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환태평양의 작디작은 마을 서쪽 너머엔 유라시아까지 아무것도 없다. 바다를 빼고는. 달리 말해 바다가 모든 것이다. 공교롭게 여기가 밴쿠버섬 에소위스타반도 최북단이다. 서울 면적의 절반에서 다시 절반이나 될까 싶은 반도와 그 끄트머리에 걸친 인구 2500여 명 마을. 남김없이 가 당도한 세상 끝으로 끝을 알 수 없는 바다가 밀려드니 토피노는 태평양의 한 점 물결이 된다. 바다가 모든 것인 대자연 속 고요하던 마을에 어느 때부터 여행객들이 왔다. 서핑을 하는 중에 혹등고래가 뿜은 물을 뒤집어쓰고, 겨울마다 해안 가까이 들이닥치는 폭풍을 퍼시픽림 국립공원 바닷가에서 관찰하기 위해서다. 기묘한 경험은 계속된다. 비밀스러운 원시 풍경을 간직한 열대우림 트레일 코스에서 높이 수십 미터 나무 숲길을 산책한다. 일몰 때는 유라시아에 닿을 듯 거대한 석양이 시야를 붉게 물들인다. 비현실적이며 토피노이기에 가능한 경험, 토피노만이 보여 주는 순간들이다.
어떤 이에겐 소용돌이치는 폭풍우를 그저 바닷가에 앉아 구경한다는 사실이 엉뚱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매년 11월과 이듬해 3월 사이에 ‘스톰 워칭(폭풍 관찰)’을 경험하러 토피노를 찾는다. 열대우림에 수령 1500년 된 삼나무가 줄지었고, 보트 투어를 하는 동안 혹등고래가 수면 위로 점프하거나 멀리 숲 가장자리에서 불곰이 어슬렁거린다. 롱비치, 체스터맨비치, 콕스베이처럼 파고와 수온이 서핑에 최적화된 해변은 길이가 35킬로미터에 달한다. 세상의 끝을 먼저 탐험한 선주민 누차눌스를 로이 헨리 비커스 갤러리에서 예술을 통해 만난 뒤, 서퍼의 안식처로 불리는 트럭 가게 타코피노에 들러 다음 끼니를 걸러도 될 만큼 우람한 타코를 맛본다. 토피노가 건네는 순간은 몽환적이다. 태풍에 쓸려 용솟음하는 파도를 응시하는 양 꿈을 꾸는 것 같아도 토피노는 실존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환태평양의 작디작은 마을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연중 수온 10도를 유지하는 바다가 35킬로미터에 달하는 해안에서 펼쳐지는 덕분에 토피노는 서퍼의 천국이 되었다. 나아가 혹등고래·불곰을 보는 보트 투어, 퍼시픽림 국립공원·열대우림 트레일 코스, 선주민 문화와 예술을 살피는 갤러리 등이 여행객의 발길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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