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면 삼학도 파도 깊이 스며”들고 “유달산 바람도 영산강을 안”는데, “못 오는 임이면 이 마음도 보낼 것을”. 저 문장에, 몇몇 단어에 얼마나 많은 이가 눈물 흘렸으며 그곳을 그리워하게 되었는지. 1935년 이난영이 처음 부른 뒤 숱하게 리메이크된 노래 ‘목포의 눈물’ 가사처럼 목포는 다도해와 유달산, 항구의 다양한 사연을 품고 꿋꿋하게 흘러 왔다. 근대에 이르러서는 호남을 호령하는 항구도시이자 인근 산물이 모이는 집산지로서 사공의 뱃노래처럼 유장한 이야기를 쌓았다. 그렇게 이름부터 포구 내음 물씬한 목포에선 지금도 영산강 하구로 밀려드는 바다 풍경 속에 그리움으로 남을 이야기가 샘솟는다. 유달산과 다도해의 정취가 여전한 가운데 레트로 감성 가득한 건물과 골목, 목포대교 너머에서 번지는 석양이 새로운 기억을 선사해 주는 것이다.
이제 호남의 대표 관광도시가 된 목포는 KTX를 타고 방문하는 여행객에게 먼저 목포역 근처 근대역사거리의 목포진, 목포근대역사관, 경동성당 등을 통해 옛일의 흔적을 보인다. 그중 목포근대역사관은 1900년 일본 영사관으로 지은 당시 모습을 간직한 외관이 묘한 감상을 끌어낸다. 해방 이후 시청 등으로 활용하다 2014년 역사관이 된 이곳에서 도시 역사를 살피고, 15분 정도 걸어 서산동 시화골목에 다다른다. 예쁘게 새긴 시와 그림을 감상하면서 다닥다닥 붙은 집들 사이 예스러운 골목을 오르는 어느 순간, 목포 바다 전경이 펼쳐진다. 바다와 섬의 서정이 날아드는 시화골목 언덕을 서성이는 동안에도 목포는 어김없이 다음 여정을 준비한다. 목포해상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짜릿한 광경, 맛깔스러운 세발낙지와 꽃게무침 등 미식의 향연, 목포대교를 비추는 낙조까지. 이렇게 다채롭기에 그리 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목포를 주인공으로, 배경으로 선택했겠다. 오늘도 목포에선 떠나면 이내 그리워하게 될 이야기가 샘솟는다.
이곳에서 촬영했어요
영화 <마차 타고 고래고래>
@목포대교
목포 출신 친구 넷이 고등학생 시절 꿈꾸던 음악 축제 무대에 서기로 한다. 여기까진 별다르지 않으나, 이들은 거리 공연도 하기 위해 경기도 가평까지 걸어가자 무모한 결심을 한다. 조랑말로 마차를 끌면서 가평으로 출발한 이들 옆에 놓인 목포대교가 거대하다. 쉽지 않은 여정을 예고하는 이 장면처럼 넷은 어려움을 겪지만 굳건하게 꿈을 향해 전진한다.
드라마 <호텔 델루나>
@목포근대역사관
2019년 방영 당시 드라마 부문 콘텐츠 영향력 지수 1위를 차지하며 흥행한 <호텔 델루나>에서 목포근대역사관은 서사를 이끄는 중심이었다. 엘리트 호텔리어와 괴팍한 사장이 운영하는 호텔 외관을 바로 목포근대역사관에서 촬영한 것이다. 붉은 벽돌로 지은 근대 건축물은 죽은 자의 영혼이 묵는 호텔을 더없이 신비롭게 묘사해 주었다.
드라마 <도도솔솔라라솔>
@시화골목
부족할 것 없이 살다 갑작스레 집안이 몰락한 라라와 ‘알바력 만렙’ 우준이 사랑을 키우는 로맨스 코미디의 주 무대가 시화골목이다. 이곳에 피아노 학원 라라랜드를 연 라라는 이런저런 상황을 겪어도 언제나 삶을 긍정하면서 쑥쑥 성장한다. 현재 라라랜드는 행복꽃집이라는 이름을 걸고 피아노 같은 촬영 소품을 전시해 여행객을 맞는다.
예능 프로그램 <더 리슨: 바람이 분다>
@목포 곳곳
가수 솔지, 김나영, 케이시, 승희, HYNN이 프로젝트 그룹 ‘더 리슨’을 결성해 목포에서 버스킹을 펼쳤다. 평화광장, 외달도, 시화골목 등 목포의 주요 여행지에서 연 공연은 매번 배경과 잘 어우러지며 이들의 음색을 더욱 감미롭게 만들었다. 목포해상케이블카를 타고 바다 풍경을 감상하거나 맛난 음식을 나누어 먹는 장면 또한 공연만큼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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