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에 다다른 아프가니스탄 난민 가족을 그린 애니메이션 <나의 집은 어디인가>의 원제는 <Flugt>로, ‘탈출’을 뜻하는 덴마크어다. 동명의 건축물이 지난여름 덴마크 남서부 도시 옥스뵐에 올라섰다. 난민 박물관 플루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자국 최대 난민 캠프가 있던 자리를 점유한다. 난민의 삶과 지정학적 쟁점을 아우르는 이 공간에서 유독 눈길이 가는 곳은 옛 건물 두 동을 잇는 유려한 연결부다. 코르텐강 소재 지붕과 목재 기둥, 유리창으로 둥글게 이어 붙인 구조물 안쪽엔 자그마한 웅덩이와 중정이 있다. 건조하고 직선적인 벽돌 건물 틈에 곡선의 온기, 자연의 생기를 부여한 이는 건축가 비아르케 잉엘스와 그의 건축 사무소 BIG다. “피란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우리 이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돌보아야 할까. 지금 세계가 직면한 이 문제를 알리는 것은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이자, 나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전쟁으로 고통받는 이들과 공명하려는 건축적 의지를 마주하는 순간이다.
→ flugtmuseum.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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