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아드벡을 처음 마실 때 반응은 두 가지다. 좋거나 싫거나. 잘 모르겠다, 혹은 그저 그렇다는 어중간한 반응은 단언컨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매혹을, 다른 이에겐 거부하고픈 당혹을 선사하는 것이다. 낮과 밤의 대비만큼 명백하게 엇갈리는 반응은 아드벡만의 스모크 향에서 기인한다. 장작 향을 닮은 진한 스모크 향이 한 모금 마시는 순간 더 강렬하게 몸속으로 파고든다. 처음엔 당혹스러울지 몰라도 마실수록 묘하게 빠져드는 향과 맛, 이것이 바로 아드벡의 매력이다.
아드벡은 18세기 대영제국 정부가 스코틀랜드 증류소에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자 1789년부터 밀주 형태로 위스키를 생산했으며, 1815년에는 면허를 취득해 대량으로 주조하기 시작했다. 스코틀랜드 아일러섬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빚은 위스키는 이내 독특한 향이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비결은 탄소 함유량이 60퍼센트 미만인 석탄 피트. 주조 첫 단계인 보리 건조 과정에서 아일러섬 곳곳에 굴러다니다시피 널린 피트로 불을 때는데, 이때 보리에 숯내가 입혀진다. 원료로 쓰는 냇물의 피트 성분도 스모크 향을 배가한다. 이런 아드벡은 아일러섬이 ‘위스키 성지’로 알려지는 데 크게 기여했다. 스코틀랜드 서쪽 해안에 위치한 아일러섬은 남북으로 40킬로미터, 동서로 32킬로미터 규모에 인구가 3000여 명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하지만 이 섬에는 아드벡을 포함해 보모어, 라가불린, 라프로익처럼 이름만 들어도 감탄이 터지는 위스키 증류소가 10여 개나 있다. 증류소마다 피트를 활용해 주조하는 개성 넘치는 위스키가 세계적 인기를 끄는 덕분이다. 아드벡 또한 지난 7년간 ‘올해의 세계 위스키’에 네 차례 선정되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아드벡에는 바다가 담겼다. 스모크 향을 음미하는 동안 스코틀랜드섬 갯벌 내음을 연상하게 된다. 이국 정취가 물씬한 아드벡은 발렌타인 같은 저명한 블렌디드 위스키의 블렌딩 재료 중 하나이기도 하다. 2011년엔 원액을 국제 우주정거장에 올리고 2년 6개월간 숙성하는 이벤트로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렇듯 오늘날 굳건한 위상을 지니고 있지만, 아드벡은 한때 어려운 상황을 겪었다. 위스키업계가 극심한 침체기를 맞은 1980년대 초반 주조장을 폐쇄한 이후 10년 만에 두 번째로 폐쇄하기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피트로 훈연한 스모크 향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대중의 기호에 맞추는 변화를 꾀한 결과 1997년 재기에 성공했다. 오랜 지질 활동이 빚은 진한 피트 향에 스코틀랜드의 바닷바람과 수백 년 노하우를 가미한 단 하나의 위스키, 아드벡은 그렇게 독특한 맛으로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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