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보고, 숲을 거닐고, 커피를 즐기고 싶을 때 각각 어울리는 도시는 정말 많다. 그러나 이 모두 만족스러운 도시를 궁리할 땐 대번에 두 글자가 떠오른다. 강릉. 세 가지 향이 짙은 강릉은 남쪽 도직해변에서 북쪽 향호해변에 이르는 길 어디에서나 드넓은 동해를 만날 수 있다. 주문진, 경포, 강문, 정동진 등 강릉이 품은 해변이 하나하나 근사해 오직 바닷가 투어만으로 뿌듯한 시간을 누린다. 강릉솔향수목원, 대관령자연휴양림, 안반데기가 내어 주는 숲 향기 역시 강릉 여행을 특별하게 만든다. 바다에서 내륙으로 조금만 이동해도 곳곳에서 숲이 여행자를 반긴다.
또 하나, 커피를 빼고 강릉을 설명하기 힘들다. 안목해변은 강릉 시민에게 특별한 장소로, 커피 자판기가 밀집해 커피를 마시며 바다를 감상하고자 동전 몇 개 들고 찾는 이가 많았다. 자판기마다 커피 맛이 달라 안목해변을 순례하듯 방문하는 이가 늘었는데, 2000년대엔 바리스타들이 정착하면서 커피 거리를 이루었다. 오늘날 안목해변에는 각각 독특한 향과 맛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즐비하다.
이런 강릉의 바다, 나무, 커피는 영화나 드라마, 뮤직비디오의 배경이 되어 왔다. 방탄소년단이 버스 정류장을 설치하고 앨범 사진으로 촬영한 향호해변을 비롯해 드라마 <남자친구>의 심곡항, <도깨비>의 영진해변 같은 촬영지가 인기를 끌며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세 가지 향기를 만끽하는 여행이 즐겁고, 내가 좋아하는 영화·드라마 속 공간을 거니는 순간은 행복하다. 강릉에선 지금도 내일의 명소가 될 촬영 현장이 여기저기에서 펼쳐진다. 2017년 12월 KTX 개통에 이어 향후 부산, 인천, 전남 목포와 연결돼 광역 철도 교통망의 축이 될 강릉은 앞으로도 마음 설레는 여행지로 각광받을 것이다.
이곳에서 촬영했어요
드라마 <남자친구>
@심곡항
한 번도 스스로 선택한 삶을 살지 못한 수현과 그와 반대로 자유로운 삶을 누리는 진혁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 <남자친구>의 이야기는 심곡항에서 절정에 달했다. 빨간 등대 앞에서 만나 서로 껴안는 주인공. 먼바다에서 파도가 밀려와 둘을 축복하는 신은 드라마에서 손꼽히는 명장면이다.
방탄소년단 앨범 <You Never Walk Alone> 재킷
@향호해변
세계가 환호하는 방탄소년단도 강릉을 찾았다. 2017년 2월에 발매한 앨범 <유 네버 워크 얼론(You Never Walk Alone)> 재킷을 촬영하기 위해서였다. 포즈를 취하고 버스 정류장에 앉은 멤버들이 화면을 반으로 가른 수평선과 어우러진 사진은 방탄소년단을 상징하는 이미지 중 하나로 각인되었다. 이후 향호해변은 아미들의 성지로 떠올랐다.
영화 <나는 보리>
@주문진마을
평범한 보리의 가족이 남다른 게 하나 있다면 보리를 제외하고 다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가족을 사랑해 자신 또한 청각을 잃게 되길 기도하는 보리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담은 영화 촬영지가 주문진마을이다. 파스텔 톤으로 표현한 바다가 보리의 내면을 맑게 드러낸다. 촬영지가 김진유 감독의 고향인 덕분에 풍경이 한층 깊게 다가온다.
드라마 <도깨비>
@영진해변
생일을 맞은 은탁이 방사제에 앉아 케이크 촛불을 끈다. 그러자 김신이 나타나 메밀꽃 다발을 건넨다. 메밀꽃 꽃말은 연인. 이야기 전개를 암시하는 장면은 광활한 바다와 자그마한 방사제를 배경으로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영진해변은 지금도 많은 이가 도깨비해변이라 부르며 강릉 여행 필수 코스로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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