 향을 내는 수삼냉채는 더위에 무뎌진 미뢰를 일깨우고 입맛을 살린다. 구운 가지로 새싹을 동그랗게 만 가지새싹전, 잘게 간 잣 소스로 달큼한 더덕을 무친 더덕잣샐러드, 매실액과 전분만으로 표고버섯튀김을 코팅해 바삭한 식감을 살린 표고탕수까지. 건강하고 아름다운 여름 식탁이 눈, 코, 입을 즐겁게 한다.
03 궁전횟집
메뉴 소낙비 1만 2000원 물회 2인 4만원
주소 강진군 마량면 미항로 136 문의 061-433-3044
궁전횟집_’마량에 가고 싶다’란 노래 제목을 비틀자면, 마량에서 ‘소낙비’ 먹고 싶다. 소낙비란 질 좋은 ‘소’고기를 구워 ‘낙’지덮밥에 올리고 제철 채소와 ‘비’벼 먹는, 오직 강진 마량항에서만 즐길 수 있는 음식이다. 파인애플과 매실, 황칠 등 재료로 효소를 만들어 넣은 양념이 기막힌데, 26년간 식당을 이끌어 온 김성신 대표가 연구한 결과물이다. 달짝지근하면서도 알근한 맛이 혀를 즐겁게 한다. 자연산 농어와 전복을 숭덩숭덩 썰어 먹음직스러운 물회도 빠지면 아쉬운 메뉴다. 시원하고 달콤한 육수가 목덜미를 식힌다.
04 석문정
메뉴 회춘탕 4인 13만원
주소 강진군 도암면 백도로 2059-7 문의 061-434-6660
석문정_얼마나 영양이 풍부한지, 먹고 나면 봄이 돌아온단다. ‘강진 회춘탕’ 얘기다. 당귀, 헛개, 가시오가피 등 열두 가지 한약재 달인 물에 문어, 전복, 닭을 넣고 한 시간 이상 푹 고아 내어 완성. 국물은 구수하고 진득하며, 잘 익은 전복과 문어는 쫄깃하기가 이를 데 없다. 도암면 석문산 아래 자리한 ‘석문정’의 채희송 대표는 강진 회춘탕의 명맥을 잇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이곳에선 닭 대신 오리를 선택해 색다른 맛을 즐겨 보아도 좋다. 예닐곱 가지 밑반찬이 올라 넉넉한 한 상 앞에서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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