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생명이 산다.’ 논쟁의 여지가 없는 이 문장은, 조사 하나를 달리 붙이면 인류가 증명하려 애쓰는 두 명제로 변한다. 지구에‘만’ 생명이 산다, 지구에‘도’ 생명이 산다. 지구에만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은 이렇다. 우리 은하계에 속한 별은 태양을 포함해서 최소 1000억 개이고, 각 별이 태양처럼 행성 8개를 거느린다고 단순 셈할 때 우리 은하계의 행성은 최소 8000억 개가 된다. 우주엔 최소 1000억 개의 은하계가 떠다니는 것으로 추정한다. 최소한으로 계산했는데, 우주의 행성 개수는 벌써 800해다. 이 수치는 여전히 가설에 불과하다. 누구는 우리 은하계에 별이 2000억 개 있다 하고, 누구는 우주에 은하계가 2조 개 있다고 한다. 참고로 지구의 모래알 개수는 고작(?) 100해. 해변과 사막에 널리고 널린 모래알을 모조리 더한들 지극히 낮게 산정한 행성 개수에조차 한참 모자라는 것이다.
인류는 800해 분의 1일까? 관측 가능한 크기가 930억 광년 지름인 우주에서 진짜 홀로인 걸까? 확률적으로 거의, 어쩜 명백하게 불가능하기에 인류는 행성 탐사를 통해 외계 생명체를 찾아 왔다. 1982년 금성에 착륙한 소련의 베네라 13호는 온도 450도, 90기압의 지옥 같은 환경과 맞닥뜨려 127분 만에 산화했다. 평균 온도가 영하 60도 정도인 화성은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 표면에 접근하던 중 통신이 두절되거나 표면에 닿았어도 불타 버린 탐사선을 제외하고 1976년 미국 바이킹호가 화성 착륙에 제대로 성공한 첫 사례다. 오늘날에도 화성에선 미국의 퍼서비어런스 등 탐사 로봇들이 활동하나, 익히 아는 바대로 생명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건 고작(?) 태양계 행성 착륙 역사다. 지구에서 금성까지 빛의 속도로 6분, 화성까지 15분 정도 걸린다. 다시 말하지만 관측 가능한 우주를 빛의 속도로 횡단하려면 930억 년이 소요된다. 어둡고 광대한 별들의 바다 우주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인류는 전혀 모른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2021년 12월 25일, 미국 항공우주국은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을 대기권 밖으로 보냈다. 인류가 만든 우주 망원경 가운데 성능이 가장 뛰어난 제임스 웹은 130억 광년 떨어진 은하계를 촬영하는 기적의 퍼포먼스를 보여 주었다. 우주 나이를 137억 년으로 판단하니, 우주적 시간으로 가늠해서 빅뱅 직후 모습을 포착한 대사건이었다. 지난 9월, 제임스 웹은 또 한 번 경이로운 소식을 전했다. 지구에서 350광년 거리의 행성 HIP 65426b를 촬영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영국 <가디언>지는 이를 “80킬로미터 이상 먼 데 놓인 등대 옆에서 반딧불이를 발견하는 것과 맞먹는 성과”라고 평했다. 거리도 거리이거니와, 무엇보다 등대가 뿜는 빛이 주위를 가리는 현상을 극복하는 게 난제다. 외계 행성 탐사의 어려움이 이와 같다. 거리가 너무나 멀다는 사실과 별개로, 별빛은 상상 이상으로 밝고 세차다. 지구 시점에서 별들은 자신을 공전하는 행성을 먼지로 만들어 버린다. 그러나 저 먼지 속에, 높은 확률로 수많은 먼지 속에…. 인류는 알고 싶다. 우리는 정말 혼자일까? 이토록 거대한 별들의 바다에서?
지금껏 확인한 외계 행성은 5000여 개에 이른다. 행성 중력에 영향을 받은 별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모습, 다른 별의 중력에 잡힌 별빛이 굴절하는 모습을 관찰해 존재를 예상한 게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계 행성을 직접 촬영한 사건은 우주 탐사의 새 지평을 열었다. 우주를 전혀 모르다시피 해도, 이제 하나만은 알았다. 저기에 별을 공전하는 행성들이 있다. 이는 틀림없는 사실이 되었다. 다음 질문에 답할 차례다. 지구에‘만’ 생명이 사는가, 지구에‘도’ 생명이 사는가. 지구는 쏟아지는 별빛을 에너지 삼아 생명을 기른다. 그리고 최소 800해 행성에 별빛이 쏟아진다. 우리에게 주어진 가능성은 우주만큼 광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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